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공계 대학원생들, 윤성로 교수팀 표절 사태에 "예견됐던 일"
윤성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국제 학술대회 표절 논문 제출 사태가 예견됐던 일이라는 비판이 학내 이공계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막으려면 실적 경쟁에 내몰려 논문을 찍어내듯 하는 관행과 인공지능(AI) 등 학계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서울대 AI 대학원에 재학 중인 A씨는 "일련의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윤 교수의 랩(연구실)은 약 40명 정도로 구성돼 여러 개의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팀은 보통 박사과정생이 팀장으로 리드하고 팀원들은 팀장의 지도를 주로 받아 교수를 볼 일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의 랩은 워낙 사람이 많고 하는 프로젝트도 다양하기 때문에 '교수 1명이 다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예전부터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 B씨는 AI 학계의 구조적 특성이 이번 '표절 논문'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학계는 발전이 빠른 만큼 실적 경쟁과 압박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AI 학계에서 '실적'은 학술지 논문과 비교했을 때 동료평가(피어 리뷰) 검증, 연구 윤리 기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학회 논문을 더 크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특성상 학계의 발전은 더 빠르지만, 연구 윤리적 문제들은 위험성이 큰 구조"라고 지적했다.

B씨는 "최근 AI 연구 투자가 증가하면서 학생 수가 늘게 되었는데 많은 학생을 받아서 실적이 증가하면 연구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길 수 있지만 랩의 연구 퀄리티 조절과 연구 지도가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석사과정을 졸업한 20대 C씨는 "대학원에 다닐 당시 (나의 경우) 지도교수 1명에게 20명 내외가 지도를 받았다"며 "20명 내외에서도 교수와 1대 1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보다 인원이 더 많은 랩이라면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공계가 인기를 끌다 보니 교수의 수에 비해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신 저자로서 논문을 확인하지 않은 윤 교수의 문제도 있지만 아마 학생 개개인을 관리하기엔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교수가 지도하는 인공지능(AI) 연구진은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 2022'에 영상 속 물체의 움직임이나 빛의 변화 등 이벤트 데이터를 기존 기술보다 빠르게 인식하는 방법을 다룬 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은 일부가 표절인 것으로 드러났고, 서울대와 학회 주최이자 세계 최대 공학 학술단체인 국제전기전자공학자학회(IEEE)가 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