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예금에 투자하던 뉴질랜드…이젠 주식·부동산 비중 늘려
뉴질랜드는 2007년 퇴직연금 제도 ‘키위세이버’ 시행과 함께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웃 나라인 호주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디폴트옵션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지정했다.

그랬던 뉴질랜드가 작년 말 퇴직연금 제도를 개편했다. 작년 12월 1일 디폴트옵션 상품의 성장형 자산 비중을 기존 15~25%에서 35~63%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디폴트옵션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별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은 퇴직연금 가입자는 주식, 부동산 등 성장형 자산을 35~63% 담은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게 된다.

이처럼 뉴질랜드가 제도를 손질한 것은 2007년 키위세이버 도입 이후 수익률이 장기간 저조했기 때문이다. 키위세이버의 최근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4.58%에 머물렀다. 자산의 대부분이 채권, 예금, 현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8.5%를 기록한 호주의 절반 수준이다. 호주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70%를 성장형 자산에 투자한다.

뉴질랜드 재무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가입자들의 노후 연금 수령액이 평균 5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연봉 4만2500뉴질랜드달러(약 3500만원)를 받는 근로자가 월급의 3%를 퇴직연금에 납부하는 경우 이 근로자가 은퇴 후 받는 연금은 주당 166뉴질랜드달러(약 13만5000원)에서 242뉴질랜드달러(약 19만7000원)로 증가할 것이란 게 뉴질랜드 재무부의 추정이다.

뉴질랜드는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내는 기여금을 급여의 3%, 4%, 6%, 1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무조건 10%(7월 1일부터는 10.5%)를 내도록 한 호주와 대별된다.

뉴질랜드가 10여 년 만에 디폴트옵션 제도를 개편한 것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디폴트옵션에 포함시킨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노사가 합의할 경우 디폴트옵션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어서다.

호주 연금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과도하게 많이 지정돼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해질 경우 한국도 결국에는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