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학생 배려' 정책에 상위권 학위등급 비율↑
코로나 학위 인플레에 英대학들 "등급 짜게 주겠다" 선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발생한 '학위 인플레이션' 현상을 되돌리기 위해 영국 대학들이 상위권 졸업생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대학 협의체인 대학부총장협의회(UUK)와 길드HE는 상위권 학위 등급을 받고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을 2023년까지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영국 대학에서는 졸업할 때 성적에 따라 1등급(70% 이상)부터 상위 2등급(60~69%), 하위 2등급(50~59%), 3등급(40~49%), 낙제(40% 미만) 등으로 학위 등급을 부여받는다.

이 가운데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1등급과 상위 2등급 졸업생의 비율이 최근 2년여간 급증하면서 일종의 '상향 평준화' 현상이 발생한 것을 정상화하겠다는 게 영국 대학들의 입장이다.

UUK와 길드HE는 성명을 통해 "교육 개선과 학생 노력으로 설명되지 않는 학점 인플레이션은 등급 체계에 대한 학생과 고용주의 신뢰를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고등교육통계청(HESA)에 따르면 영국 내 대학의 1등급 졸업생 비율은 팬데믹 이전인 2018~2019학년도 28%에서 이후인 2020~2021학년도 36%로 증가했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한 영국 대학의 평가정책 변경이 지목된다.

영국 대학들은 팬데믹 첫해였던 2019~2020년 학기에 비대면 수업 등 코로나19로 인한 학업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일종의 안전망인 '무손실'(no detriment) 정책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학생이 받는 최종 학점이 코로나19 유행 전 평균 학업 성과보다 낮아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등 조처가 포함됐다.

영국 고등교육 감독기관인 학생지원센터(OFS)와 교육 당국은 이로 인해 대학 졸업생 성적이 전체적으로 고평가되면서 변별력이 약화해 영국 고등교육의 평판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셸 도넬런 영국 대학부 장관은 상위권 졸업생 비율을 조정한다는 영국 대학들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고용주들이 대학 과정의 높은 가치와 엄격한 평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