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CEO.(사진=연합뉴스)
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CEO.(사진=연합뉴스)
“그는 광적으로 운동에 집착한다. 아이언맨(철인)이 되려는 것인가.”

뉴욕타임스(NYT)는 캘빈 맥도널드 룰루레몬 최고경영자(CEO·49)를 이렇게 묘사했다. 맥도널드 CEO는 매년 3회씩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다. 경영 스타일도 철인경기와 닮았다. 철두철미하고, 추진력이 강하다. 목표를 세우면 무섭게 밀어붙인다.

룰루레몬 CEO에 오른 2018년 그는 2023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룰루레몬의 매출은 62억5700만달러로 2017년(약 26억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그가 제시한 일정보다 2년 일찍 목표를 달성했다.

침몰하는 룰루레몬에 구원투수로 등판

맥도널드가 취임했을 때 룰루레몬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며 운동복업계 혁신을 주도했던 룰루레몬은 전임 CEO들의 부적절한 행동 탓에 브랜드는 물론 실적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2013년 창업주인 칩 윌슨은 “(룰루레몬은) 뚱뚱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여파로 이듬해 월가에서 ‘2015년에 사라질 10개 브랜드’ 중 하나로 룰루레몬을 꼽았다. 다음 경영자도 문제였다. 로랑 포드뱅 전 CEO는 2018년 스캔들을 일으켰다. 여성 디자이너와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돼 자진 사임했다.

실적도 나빠졌다. 2012년 28%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던 영업이익률은 10%대로 떨어졌다. 40%를 넘겼던 매출 증가율도 10% 밑으로 추락했다. 안팎에서 쇄신 목소리가 커졌다. 룰루레몬은 꼼꼼하면서도 추진력 있는 CEO로 평가받는 맥도널드를 영입했다.

맥도널드는 유통 전문가로 통한다.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17년간 캐나다 최대 유통업체인 로블로 컴퍼니에서 근무했다. 첫 직장이었던 로블로 컴퍼니에서 그는 자체브랜드(PB)를 확장해 연간 매출을 150억달러(약 19조원) 끌어올렸다. 2011년부터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시어스의 캐나다 법인을 이끌었고, 이후 뷰티 브랜드 세포라의 미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포천지는 그를 “성과 지향적이고 경쟁을 즐기며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CEO”라고 평가했다.

확장, 확장 그리고 또 확장

맥도널드 CEO는 취임 직후 룰루레몬의 전략부터 바꿨다. 룰루레몬은 설립 초부터 확고한 전략이 있었다. 30대 초반 전문직 여성을 위한 운동복을 만드는 것이었다. 맥도널드는 이 전략을 폐기했다. 그가 새롭게 내세운 전략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세부 전략은 세 가지였다. 제품군을 확장하고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점포를 연결해 충성 소비자는 늘리며 북미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실적 목표도 제시했다. 2023년까지 남성복 매출 2배, e커머스(전자상거래) 매출 2배, 해외 매출 4배 확장을 내걸었다.

2020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룰루레몬은 500여개의 점포를 일시 폐쇄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확장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듬해 룰루레몬 점포를 50여개 더 늘렸다. 도시 주요 상권에 팝업 스토어를 낸 뒤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점포를 늘려나갔다.

팬데믹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애슬레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맥도널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매장을 운송기지로 바꿔 치솟는 온라인 주문을 차질 없이 처리했다. 대형 점포에 픽업 서비스를 도입해 D2C(소비자 직거래) 사업도 확장했다. 전체 매출의 40%(2018년)를 밑돌았던 D2C 비중은 2021년 50%를 넘어섰다.

룰루레몬은 여성복도 빅사이즈 운동복을 출시해 제품 품목 수를 늘렸다. 요가 클래스 등 다양한 서비스도 도입해 인기를 끌었다. 2020년 6월엔 홈트레이닝 스타트업 ‘미러’를 인수해 트레이닝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요가복의 샤넬에서 제2의 나이키를 노리는 캐나다의 '아이언맨'
맥도널드는 제시한 목표를 모두 1~2년 일찍 달성했다. 전체 매출에서 21%를 차지했던 남성복 판매 비중을 2021년 25%까지 늘렸다. 안정을 찾은 룰루레몬은 2018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률이 매년 상승, 20%대를 회복했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도 20%를 넘어섰다.

‘요가복의 샤넬’ 넘어 나이키와 승부

애슬레저 시장의 선도기업이 된 룰루레몬의 다음 상대는 나이키다. 아직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나이키가 8~9배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성장세는 룰루레몬이 더 가파르다. 룰루레몬의 매출 증가율은 20%를 웃돌지만 나이키는 15%대다.

룰루레몬은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 디자이너를 영입해 운동화, 골프웨어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와 제품군이 겹치기 시작했다. 경영 전략도 비슷하다. 체험형 점포를 운영하며 D2C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는 룰루레몬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키의 생산기지는 베트남에 몰려있다. 신발의 50%, 의류의 30%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룰루레몬의 생산기지는 베트남을 비롯해 캄보디아, 중국, 대만 등에 흩어져 있다. 나이키보다 비싼 고가 정책을 유지해온 룰루레몬은 항공 물류를 활용해도 마진율이 더 높다.

맥도널드 CEO는 최근 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4월 컨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5년 동안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