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 라시츠케네는 러시아 출전 제재로 세계선수권 출전 불발
[세계육상] 여자 높이뛰기 '우승 후보' 마후치크 "우크라이나를 위한 도약"
"나 자신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위한 도약."
육상 여자 높이뛰기 '신성' 야로슬라바 마후치크(21·우크라이나)는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으로 떠나며 조국 우크라이나를 떠올렸다.

마후치크의 출발지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독일이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후치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육상 선수 22명(여자 18명, 남자 4명)은 무거운 마음으로 현지시간으로 7월 15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2명 중 가장 주목받는 우크라이나 선수는 여자 높이뛰기 마후치크다.

세계육상연맹은 유진 세계선수권 여자 높이뛰기 프리뷰에서 마후치크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마후치크는 올해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02를 넘어 우승했다.

시니어 무대 메이저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었다.

2022년 실외 세계 최고 기록도 마후치크가 보유하고 있다.

마후치크는 6월 체코 브르노에서 2m03을 넘었다.

올해 실외 경기에서 2m00 이상을 뛴 여자 점퍼는 마후치크 한 명뿐이다.

[세계육상] 여자 높이뛰기 '우승 후보' 마후치크 "우크라이나를 위한 도약"
그동안 마후치크는 '현역 최고 점퍼' 마리야 라시츠케네(29·러시아)의 대항마로 꼽혔다.

라시츠케네는 2015년 베이징,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등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높이뛰기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후치크는 시니어 메이저대회 데뷔전이었던 2019년 도하에서 라시츠케네에 이어 2위에 올랐고, 도쿄올림픽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세계육상연맹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의 유진 세계선수권 출전을 금지하면서 라시츠케네의 세계선수권 4연패 도전은 무산됐다.

라시츠케네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 선수의 출전을 막는 건 부당하다"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서배스천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세계육상] 여자 높이뛰기 '우승 후보' 마후치크 "우크라이나를 위한 도약"
마후치크는 "라시츠케네를 포함한 러시아 선수들과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고향 드니프로를 떠나 조금 더 안전한 국경 근처로 옮겼고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을 앞둔 3월에는 독일로 떠났다.

이후 세계육상연맹과 여러 단체의 도움 속에 독일에서 훈련했다.

마후치크는 지난 6월 올림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혼란스러웠고,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은 뒤 "그러나 내가 왜 높이뛰기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니 집중력이 생겼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내가 높이뛰기 경기에 출전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알리는 게 조금이나마 조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마후치크는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그는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의 성과, 메달보다 중요한 게 있다.

우리 우크라이나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후치크는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3시 10분 예선, 20일 오전 9시 40분 결선을 치른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점퍼'라는 걸 증명하면, 마후치크가 반전 메시지를 전할 기회는 더 늘어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