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항 공동 선언문 채택…'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 공동 노력키로
'전경련 탈퇴'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사장들 이례적 참석
한일재계회의 3년만에 개최…"한일관계 개선에 경제계가 앞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속 열리지 않았던 한일재계회의가 4일 3년 만에 개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오전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과 함께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두 단체는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이 회의를 만들었고,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어왔지만 코로나19 탓에 2020년과 지난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 한일 경제 동향 및 전망 ▲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 새로운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 등이 논의됐다.

구체적으로 상호 수출 규제 폐지,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발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필요성 등이 안건에 올랐다.

전경련 참석자들은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요청했다.

또 경제 분야에서의 한미일 3각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및 정기회의 개최 제안도 나왔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한일재계회의 3년만에 개최…"한일관계 개선에 경제계가 앞장"
회의 결과 양측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전경련과 게이단렌을 주축으로 한 양국 경제계가 나서기로 합의하는 등 8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우선 1998년 '한일 공동선언 -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님도 작년 취임 시 이 선언이 한일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선언의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한국의 CPTPP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쿠라 회장은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외에도 공동선언문에는 민간 교류 정상화를 위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 부활 필요성 확인, 내년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 개최 등의 합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허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등 20명이 참석했다.

특히 전경련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탈퇴한 4대 그룹 등 대기업 사장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이날 회의에 함께했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토바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