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초토화된 자국을 재건하는 데 7천500억 달러(약 972조원)가 필요하다고 자체 추산했다.
재건 비용은 러시아 정부나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의 동결된 해외자산을 압류·매각해 충당하자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구상이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4일(현지시간) 스위스 루가노에서 개막한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를 논의하는 최초의 고위급 국제회의인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최초로 이런 내용의 수백 페이지 규모 우크라이나 재건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세계 38개국 정부 고위 대표자와 유럽연합(EU), 세계은행 등 14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슈미갈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데 7천5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중 3천억(약 389조원)∼5천억 달러(648조원)는 전세계에서 동결된 러시아 정부나 올리가르히의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와 민간부문, 대출 등 재정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며 "상수도나 교량 등 가장 절박한 부문의 복구는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은 1천억 달러(약 130조원) 상당이 파괴된 상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연설을 통해 "폐허가 있는 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삶의 토대를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그때까지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U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플랫폼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사업과 이에 필요한 투자액을 묶고, 사업 진행 상황을 조율하고, 필요한 자원이 유도될 것이라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설명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에 62억 유로(약 8조4천억원)를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추후 더 많은 액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스벤야 슐체 독일 교육·개발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슐체 장관은 이날 바이에른 방송에 출연,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수천억 유로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 짐은 EU 홀로 질 수 있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나눠서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까지 이어지는 이 날 회의에는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정상을 비롯해 브라이언 매키언 미국 국무부 관리 및 지원 담당 부장관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 우리나라에서는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이 참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난민기구(UNHCR)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복구·개발 계획, 복구의 방법, 우선순위, 원칙,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기반시설 손실 복구, 현재 상황에 필요하거나 적용 가능한 개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는 5천억(약 650조원)∼1조달러(약 1천300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해왔다.
키이우 경제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기반시설만 950억달러(약 123조원) 상당이 파괴됐다.
이에 더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0%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세수가 들어오지 않아 빚이 쌓이고 있다.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유엔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북쪽 지방에서 피난했던 550만명이 다시 고향으로 복귀했다.
이들은 파괴된 기반시설과 주택을 마주하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동유럽 전문가인 하이코 플라이네스는 ZDF방송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병원 등의 재건을 유예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