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펠프스도 타고났다?…스포츠 본질 묻는 성전환 선수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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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 '부당 이득' 많아…성전환자에게만 따질 수 없어"
"근육량·골밀도 등 남성의 이점, 여성은 못 얻어" 반론도 "모든 선수가 똑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다는 게 스포츠의 본질입니다.
"
스포츠 윤리를 연구하는 박성주 국민대학교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 스포츠계에 불거진 '성전환 선수 논란'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각 종목을 관장하는 국제 스포츠 연맹 가운데 일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의 여성부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제수영연맹(FINA)이 12세 이전에 성(性)을 전환한 경우에만 여성부 출전을 허용하는 새 정책을 채택한 것이 시작이었다.
럭비 종목을 양분하는 13인제 럭비 대표 단체인 국제럭비리그(IRL)도 이틀 뒤 당분간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막겠다고 밝혔다.
단체 차원에서 공식 성명을 내진 않았지만 세계육상연맹 회장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FINA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런 흐름을 놓고 박 교수는 "스포츠에서의 출발선을 본래 다 다르다.
이를 근거로 성전환 선수를 여성부 대회에서 배제하는 건 공정성보다 더 큰 인간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박 교수는 "스포츠에서 공정성의 핵심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지 여부인데 이미 이런 이득은 너무나 많다"며 "고지대에 사는 장거리 종목 선수는 저지대 사람보다, 부국 선수가 빈국 선수보다 유리하게 경쟁을 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독 성전환 선수와 관련해 이런 공정성의 잣대를 적용하는 건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한국에는 엘리트 수준의 성전환 선수가 공식적으로 없다.
관련 학계 논의도 소수다.
한국에서는 2020년 박 교수가 스포츠 윤리상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이 공정한지 따져보는 논문을 낸 것이 그나마 최근 연구다.
그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사례를 들며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펠프스는 손목, 발목, 팔꿈치에 이중 관절을 지니고 있는 데다 194㎝ 신장에 특출나게 상체와 팔이 길다.
다른 선수보다 수영에 유리하게 태어났다.
선수들이 전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쏟아부은 노력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스포츠의 전제 조건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논리에서 박 교수는 성전환 선수가 생물·생리학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펠프스의 우위가 '용인되는 불평등'인 만큼, 성전환 선수들이 지닌 신체적 이점도 적절한 조건을 설정하면 경쟁 자체를 어렵게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게 된다는 것이다.
성별 발달 연구자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자문역이었던 에릭 빌라인 조지워싱턴대학 유전체학과 교수도 2020년 뉴욕타임스에 유사한 설명을 내놨다.
그는 "성전환 선수가 일부 우위를 지닌다고 해도 그게 항상 '불공정'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모든 정상급 선수들은 다른 선수보다 그런 우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우사인 볼트가 매번 이긴다고 불공평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전환 선수가 얼마나 신체적 우위를 갖는지, 이런 차이가 실제 경기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만드는지, 나아가 이런 차이가 '용납될 수 있는지'는 논쟁적 영역이다.
해외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다.
사회의 멸시적 시선을 우려해 대부분 성 정체성을 감추는 탓에 연구자들이 '성전환 운동선수' 표본을 모으기가 어렵다.
특히 신체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를 꾸준히 받을 시 성전환 선수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지는지 연구는 드물다.
올해 초 발간된 운동생리학자 조안나 하퍼의 논문에 따르면 당시까지 전문 선수 수준의 표본으로 장기적 경과를 확인한 연구는 2건뿐이며, 이마저도 각 연구 간 결론이 엄밀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2015년 하퍼 본인의 연구에서는 지속적 호르몬 요법을 진행했던 8명의 성전환 장거리 육상선수는 모두 경주 속도가 기존보다 10% 이상 떨어져 여성부에서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경기력이 내려왔었다.
그런데 2020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연구진이 성을 여성으로 바꾼 군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에서는 다른 여성 비교군과 차이가 없었지만, 1.5㎞ 달리기는 훨씬 잘 뛰는 차이를 보였다.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대회 출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보는 토미 룬드버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원도 이런 '운동선수' 대상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운동생리학 분야 전문가인 그는 2020년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법이 성전환자의 근육량, 골밀도와 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다.
이 연구는 2020년 7·10·15인제 럭비 대표기구인 월드 럭비(WR)가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데 영향을 줬다.
그러나 룬드버그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운동선수 수준의 훈련을 받지 않은 성전환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요법의 효과를 따져본 연구는 많다"며 "남성으로 타고난 덕에 얻은 근육량과 힘의 우위는 요법을 오래 시행해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룬드버그 연구원은 '볼트와 펠프스의 우위'를 두고 성전환 선수가 지닌 이점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고난 이점 중 어떤 것은 보상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며 "남성이었기 때문에 얻은 이점은 여성들이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은 사춘기부터 근육량, 골밀도를 비롯해 심장, 폐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변하기 시작한다.
룬드버그 연구원은 "남성 호르몬을 억제한다고 해도 이런 근육량 등의 차이를 완전히 줄일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성전환 선수에게서 이런 이점을 없앨 의학적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전환 선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공정성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근육량·골밀도 등 남성의 이점, 여성은 못 얻어" 반론도 "모든 선수가 똑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다는 게 스포츠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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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윤리를 연구하는 박성주 국민대학교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 스포츠계에 불거진 '성전환 선수 논란'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각 종목을 관장하는 국제 스포츠 연맹 가운데 일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의 여성부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제수영연맹(FINA)이 12세 이전에 성(性)을 전환한 경우에만 여성부 출전을 허용하는 새 정책을 채택한 것이 시작이었다.
럭비 종목을 양분하는 13인제 럭비 대표 단체인 국제럭비리그(IRL)도 이틀 뒤 당분간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막겠다고 밝혔다.
단체 차원에서 공식 성명을 내진 않았지만 세계육상연맹 회장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FINA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런 흐름을 놓고 박 교수는 "스포츠에서의 출발선을 본래 다 다르다.
이를 근거로 성전환 선수를 여성부 대회에서 배제하는 건 공정성보다 더 큰 인간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박 교수는 "스포츠에서 공정성의 핵심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지 여부인데 이미 이런 이득은 너무나 많다"며 "고지대에 사는 장거리 종목 선수는 저지대 사람보다, 부국 선수가 빈국 선수보다 유리하게 경쟁을 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독 성전환 선수와 관련해 이런 공정성의 잣대를 적용하는 건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한국에는 엘리트 수준의 성전환 선수가 공식적으로 없다.
관련 학계 논의도 소수다.
한국에서는 2020년 박 교수가 스포츠 윤리상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이 공정한지 따져보는 논문을 낸 것이 그나마 최근 연구다.
그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사례를 들며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펠프스는 손목, 발목, 팔꿈치에 이중 관절을 지니고 있는 데다 194㎝ 신장에 특출나게 상체와 팔이 길다.
다른 선수보다 수영에 유리하게 태어났다.
선수들이 전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쏟아부은 노력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스포츠의 전제 조건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논리에서 박 교수는 성전환 선수가 생물·생리학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펠프스의 우위가 '용인되는 불평등'인 만큼, 성전환 선수들이 지닌 신체적 이점도 적절한 조건을 설정하면 경쟁 자체를 어렵게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게 된다는 것이다.
성별 발달 연구자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자문역이었던 에릭 빌라인 조지워싱턴대학 유전체학과 교수도 2020년 뉴욕타임스에 유사한 설명을 내놨다.
그는 "성전환 선수가 일부 우위를 지닌다고 해도 그게 항상 '불공정'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모든 정상급 선수들은 다른 선수보다 그런 우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우사인 볼트가 매번 이긴다고 불공평하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전환 선수가 얼마나 신체적 우위를 갖는지, 이런 차이가 실제 경기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만드는지, 나아가 이런 차이가 '용납될 수 있는지'는 논쟁적 영역이다.
해외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다.
사회의 멸시적 시선을 우려해 대부분 성 정체성을 감추는 탓에 연구자들이 '성전환 운동선수' 표본을 모으기가 어렵다.
특히 신체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를 꾸준히 받을 시 성전환 선수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지는지 연구는 드물다.
올해 초 발간된 운동생리학자 조안나 하퍼의 논문에 따르면 당시까지 전문 선수 수준의 표본으로 장기적 경과를 확인한 연구는 2건뿐이며, 이마저도 각 연구 간 결론이 엄밀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2015년 하퍼 본인의 연구에서는 지속적 호르몬 요법을 진행했던 8명의 성전환 장거리 육상선수는 모두 경주 속도가 기존보다 10% 이상 떨어져 여성부에서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경기력이 내려왔었다.
그런데 2020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연구진이 성을 여성으로 바꾼 군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에서는 다른 여성 비교군과 차이가 없었지만, 1.5㎞ 달리기는 훨씬 잘 뛰는 차이를 보였다.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대회 출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보는 토미 룬드버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원도 이런 '운동선수' 대상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운동생리학 분야 전문가인 그는 2020년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법이 성전환자의 근육량, 골밀도와 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다.
이 연구는 2020년 7·10·15인제 럭비 대표기구인 월드 럭비(WR)가 세계 최초로 여자부 국제 대회에 성전환 선수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데 영향을 줬다.
그러나 룬드버그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운동선수 수준의 훈련을 받지 않은 성전환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요법의 효과를 따져본 연구는 많다"며 "남성으로 타고난 덕에 얻은 근육량과 힘의 우위는 요법을 오래 시행해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룬드버그 연구원은 '볼트와 펠프스의 우위'를 두고 성전환 선수가 지닌 이점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고난 이점 중 어떤 것은 보상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며 "남성이었기 때문에 얻은 이점은 여성들이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은 사춘기부터 근육량, 골밀도를 비롯해 심장, 폐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변하기 시작한다.
룬드버그 연구원은 "남성 호르몬을 억제한다고 해도 이런 근육량 등의 차이를 완전히 줄일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성전환 선수에게서 이런 이점을 없앨 의학적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전환 선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공정성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