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 부총리. /김범준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 부총리. /김범준 기자
윤석열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으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낸 것은 당장 오는 8월부터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시행으로 그동안 못 올랐던 전·월세 가격이 한꺼번에 폭등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셋값은 전국 평균 27% 올랐고 서울은 36%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21일 정부 대책에 대해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결국 임대차 3법을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하지 않으면 억제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 가격 안정 기대도

시장에선 이날 정부 대책에 대해 “임대차법을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란 반응이 나온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중에서 상생 임대가 가장 눈에 띈다”며 “전세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도 “세입자 지원은 대상 수요가 제한적이라 아쉽다”면서도 “상생 임대인 제도 확대는 전·월세 가격 안정화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8월 전세대란' 막기위한 고육책…"근본 해법은 임대차3法 폐지"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단기적으로 상생 임대인 제도에 따른 시장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지방 1주택자가 본인 주택을 매도하고 서울에 주택을 구입한 뒤 임대를 주고 상생임대인 지원을 받으면 양도세 절감 혜택이 크다”고 했다. 시장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효과 보겠지만…”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날 대책으로 임대료 인상폭을 5% 아래로 낮추는 사례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선 상생임대인 관련 정책은 이미 실거주 의무 조건을 충족한 임대인에게는 무의미하다. 또 당장 40%(서울 기준) 가까이 임대료를 올릴 기회를 포기하는 임대인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의 임대료 인상을 자제시키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용할 수 있는 대책을 기민하게 만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전세 물량의 다수를 책임지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기준 36%나 되는데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집주인이 많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선 “정부 대책에 한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생임대인 혜택 확대, 서민임차인 지원 강화 등은 모두 필요한 대책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임대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억눌려 있었던 상황”이라며 “현재 대책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임대차 3법을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임대차 3법 개정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시행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법을 다시 바꾸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임대차 3법처럼 시장의 질서와 위배되는 정책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도 “이 제도는 빨리 사라져야 좋은데 한순간에 돌리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당장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상황 논리 때문에 임대차 3법을 손질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야당을 설득해 임대차 3법을 손보지 못하면 오늘 내놓은 대책도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병욱/이혜인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