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연금이 예산의 70%…상업광고 허용돼도 효과 크지 않아"
"시민참여·지역방송 역할 수행…'김어준 뉴스공장' 편파성 판단에 의문"
TBS 대표 "서울시 지원폐지 조례는 토끼몰이식 협박…운영 불가"
이강택 TBS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례를 발의한 데 대해 "토끼몰이식 협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TBS 집무실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간 (국민의힘 주장) 흐름을 보면 전형적인 정쟁 방식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TBS는 교통방송인데 왜 다른 것을 하느냐고 지적했는데, 올해 들어 오세훈 시장이 교육방송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며 "서울시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정치적 공정성이 문제가 있고 교통방송이 낡았으니 아예 민영화를 하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 측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양손에 무기를 들고 TBS 구성원들을 협박하면서 '이제 빠져나갈 수 없으니 선택해'라고 하는 토끼몰이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재 운용 중인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내년 7월 1일 자로 폐지해 서울시가 TBS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없애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했다.

올해 기준 서울시의 TBS 출연금은 320억원으로 TBS 전체 예산의 70% 수준이다.

출연금이 사라지면 TBS는 사실상 존폐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내년 1년부터 서울시 지원이 끊길 경우 TBS의 정상 운영이 가능한지 묻자 이 대표는 "예산의 70%가 없어지면 뭘 할 수 있겠나.

사실상 문 닫으라는 소리"라고 했다.

이어 "출연금 대부분은 인건비로 사용되는데, 가성비가 안 나오는 프로그램은 모두 폐지하고 초저가형만 남게 될 것"이라며 "T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사업비와 제작 예산이 아주 적어 창의력 하나로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출연금도 지난해보다 55억원 삭감돼 '마른행주를 짜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보화 사업 등 일부 핵심 사업이 중단됐고, 방송 프로그램도 외부 인사를 영입하지 못하고 소속 아나운서들이 진행을 맡는 형편이라고 했다.

TBS가 민영방송이 되면 상업광고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라디오 광고시장이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타 방송국 등을 고려할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TBS의 상업광고 허용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설사 허용이 된다고 해도 상업광고를 하려면 사람도 필요하고 영업망도 갖춰야 하므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상업광고에 따른 (재원) 순증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TBS는 공공 캠페인 등을 협찬 형태로 하는데, 여기에 더해 광고가 얼마나 더 늘지 의문이다.

라디오 광고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버리고 상업광고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인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TBS 대표 "서울시 지원폐지 조례는 토끼몰이식 협박…운영 불가"
TBS도 서울시 출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재정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TBS가 자립을 준비를 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기간'이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방송발전기금이나 지역방송 지원에 TBS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고, 정부 기관 등과 협력 사업도 논의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공영방송을 지향하는 이상 공적 재원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준비 기간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TBS 설립 목적이었던 교통방송의 수명이 끝났으니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는 오 시장의 방침에 대해 이미 TBS는 코로나19·날씨특보, 지역방송, 시민참여 방송 등으로 시대에 맞게 기능을 전환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현재 TBS가 뭘 하고 있는지에 기초해 (기능 전환을)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특보를 지속해서 방송했고, 며칠 전 폭우 때는 아침 출근 시간에 (인기 프로그램인) '뉴스공장' 시간을 줄여가며 날씨 특집을 편성했다"며 "지역성 있는 콘텐츠 '역사스테이 흔적',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인 '우리동네 라디오' 등으로 지역방송, 시민참여형 방송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TBS는 교통·기상을 기본으로 한 방송 전반을 할 수 있고, 한발 한발 계속 나아가고 있다"며 "만약 교육방송이 필요하다면 지금 상태에서 관련 프로그램과 사업 등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TBS 대표 "서울시 지원폐지 조례는 토끼몰이식 협박…운영 불가"
TBS와 국민의힘은 이번 조례안 발의 이전부터 계속 갈등해왔다.

국민의힘은 진보 인사로 꼽히는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이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지속해왔다.

최근 서울시 감사에서 TBS는 '뉴스공장'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 이후 후속 대처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기관장 경고'를, 김씨가 계약서 없이 출연료를 지급받았다는 내용으로 '기관 경고'를 통보받았다.

이 대표는 정치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 "공정한지, 편파적인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며 "정치 공정성에 대한 판단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1987년도에 페어니스 독트린(공정원칙)이 폐지돼 정치적 공정성을 심의하지 않고, 일본, 영국도 심의하지 않는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심의를 한다는 건데, 과연 그 민원이나 그에 대한 심의가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뉴스공장'과 관련해 "편파적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나니 그런 식으로 계속 분위기가 유도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그러다 보니 (보수성향) 출연자들이 안 나오려고 해 의도치 않게 출연자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도 있고, 부분적으로 팩트 확인에 실수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만 자꾸 부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진도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팬덤(지지층)뿐만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고 보편성을 지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오래된 프로그램이라서 시민, 학계,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한 리뉴얼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런 작업은 타율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