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연 2조800억원씩 보험료 수입 준다는데…건보 재정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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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현재 누적 적립금 18조원도 2024년엔 고갈 전망…다양한 재정확보방안 마련해야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춰주는 등의 조치로 보험료 수입이 많이 감소하는 내용을 담은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이 발표된 후 새삼 건보 재정 건전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 국민의 건강안전망인 건강보험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건강보험 곳간은 올해 6월 현재 18조원 가량의 누적 적립금이 쌓여 있을 정도로 비교적 넉넉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의 앞날은 절대 밝지 않다.
◇ 중장기 재정 전망 어두운데 건보료 2단계 개편으로 재정 타격 불가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건강보험은 돈 낼 사람이 급격히 줄고, 보험 혜택을 받을 사람은 크게 늘면서 지속 가능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이나 하듯 건보 재정에는 벌써 위험신호가 켜졌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건보재정은 코로나19로 의료이용이 줄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적어 2조8천229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지만, 올해 4월 현재 적자로 돌아서며 재정수지가 악화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고자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 시행하는 신속 항원 검사에 대해 올해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2개월간 보험급여를 해주면서 진료비가 급증한 영향 등으로 건보재정은 4월 말 기준으로 1조7천억원가량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9월부터 시행하는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에 대한 재산공제를 확대해 보험료 부담을 대폭 낮춰주기로 하면서 건보 재정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보험료 수입액은 올해만 7천억원 가량이 줄어들고, 연간 기준으로는 해마다 2조8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보 당국은 이미 2017년부터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기로 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기에 예측된 재정 범위 안에서 시행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건보 재정을 둘러싼 여건과 상황은 녹록지 않다.
◇ '예측된 재정 범위'라고 자신하지만…국회 "적립금 2024년 고갈 전망"
무엇보다 그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의료이용이 일상 회복 과정에서 늘면서 재정지출은 증가할 게 뻔한데다, 올가을이나 겨울철에 코로나가 재유행하기라도 하면 코로나에 대응하느라 건보 재정은 더욱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현행 건보 보장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남아있는 적립금마저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국회예산정책처는 경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지출은 2024년 106조9천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후 2025년 118조5천억원, 2028년 144조5천억원, 2030년 164조1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연평균 증가율은 8.1%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건강보험 연평균 수입 증가율은 7.2%에 그쳐 지출 증가율보다 0.9%포인트 낮다.
이 때문에 건보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4년 4조8천억원, 2025년 7조2천억원, 2028년 8조4천억원, 2030년 13조5천억원 등으로 커진다.
이에 따라 건보 적립금은 갈수록 감소해 2023년 8조원, 2024년 3조2천억원을 끝으로 한 푼도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내고 이후에는 누적 수지마저 해마다 수조원의 적자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의 건보 체계를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 건보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거나, 국고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지출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 지출구조 개선하고 다양한 재정확보방안 마련해야 건보 지속 가능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구실을 제대로 못 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할 우려가 크다.
그러면 건보가 지속 가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재정이 새는 구멍은 막고 들어오는 돈줄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우선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굴러가는 의료서비스 공급체계 아래서 과잉 진료와 의료 과다 이용, 비정상적인 진료비 청구 등의 낭비적 요소를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고령화로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 등을 국가와 의료공급자, 의료수요자가 서로 책임지고 줄이는 쪽으로 재정지출 구조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인구노령화와 보장성 강화 등으로 건보 지출은 늘어나는 만큼 지출증가를 억제할 수 있게, 의료이용량 총량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재원을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로소득이나 재산 등 특정 재원에만 쏠린 현재의 건보 재원 조달 통로를 여타 소득(금융·양도·임대소득 등)으로도 넓히는 등 다변화해 부과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말로 종료되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관련 한시 규정을 항구화하고 불투명한 지원 규정도 더욱 명확하게 뜯어고쳐 재정기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건보재정은 당초 예상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확대,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조정 등을 통해 수입을 확충하고 건보 지출을 효율화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 국민의 건강안전망인 건강보험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건강보험 곳간은 올해 6월 현재 18조원 가량의 누적 적립금이 쌓여 있을 정도로 비교적 넉넉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의 앞날은 절대 밝지 않다.
◇ 중장기 재정 전망 어두운데 건보료 2단계 개편으로 재정 타격 불가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건강보험은 돈 낼 사람이 급격히 줄고, 보험 혜택을 받을 사람은 크게 늘면서 지속 가능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이나 하듯 건보 재정에는 벌써 위험신호가 켜졌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건보재정은 코로나19로 의료이용이 줄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적어 2조8천229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지만, 올해 4월 현재 적자로 돌아서며 재정수지가 악화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고자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 시행하는 신속 항원 검사에 대해 올해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2개월간 보험급여를 해주면서 진료비가 급증한 영향 등으로 건보재정은 4월 말 기준으로 1조7천억원가량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9월부터 시행하는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에 대한 재산공제를 확대해 보험료 부담을 대폭 낮춰주기로 하면서 건보 재정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보험료 수입액은 올해만 7천억원 가량이 줄어들고, 연간 기준으로는 해마다 2조8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보 당국은 이미 2017년부터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기로 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기에 예측된 재정 범위 안에서 시행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건보 재정을 둘러싼 여건과 상황은 녹록지 않다.
◇ '예측된 재정 범위'라고 자신하지만…국회 "적립금 2024년 고갈 전망"
무엇보다 그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의료이용이 일상 회복 과정에서 늘면서 재정지출은 증가할 게 뻔한데다, 올가을이나 겨울철에 코로나가 재유행하기라도 하면 코로나에 대응하느라 건보 재정은 더욱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현행 건보 보장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남아있는 적립금마저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국회예산정책처는 경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지출은 2024년 106조9천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후 2025년 118조5천억원, 2028년 144조5천억원, 2030년 164조1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연평균 증가율은 8.1%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건강보험 연평균 수입 증가율은 7.2%에 그쳐 지출 증가율보다 0.9%포인트 낮다.
이 때문에 건보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4년 4조8천억원, 2025년 7조2천억원, 2028년 8조4천억원, 2030년 13조5천억원 등으로 커진다.
이에 따라 건보 적립금은 갈수록 감소해 2023년 8조원, 2024년 3조2천억원을 끝으로 한 푼도 남지 않고 바닥을 드러내고 이후에는 누적 수지마저 해마다 수조원의 적자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의 건보 체계를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 건보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거나, 국고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지출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 지출구조 개선하고 다양한 재정확보방안 마련해야 건보 지속 가능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구실을 제대로 못 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할 우려가 크다.
그러면 건보가 지속 가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재정이 새는 구멍은 막고 들어오는 돈줄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우선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굴러가는 의료서비스 공급체계 아래서 과잉 진료와 의료 과다 이용, 비정상적인 진료비 청구 등의 낭비적 요소를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고령화로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 등을 국가와 의료공급자, 의료수요자가 서로 책임지고 줄이는 쪽으로 재정지출 구조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인구노령화와 보장성 강화 등으로 건보 지출은 늘어나는 만큼 지출증가를 억제할 수 있게, 의료이용량 총량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재원을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로소득이나 재산 등 특정 재원에만 쏠린 현재의 건보 재원 조달 통로를 여타 소득(금융·양도·임대소득 등)으로도 넓히는 등 다변화해 부과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말로 종료되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관련 한시 규정을 항구화하고 불투명한 지원 규정도 더욱 명확하게 뜯어고쳐 재정기반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건보재정은 당초 예상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확대,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조정 등을 통해 수입을 확충하고 건보 지출을 효율화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