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건설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시공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공사비를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질수록 사업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최악의 경우 공사비 갈등을 빚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처럼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지연 안된다"…성남·은평 재개발, 공사비 잇단 인상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재개발 사업장인 수진 1구역과 신흥 1구역은 최근 2차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서 3.3㎡당 공사비를 종전 495만원보다 15만원 올린 510만원으로 제시했다. 두 구역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을 맡은 공공 재개발 사업장이다. 상반기 각각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시멘트와 철근 등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여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수진 1구역의 재개발 규모는 5456가구, 신흥 1구역은 4183가구에 달한다.

공사비를 인상하자 건설사들도 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열린 수진 1구역 2차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DL이앤씨, 대우건설, 제일건설 등 5곳이 참여했고, 신흥 1구역 설명회에도 GS건설, DL이앤씨, 제일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4곳이 참석했다. LH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달 ‘6·2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때 분양가에 반영하도록 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시공사 선정 입찰을 앞둔 서울 용산구 한남 2구역은 지난달 3.3㎡당 공사비를 강남권 사업장에 준하는 770만원으로 책정했다. 2년 전 인근 한남 3구역이 시공사 입찰 당시 제시한 공사비(598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시공사를 이미 선정한 사업장들도 공사비를 대폭 인상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 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초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 도급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3.3㎡당 공사비를 종전 462만원에서 517만원으로 12%가량 올렸다.

대조 1구역은 2019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 및 철거 작업까지 완료한 상태지만, 공사비 마찰로 본계약이 미뤄지면서 착공이 지연돼 왔다. 조합 관계자는 “3분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조 1구역은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28개 동, 2451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이 중 483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