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가 공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2상 결과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에 생긴 염증과 간세포 팽창을 완화하는 덴 효과를 보였으나 이미 진행된 섬유화를 되돌리는 데는 위약 대비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2일~26일 개최된 유럽 간 연구협회(EASL) 연례회의에 참가해 NASH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오젬픽) 임상 2상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9일(런던 시간)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2형 당뇨환자를 위한 체중조절약이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적응증을 NASH로 확장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EASL에서 발표한 내용은 간섬유화 단계 1~4단계 환자를 모두 포함한 임상 2상(NCT03987451)의 결과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간섬유화 1~3단계 경증~중등증 환자만 포함한 임상2상(NCT02970942)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자 간경변에 해당하는 중증의 4단계 환자를 추가해 임상을 했다.

앞선 임상에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았던 노보 노디스크가 '절반의 성공'이란 '어정쩡한' 결과를 받게된 이유는 뭘까. 이번 임상에서 간 섬유화 단계를 낮추는 효과가 위약 대비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NASH 환자 7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 2.4㎎을 투약한 환자는 10.6%가 NASH 악화 없이 간 섬유증이 개선(단계가 한 단계 이상 내려감)된 반면, 위약을 받은 환자 중엔 29.2%가 간 섬유증이 개선됐다. 오히려 위약을 받은 환자군에서 더 나은 섬유화 개선이 보고됐다.
간 염증 정도(NASH)의 개선을 보는 2차 평가변수에선 세마글루타이드의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됐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 환자의 34%가 간 염증이 줄어든 반면, 위약군에선 간 염증이 줄어든 비율이 20.8%에 그쳤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외에도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증가시키는 지단백 콜레스테롤과 트리글리세리드를 낮추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세마글루타이드의 간 섬유화 개선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원인이 “간경병증 진행 단계인 간섬유화 F4 단계 NASH 환자들에게서 (간섬유화를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약이 듣지 않는 F4 단계 환자들을 임상에 포함해 데이터를 합산하다보니 약의 효과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F1~F3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앞선 임상2상에서는 투약군 중 59%가 간섬유화가 개선됐다. 위약을 받은 대조군 중 간섬유화가 개선된 비율은 17%에 그쳤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단순히 체중을 감소시키는 전략만으론 간경변에 이른 F4 단계 NASH 환자들의 간 섬유화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실제로 많은 제약사와 신약벤처들이 체중을 줄여 간조직내 지방을 감소시키는 전략으로 섬유화된 간 조직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도 “체중 및 지방만 감소시키는 단일 전략으론 F4 단계 간경변 환자의 간 섬유화 상태를 되돌린 임상 결과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주성분인 GLP-1 RA(수용체 효능제)는 강력한 체중감소 물질로 꼽힌다. 인슐린 분비를 강화해 혈당 수치와 체중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번 임상 중 추정 치료 차이(estimated treatment difference, ETD)는 –8.75kg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 받은 환자들의 체중이 유의미하게 더 줄었다. 하지만 F4 단계 환자의 간섬유화를 개선시키기엔 부족했다. 이 관계자는 “체중 감소로 간 섬유화 개선에 성공해 학계에 보고된 경우는 약이 아닌 지방절제술을 이용했던 클리브랜드 클리닉 사례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약으로 간섬유화 F4 단계는 정복 불가능?
제약바이오업계는 미국 신약벤처 아케로 테라퓨틱스의 임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케로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9월 NASH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FGF21 효능제 ‘에프룩시페민(EFX)’으로 임상 2상(NCT05039450)을 시작했다.

FGF21 효능제는 지방간과 염증을 막는 기능을 한다. 염증은 간조직의 섬유화를 유발하는 주요 기전 중 하나다. 업계의 기대가 큰 까닭은 EFX가 앞선 임상에서 보여준 효능 때문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수가 17명으로 그 수가 적지만, EFX를 투약한 F4단계 환자 중 33%에게서 간섬유화가 한 단계 이상 개선됐다. 위약군 중 간섬유화가 개선된 사례는 없었다.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은 자사의 FGF21 효능제 페그벨페르민(BMS-986036)과 EFX를 두고 효능과 지속시간 등을 저울질하다 페그벨페르민의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아케로 테라퓨틱스의 임상 2상 설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코호트를 간섬유화 정도에 따라 경증~중등증의 F1~F3단계 환자군과 중증인 F4 단계 환자군으로 아예 나눴다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처럼 여러 섬유화 단계의 환자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 동시에 임상을 수행했다가 데이터가 섞이는 일을 사전에 방지했다. F1~F3단계 환자군 코호트에 대한 결과는 오는 3분기 중 공개될 예정이다.

아케로 테라퓨틱스의 임상 결과가 주목 받는 또 다른 까닭은 여러 제약사, 신약벤처가 FGF21 효능제를 GLP-1 작용제와 같은 약물과 병용하거나 이를 하나로 합친 다중작용제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우수한 FGF21 효능제로 주목받는 EFX의 임상 결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이를 이용한 후보물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한양행과 베링거인겔하임이 공동 개발 중인 ‘YH25724’는 FGF21과 GLP-1 호르몬을 합친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의 ‘OGB21502’는 GLP-1과 FGF21 그리고 염증을 막는 안티사이토카인을 결합한 삼중작용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