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경보' 곳곳서 포착…"삼성전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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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57회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 전망 매우 시끄러워져"
애플·인텔·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주문량 축소
"삼성전자, 실적 방어 위해 원가 절감 가능성"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 전망 매우 시끄러워져"
애플·인텔·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주문량 축소
"삼성전자, 실적 방어 위해 원가 절감 가능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수년간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산업에 위기 경보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징후가 뚜렷해지는 것은 물론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의 업체들이 주문량을 축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스마트폰, PC, 가전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쪼그라드는 것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잇단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로 실적 방어를 해오던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C용 D램의 경우 3분기에 5~10%가량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버용 D램 가격도 재고 압박을 받으면서 3분기 5~1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모바일 D램 가격 역시 3분기에 하락폭이 8~13%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시장의 전반적 가격 하락 폭이 기존 관측(3~8%)보다 더 큰 수준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도 불안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x8)의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3.35달러로 지난해 3월(3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4.1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같은 해 10월 3.71달러(-9.51%), 올해 1월 3.41달러(-8.09%) 등 상당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일으킨 반도체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붐이 처음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며 반도체 산업 호황이 꺾였다고 봤다.
이 매체는 또 코로나19 당시 수요가 폭발했던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 판매가 줄고 지난 5월 한국형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UST·루나 폭락에서 시작된 암호화폐 시장 혼란이 반도체 시장에 타격을 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늘었던 IT 기기의 판매가 줄어드는 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3억1000만대로 전년 대비 9.5% 감소해 모든 IT 기기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 시장조사업체 IDC가 내놓은 전망치와 비교하면 110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가트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대만 간 긴장 고조 등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공급망 붕괴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IT 기기 판매가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보다 3% 줄어든 13억5700만대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600만대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1억대 미만을 기록했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PC 반도체 부문에 보수적 시각을 드러냈고 "향후 수년간 수요가 늘지 않은 채 유지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컴퓨터 제조업체 HP와 델 테크놀로지도 저가형 소비자 PC 수요가 완만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역시 지난주 실적 발표를 통해 "PC와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업계 수요 환경이 약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TSMC의 3대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AMD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축소하거나 납기일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TSMC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오는 10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선보일 '아이폰 14' 시리즈 목표 출하량을 전작보다 10% 줄인 90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AMD도 오는 4분기와 내년 1분기 생산이 예정된 6·7나노 칩 주문량을 약 2만 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AMD는 고성능 가속처리장치(A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할 칩 대부분을 TSMC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주문량을 조정하기 위해 TSMC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4분기 선제적 파운드리 물량 확보를 위해 TSMC에 거액의 선불금을 지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간이 짧을수록 제조사는 비용 부담이 적다. 제조사는 평균 70~80일, 유통회사는 평균 50~60일의 재고회전일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53.9%나 늘었다. 그중 조립이 완료된 제품이나 상품이 14조6929억원어치에 달한다. 재고가 늘면서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 업체에도 물량 조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영업 자체가 워낙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 내부 위기감이 크다"며 "주가가 워낙 안 좋아 '비상경영' 같은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은 이미 올 상반기에 예상이 됐던 사안이다. '연착륙'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하반기 실적 방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원가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D램·낸드플레시 가격 하락 전망 나와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수요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재고 물량에 대한 압박으로 D램 공급업체들이 가격 인하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 3분기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1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공급업체들의 판매 경쟁으로 가격 전쟁이 촉발되면 가격 하락률은 10%를 넘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3~8% 수준 선에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PC용 D램의 경우 3분기에 5~10%가량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버용 D램 가격도 재고 압박을 받으면서 3분기 5~1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모바일 D램 가격 역시 3분기에 하락폭이 8~13%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시장의 전반적 가격 하락 폭이 기존 관측(3~8%)보다 더 큰 수준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도 불안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x8)의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3.35달러로 지난해 3월(3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4.1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같은 해 10월 3.71달러(-9.51%), 올해 1월 3.41달러(-8.09%) 등 상당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일으킨 반도체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붐이 처음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며 반도체 산업 호황이 꺾였다고 봤다.
이 매체는 또 코로나19 당시 수요가 폭발했던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 판매가 줄고 지난 5월 한국형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UST·루나 폭락에서 시작된 암호화폐 시장 혼란이 반도체 시장에 타격을 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늘었던 IT 기기의 판매가 줄어드는 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3억1000만대로 전년 대비 9.5% 감소해 모든 IT 기기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 시장조사업체 IDC가 내놓은 전망치와 비교하면 110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가트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대만 간 긴장 고조 등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공급망 붕괴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IT 기기 판매가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보다 3% 줄어든 13억5700만대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600만대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1억대 미만을 기록했다.
인텔·엔비디아·AMD 등 수요 축소에 적극 대응
반도체 업계는 수요 축소에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하반기 경기 전망이 매우 시끄러워졌다"며 "소비와 투자를 그에 맞춰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텔은 일시적으로 지난달 PC 반도체 부문의 고용을 동결했고 긴축 경영 조치를 시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과 영상 게임 업계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채용을 줄이기로 한 상태다. 엔비디아 반도체는 주로 암호화폐 채굴과 같이 고난도 컴퓨팅 작업이나 코로나19 시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 필요한 그래픽 카드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수요가 줄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올 상반기에만 48%나 곤두박질쳤다.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PC 반도체 부문에 보수적 시각을 드러냈고 "향후 수년간 수요가 늘지 않은 채 유지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컴퓨터 제조업체 HP와 델 테크놀로지도 저가형 소비자 PC 수요가 완만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역시 지난주 실적 발표를 통해 "PC와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업계 수요 환경이 약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TSMC의 3대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AMD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축소하거나 납기일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TSMC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오는 10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선보일 '아이폰 14' 시리즈 목표 출하량을 전작보다 10% 줄인 90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AMD도 오는 4분기와 내년 1분기 생산이 예정된 6·7나노 칩 주문량을 약 2만 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AMD는 고성능 가속처리장치(A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할 칩 대부분을 TSMC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주문량을 조정하기 위해 TSMC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4분기 선제적 파운드리 물량 확보를 위해 TSMC에 거액의 선불금을 지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 분위기
삼성전자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각종 전자제품 수요가 줄면서 삼성전자 재고도 쌓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2주 정도 늘어났다.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간이 짧을수록 제조사는 비용 부담이 적다. 제조사는 평균 70~80일, 유통회사는 평균 50~60일의 재고회전일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53.9%나 늘었다. 그중 조립이 완료된 제품이나 상품이 14조6929억원어치에 달한다. 재고가 늘면서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 업체에도 물량 조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영업 자체가 워낙 어려워지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 내부 위기감이 크다"며 "주가가 워낙 안 좋아 '비상경영' 같은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은 이미 올 상반기에 예상이 됐던 사안이다. '연착륙'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하반기 실적 방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원가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