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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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기점으로 '벤처 시장'이 시중의 뭉칫돈을 빠르게 흡수할 전망이다. 새 정부의 시장 육성 의지와 맞물려 유니콘(시장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과 창업투자회사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가 줄줄이 출격할 예정이어서다.

22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주요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는 'K-유니콘 투자기업'(가칭) ETF를 출시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심사 막바지인 만큼 이변이 없으면 내달 중 상장할 예정이다.

에프앤가이드 'K-유니콘 투자기업' 지수를 기초로 운용되는 이 상품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하는 유니콘 기업들에 직·간접 투자하는 종목들을 담는다. 이 ETF의 자산구성내역(PDF)에 담기려면 최근 사업보고서 타법인출자현황을 기준으로 '유니콘'에 출자했거나, '유니콘에 투자하는 펀드나 벤처투자회사'에 출자한 회사여야 한다. 보다 쉽게 말하면 유니콘이나 유니콘 펀드에 지분을 투자한 국내 대형 상장회사들이다.

'유니콘 관련 ETF'가 국내 증시에 등장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사례를 만든 곳은 KB자산운용이다. 지난 5월16일 창업투자회사에 투자하는 'KBSTAR Fn창업투자회사' ETF를 출시했다. 우리기술투자SBI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 오로지 창업투자사 14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유니콘의 지분을 보유한 업권별 대형 상장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한화자산운용과 비교하면 구성종목 상의 차이점이 뚜렷하다.
비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 상위 톱 10. (2022년 1월 기준) 자료=신한금융투자
비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 상위 톱 10. (2022년 1월 기준) 자료=신한금융투자
회사가 투자대상으로 창업투자회사를 택한 것은 해마다 거세지는 '벤처투자 광풍' 때문이다. 창업투자회사의 주된 역할은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뒤 향후 기업가치가 극대화되면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최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두나무, 컬리 등 국내 유니콘 기업의 투자 성공 사례가 늘면서 창업투자회사의 수익성도 가파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집계한 작년 창업투자회사들의 투자실적을 보면 종전 역대 최대 투자실적인 4조3000억원(2020년)을 큰 폭으로 웃돈 7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리스크 분산 효과도 있다. 기술력을 보유한 초창기 비상장사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가 감수할 위험이 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우회 투자함으로써 이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운용사들의 유니콘 ETF 붐은 새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전 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도 고용 규모 확대 차원에서 스타트업·벤처투자 육성에 관심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활동 당시 제20대 대선 선거공약서에서 고용 효과가 큰 분야의 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해 국제 경쟁력이 있는 강소기업,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9월 열린 당 대권주자 발표회에서 "유니콘 기업을 50곳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존 국내 유니콘 기업은 18개다.

김정훈 KB자산운용 ETF솔루션운용본부 차장은 "대부분 창업투자회사들이 유니콘들의 기업가격이 쌀 때부터 사서 모아왔다"며 "비상장사 지분을 다양하게 보유한 창업투자회사 위주로 선별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 업계 투자실적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중 유동성이 축소되더라도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토스처럼 핫한 비상장사에 안전한 방식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벤처투자 시장 육성에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ETF처럼 증시에 상장돼 매매와 자금 회수가 가능한 '기업성장 펀드'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 펀드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장점을 취하면서 일반 개인 투자자도 투자할 수 있는 특징이다. 이 펀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