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1300원 '돌파'…"1320원까지 가능" [종합]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연고점 경신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로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진 탓이다.

23일 오전 9시1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2.7원 오른 13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14일(1303.0원) 이후 약 13년 만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3.7원 상승한 1297.3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일(1292.40원)과 21일(1293.60원)에 이어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특히, 전날 장중엔 1279.90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20일 찍었던 장중 연고점(1295.30원)을 다시 경신했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며 "이를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인해왔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그는 "(경기 침체는) 우리가 의도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럴 가능성은 있다"며 "경제 연착륙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기반한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포지션 정리가 국내 투자자산 매도로 연결돼 1300원 지지력을 테스트할 전망"이라며 "원화 약세 압력이 달러 약세 대비 우위를 보일 전망으로, 최근 오전 중 꾸준히 환율 상단을 높이고 있는 역송금 물량 역시 상승 압력을 높이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날 발표된 국내 6월 1~20일 무역수지는 7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47억 달러 적자로,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132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중앙은행(Fed)의 빠른 정책 정상화, 중국 성장률 둔화, 하반기 메모리칩의 다운 사이클, 지정학적 긴장 장기화로 석 달 내 1320원까지 오른 후, 6개월에서 12개월내 127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구두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과도한 쏠림이 있을 때는 관계당국이 적절하게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리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