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사는 ‘ㅈ’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ㅈ’씨가 사는 근처에 1층 상가가 경매로 나와 입찰에 응했다가 입찰보증금 1540만원을 날리게 된 것.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임대사업 목적으로 평소 상가경매에 관심을 가졌던 ‘ㅈ’씨. 경매정보를 검색하다 집 근처 오피스빌딩 1층에 구분상가가 경매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감정평가액은 2억2천만원, 한번 유찰돼 최저경매가가 1억5400만원으로 떨어진 물건이다.
이 물건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던 ‘ㅈ’씨는 굳이 현장을 가지 않고 법원경매정보나 감정평가서 등 기본 정보만 숙지하고 입찰해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감정평가서에는 해당 경매물건을 포함한 전체 건물을 대로변 각도에서 선명하게 촬영한 사진이 대로변 전면 상가 중 하나이면서 해당 경매물건으로 추정되는 커피숍(카페)과 함께 클로즈업된 채로 게재되었다.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상의 임대차현황조사서에도 해당 상가 경매물건 107호 점포(카페)라고 적혀 있어 의심의 여지없이 감정평가서에 있는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변 카페가 경매 진행되는 상가라고 확신을 갖게 됐다.
대개 부천지역 상가의 경우 2번 이상 유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2회 유찰돼 가격이 반값 이하로 떨어지면 입찰자가 많아 낙찰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번(1회 유찰)에 입찰하기로 결심하고 최저가 수준에서 입찰에 응했다.
결과는 1억5480만원 단독 낙찰. 썩 괜찮은 입지에 있는 1층 상가를 최저가에 근접해서 그것도 카페로 이용하고 있는 상가를 매수했다는 기쁨도 잠시. 잔금 납부에 앞서 ‘ㅈ’씨는 아연 실색하고 말았다.
자신이 낙찰받은 상가가 당연히 대로변에 접한 카페임을 철썩 같이 믿고 입찰을 했는데 낙찰 후 대금 납부 전에 현장을 가서 확인한 결과 감정평가서상에 버젓이 보인 물건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던 것이다. 카페인 것은 맞는데 대로변에 위치한 전면상가가 아니라 전면 카페를 따라 난 복도 안쪽으로 들어서 있는 카페였다. 단독의 최저가 낙찰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ㅈ’씨는 대금납부기한 내에 낙찰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입찰보증금으로 제공한 1540만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물건은 이후 한차례 더 유찰돼 11월 초순에 1억780만원에 경매 진행될 예정이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었을까? ‘ㅈ’씨가 입찰에 앞서 현장 확인을 꼼꼼히 하지 않은 것이 문제지만 경매정보, 특히 감정평가서에 나와 있는 사진만 놓고 본다면 누구든 경매물건에 대한 착오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점도 문제다.
입찰자들이 입찰에 앞서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감정평가서, 임대차현황조사서, 매각물건명세서 등 기본적인 경매정보이다. 이중 감정평가서에는 물건 위치, 사진정보, 평가내역, 부동산현황, 평면도 등 경매물건 관련한 아주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정보들이 수록돼 있기 때문에 그 정확도를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가 법원의 위촉을 받아 일정한 비용을 받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서를 보고 있자면 이런 것도 감정평가서라고 작성해 비치해 놓았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감정평가서도 없지 않다. 위의 사례는 입찰자들의 오판을 불러일으킬만한 것이지 직접적인 감정평가의 오류라고 할 수 없지만 예컨대, 아파트 25평형을 32평형이라고 기재한 사례(2003타경29433), 물건번호가 여러 개인 경매물건 현장사진이 서로 바뀐 사례(2003타경19902), 지분면적 계산이 잘못돼 결국 경매가 변경된 사례(2004타경9943) 등 물건 수량이나 위치 확인 등에 직접적인 오류가 있는 감정평가서가 상당하다.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같은 동 동일 평형의 아파트가 조망권에서도 큰 차이가 없고, 감정평가 시점이 채 한 달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액이 1억3천만원 차이가 난 사례(2009타경16939, 2009타경13961)도 있다.
부동산경매에서만 그럴까! 법원에서 진행하는 자동차경매물건의 감정평가서를 보면 더 가관이다. 자동차 모델명이 정확이 적혀있지 않은 감정평가서가 있음은 물론 몇 킬로미터를 주행한 차량인지에 대한 기본정보도 없는 감정평가서도 종종 눈에 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떤 연료를 쓰는 차량인지, 변속기가 자동인지 수동인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는 감정평가서도 있다.
감정평가서는 경매입찰에 앞서 입찰자들이 반드시 열람하고 가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경매가 대중화될수록 기초적인 물건정보를 감정평가서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감정평가서에 오류가 많으면 그만큼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진다는 점에서 감정평가서의 정확도를 제고해야 하는 사명이 여기에서 생긴다.
감정평가서의 정확도를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 이전에 위 사례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감정평가서 내용만을 맹신하지 말고 꼼꼼한 현장답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감정평가서는 경매의 기초정보 습득을 위한 참고자료이자 현장조사 결과의 비교 대상일 뿐이지 절대적인 자료는 아니라는 얘기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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