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시티
[신간] 노 본스·근무일지
▲ 노 본스 =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소설 '밀크맨'으로 2018년 부커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출신 작가 애나 번스의 데뷔작이다.

영어권에서 '트러블'(The Troubles)로 칭해지는 북아일랜드 분쟁 시기를 배경으로 벨파스트 마을 아도인에 사는 소녀 어밀리아와 가족, 이웃의 이야기를 그렸다.

'트러블'은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와 재합병하려는 가톨릭 세력과 영국 일부로 남길 원하는 개신교 세력 사이에 30년 넘게 이어진 분쟁이다.

"트러블은 목요일에 시작됐다"고 문을 여는 소설은 혐오와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보통의 삶과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부커상 수상 소감에서 "나는 폭력과 불신, 피해망상이 만연하고 사람들은 가능한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곳에서 성장했다"고 아도인을 묘사했다.

이 책 출간을 기념해 '밀크맨'도 새로운 표지의 특별판으로 다시 나왔다.

창비. 472쪽. 1만7천 원.
[신간] 노 본스·근무일지
▲ 근무일지 = 이용훈 지음.
2018년 등단한 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등단작 '대림성 나마스테'를 비롯해 67편이 수록됐다.

일용직 노동자, 수화물 터미널 일꾼, 모텔 청소부, 택배 기사 등 온갖 일터를 전전한 시인의 경험에서 써 내려간 기록이다.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노동 현장의 실상과 노동하는 삶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시인이 겪은 일터에서 안전은 번거로운 지침이 되고 인격은 말살된다.

'나는 매일같이 컨베이어의 지시를 받는다 질질 끌려 갈 수밖에 없어'('홀로 코스트코 홀세일')
'휙- 건설 중이고 또 휙- 철거되'('굴러온')는 현대 자본주의의 파괴적 생산 현장에는 쇠막대 하나를 쥐고 외줄을 타는 '붕붕 뜨는 몸짓들이 있다'('해체되기 위한 쇼')
창비. 140쪽. 1만1천 원.
[신간] 노 본스·근무일지
▲ 에메랄드 시티 =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2010년 발표한 '깡패단의 방문'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의 유일한 소설집이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뉴요커, 지큐 등의 잡지에 발표한 작품 11편을 모았다.

표제작을 비롯해 '왜 중국이에요?', '묘기를 구경하다' 등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꿈을 이루고자 뉴욕에 와 악전고투하지만 세계적인 모델이 되는 길은 요원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가장은 가정을 지키려다 횡령을 저지르고, 안정적이던 관계는 외도 고백과 과거 폭로로 흔들린다.

이들은 여행을 떠나 자기 현실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문학동네. 288쪽. 1만4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