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은퇴식 열린 3일 잠실 롯데전 5이닝 무실점
등번호 33번, '휘문택'을 등에 새긴 임찬규(30·LG 트윈스)는 비장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무실점 이닝을 1회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더니, 5회 마지막 타자 정보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마운드를 걸어 내려가는 임찬규의 얼굴에서는 선배 박용택의 은퇴식을 망쳐놓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가득했다.

임찬규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시속은 145㎞까지 나왔고, 5회까지 고작 54개만을 던지고 약속한 대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해 들쭉날쭉한 모습으로 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무르고 있는 임찬규는 올 시즌 3번째로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임무를 마쳤다.

이날은 임찬규의 휘문고 13년 대선배, 박용택(43) KBSN 해설위원이 은퇴식을 치른 날이다.

2020년 유니폼을 벗은 박용택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늦게 은퇴식을 치렀다.

현역 시절 수많은 별명으로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박용택은 후배들에게 경기 당일에 달고 뛸 별명을 여러 개 제시했다.

임찬규가 선택한 별명은 '휘문택'이었다.

박용택은 경기에 앞서서 친한 후배 임찬규의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면서 "경기 시작 직후 찬규가 정신 차리도록 가볍게 때리기로 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박용택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지만, 임찬규는 긴장하지 않고 1회 1사 1루에서 이대호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좋은 출발을 예고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전준우를 내야 안타로 내보낸 뒤 후속 3타자를 범타로 요리했고, 3회에는 무사 1루에서 정보근의 번트 타구를 포수 유강남이 병살타로 연결해 한숨을 돌렸다.

4회 삼자 범퇴를 거쳐, 5회 선두타자 정훈을 좌전 안타로 내보낸 뒤에도 1-0 리드를 지킨 채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임찬규는 6회부터 마운드를 김진성에게 넘겼다.

LG가 리드를 유지한 채 승리하면, 임찬규는 시즌 4승째를 챙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