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중국 당국의 노력에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인 5.5%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억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기둔화, 세계 인플레이션 완화 요인 될 수도"
WSJ은 우선 최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중국발 공급망 차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중국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보내는 컨테이너 1개 운임은 1주 전보다 15%, 1년 전보다 13% 각각 하락했다.

또 이런 가운데 서구의 소비재 수요가 줄어드는 징후가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타깃 등 미국 소매업체들은 상품 재고가 쌓이면서 재정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케아도 유럽 내 창고들이 재고로 꽉 찬 상태라고 이케아 측이 밝혔다.

WSJ은 미국과 유럽의 소비 부진은 물론 중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재고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6.4%로 7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4월 중국 기업의 완제품 재고는 1년 전보다 20% 늘어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엄 그룹의 중국시장 조사 임원인 로건 라이트는 중국 경기 둔화가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횟수는 훨씬 더 적고 인상 폭은 훨씬 더 낮아질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코로나 제로'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또 도시를 봉쇄하게 되면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또 중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건설용 철광석·구리 등 원자재 사용을 늘리면 국제 가격 상승을 부를 수 있고,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면 석유·석탄 수요 증가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 폭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도시 봉쇄 조치 여파로 세계적으로 식품과 상품 가격이 급등해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실제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8.6%를 기록했고,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초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 1.6%에서 연말까지 3.5%로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며, 유럽중앙은행(ECB)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했다.

인도중앙은행(RBI)도 2개월 만인 지난달 다시 기준금리를 높였다.

호주중앙은행(RBA)도 지난 5월 10년 만에 첫 금리 인상을 한 데 이어 지난달 다시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