대법 "혼인 계속할 의사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가출한 남편 탓만 하며 이혼 거부…대법 "남편 이혼 청구 허용"
배우자가 이혼은 안 된다면서도 관계 회복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유책 배우자여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혼소송에서 한 차례 패소한 유책배우자가 다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아내 B씨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집을 나간 뒤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그러나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더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아이는 엄마인 B씨가 키웠다.

A씨는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연락을 시도했지만, B씨는 "관계 개선이 먼저"라며 아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다시 이혼을 청구했다.

1·2심은 A씨가 가정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B씨는 이혼 의사가 없다며 청구를 다시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B씨에게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혼인 유지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피고는 혼인계속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원고가 먼저 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를 비난하며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 반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다만 '이혼 거부'가 자신과 미성년 자녀의 생활 보장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때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상대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판단기준과 방법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