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서 20시간 줄선 끝에 다음날 차례…가격은 L당 2천원
전기는 주기적으로 단전
[스리랑카 르포] 가스도 끊겨 마당서 장작 태워 요리
"지난번에는 사흘 기다려서 기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11일(현지시간) 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로리스 로드에 있는 한 주유소에는 밤에도 휘발유를 받으려는 차량으로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주유소 입구까지 차례가 다가온 한 남성은 "20시간이 걸렸다"면서도 휘발유가 다음날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꼬박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전량 수입해야 하는 휘발유를 구하는 일이다.

현재 국영 주유소는 휘발유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인도 회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만 하루에 한 번 휘발유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1인당 판매량도 자동차는 한 번에 7천 스리랑카루피(약 2만5천원),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 툭툭은 2천500 스리랑카루피(약 9천원)로 제한하고 있다.

판매하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사람들은 차를 가지고 와 긴 줄을 서서 순서가 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가격은 당연히 치솟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1L에 550 스리랑카루피(약 2천원)로 3개월 만에 약 2배가 됐다.

[스리랑카 르포] 가스도 끊겨 마당서 장작 태워 요리
상류층이나 휘발유가 급한 사람들은 암시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암시장에서는 1ℓ당 약 3천 스리랑카루피(약 1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처럼 가격이 치솟다 보니 툭툭 기사들은 본업보다는 주유소에서 밤새 줄을 서 휘발유를 받은 뒤 암시장에 파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기름값에 대중교통은 사실상 중단됐고 여행사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차량 제공 서비스는 부르는 게 값이다.

스리랑카의 관문인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서 콜롬보 시내까지는 약 30㎞ 거리지만 편도 픽업 요금은 90달러(약 12만원)에 달한다.

변성철 스리랑카 한인회장은 "4월까지는 그래도 휘발유를 구할 수 있었는데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4월 대외 부채를 일시적으로 상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신용이 막히면서 휘발유 수입은 인도 주유소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휘발유만큼 구하기 어려운 것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가스다.

평소에는 가정마다 LPG 가스통을 연결해 요리할 때 사용하고 다 떨어지면 가스 회사에 주문해 배달받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스 수입도 완전히 막히면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가스가 떨어진 시민들은 나무를 사다 마당에서 불을 때 요리를 하는 등 임시방편을 동원하고 있다.

그나마 전기는 수력발전이 있어 운영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단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 수도 콜롬보에서는 낮에 하루 3시간 단전에 들어간다.

이처럼 기본적인 생활이 무너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고 결국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있는 집무실과 관저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스리랑카 르포] 가스도 끊겨 마당서 장작 태워 요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