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렌즈 年 20% 성장 스타비젼
VIG, '미래' 보고 1300억에 인수
홍콩 렌즈 판매체인 사들이고
日 조인트벤처…해외공략 성공
투자금 두 배인 2100억에 매각
토종 사모펀드(PEF)의 맏형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2018년 뷰티 콘택트렌즈(컬러렌즈) 판매업체 스타비젼을 인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K팝 스타들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공급망과 글로벌 판매망을 체계화하면 회사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PEF의 투자 제안에 선뜻 마음을 열지 않던 창업주 박상진 스타비젼 부회장도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회사로 만들자’는 설득에 VIG와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VIG파트너스는 2018년 6월 1375억원에 인수한 스타비젼 지분 51%를 지난달 말 2100억원에 매각해 5년여 만에 투자금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스타비젼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컬러렌즈 시장은 5년간 연평균 21%씩 성장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컬러렌즈를 착용하는 여성 60%가 컬러렌즈를 필수 메이크업 제품으로 인식했고, 85%는 5년 이상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선뜻 손을 못 대는 이유가 있었다. 현행 안경사법상 콘택트렌즈는 안경사가 상주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매출을 늘리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유일한 해법은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해외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VIG파트너스는 2013년 인수한 삼양옵틱스를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이 있었다. 스타비젼도 그렇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인수 후 우선 공급망 안정에 집중했다. 당시 스타비젼은 복수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에서 렌즈를 공급받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OEM업체가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경쟁사인 만큼 예고 없이 납품을 줄일 우려가 있었다. VIG파트너스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8년 9월 콘택트렌즈 OEM 업계 2위인 지오메디컬을 스타비젼을 통해 추가 인수했다. 신규 자금을 투입해 9900㎡ 규모의 설비도 신축했다.
생산망이 안정을 찾자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한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2019년 홍콩 1위 콘택트렌즈 판매 체인인 핑크아이콘을 인수했다. 일본에선 현지 의료기기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에서는 현지 온라인 플랫폼 공략에 나섰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대표 온라인쇼핑몰 티몰 입점을 따냈다. 때마침 모델로 발탁한 걸그룹 블랙핑크가 한·중·일은 물론 동남아시아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이들이 착용한 컬러렌즈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했다.
2020년 국내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면서 크게 위축됐다. 일부 경쟁사는 고사할 정도였다. VIG파트너스의 기업가치 개선 전략은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오히려 빛을 봤다.
VIG파트너스 인수 이전 599억원에 그쳤던 스타비젼 매출은 지난해 1006억원으로 늘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176억원에서 270억원으로 급증했다. 해외 매출은 63억원에서 344억원까지 뛰어올랐다. 회사가 궤도에 오르자 여러 곳에서 인수 러브콜이 들어왔다.
VIG파트너스는 창업주인 박 부회장과 PEF 운용사인 PS얼라이언스-펄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회사를 더 키울 적임자라고 판단해 지난달 말 매각을 마무리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