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620원' 최저임금 이의 18일까지 접수…재심의 가능성 낮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이슈에 관한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천160원)보다 5.0% 오른 9천620원으로 결정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8일 관보에 게재했다.
최저임금 수준이나 결정 과정 등에 이의가 있으면 열흘 뒤인 18일까지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경영계 모두 이의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노동계는 인상률이 너무 낮다고, 경영계는 인상률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와 거의 똑같은 과정을 거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한 지난해에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의결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1987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재심의를 한 적이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실질적인 관심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과 관련한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쏠려 있다.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목이다.
앞서 주로 학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 용역을 노동부에 권고했다.
공익위원들은 권고문에서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방법, 생계비 적용 방법에 대한 심의에 필요한 기초자료 연구를 완료해 2023년 최저임금 심의 요청일(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도입해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방식은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최종적으로 고시되는 다음 달 5일 이후 연구 용역 과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외부 기관에 연구를 맡길 계획인데, 어느 기관이 선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어디에서 누가 연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연구 기관을 선정하기 전 노사 양측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 간 이견이 심할 것"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정하면 결과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용역을 발주하기 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 방법도 주목된다.
연구에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채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결정하면 '지급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도 노동부와 통계청,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등의 통계가 조금씩 달라 어떤 것이 채택될지 관심을 끈다.
또 다른 연구 대상인 생계비 적용 방법의 주요 이슈는 '가구 생계비'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돼 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 결정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