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지상권 분석이 미흡해서 애를 먹고 있는 경매낙찰자의 사례를 소개한다(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보다 사안을 단순화하기로 한다).
이 낙찰자는 최근 모 법원에서 진행되는 토지를 낙찰 받았다. 당초 이 경매에는 토지 뿐 아니라 토지 지상에 존립하는 건물이 입찰대상이었다. 모 금융회사가 2007년에 설정한 토지와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을 바탕으로 경매가 개시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황조사과정에서 등기부상의 건물과 현재의 건물이 외관상으로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등기부상으로는 60년에 지어서 단층건물이었는데, 현재의 건물은 그것과는 면적이나 구조가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매진행에 어려움을 느낀 금융회사는 건물에 대한 경매를 취하하면서, 토지만에 대해 경매가 진행되게 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경매법원에 유치권이 신고되는데, 건물을 임차한 사람이 2009년에 사실상 새롭게 건물을 짓다시피할 정도의 투자를 했다는 것이 신고내용이었다. 이 신고서에는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진도 상세하게 첨부되었다.
이 낙찰자는 이런 정도의 상황을 인식하고서 토지를 낙찰받게 된다. 나름의 권리분석 결과, 토지를 낙찰받은 후 지상 건물을 철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낙찰과정에서 이 사람이 했던 권리분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건물임차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건물에 대해 들인 비용은 건물주에게 청구할 수 있는 채권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고, 가사 건물주에 대한 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토지를 낙찰받은 사람에 대한 관계에서는 이러한 건물에 대한 채권으로는 견련성이 없기 때문에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다음의 판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다.

★ 대법원 2008. 5. 30.자 2007마98결정【경락부동산인도명령】공사중단시까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발생한 공사금 채권은 공장 건물의 신축에 관하여 발생한 것일 뿐, 위 토지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니므로 위 공사금 채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법정지상권에 대한 판단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당초 이 낙찰자는, 토지와 건물에 2007년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건물 임차인이 2009년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종전 건물과는 형태가 전혀 다른 지금의 건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건물은 법정지상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에서 보는 공동저당권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염두에 둔 판단이었다.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건물철거등】 [다수의견]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의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하는바, 그 이유는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처음부터 지상 건물로 인하여 토지의 이용이 제한 받는 것을 용인하고 토지에 대하여만 저당권을 설정하여 법정지상권의 가치만큼 감소된 토지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취득한 경우와는 달리, 공동저당권자는 토지 및 건물 각각의 교환가치 전부를 담보로 취득한 것으로서, 저당권의 목적이 된 건물이 그대로 존속하는 이상은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해도 그로 인하여 토지의 교환가치에서 제외된 법정지상권의 가액 상당 가치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건물의 교환가치에서 되찾을 수 있어 궁극적으로 토지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는 나대지로서의 교환가치 전체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건물이 철거된 후 신축된 건물에 토지와 동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지 아니 하였는데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해석하게 되면, 공동저당권자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신축건물의 교환가치를 취득할 수 없게 되는 결과 법정지상권의 가액 상당 가치를 되찾을 길이 막혀 위와 같이 당초 나대지로서의 토지의 교환가치 전체를 기대하여 담보를 취득한 공동저당권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권리분석하에, 향후 건물을 철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토지를 낙찰받은 후, 바로 건물철거소송을 진행하게 되는데, 소송과정에서 뜻밖의 상황에 접하게 된다.
건물주 주장에 의하면, 현재 건물모양이 등기부상 건물과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저당 설정 이전인 1980년경에 등기부상 구 건물을 철거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였지만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한 관계로 기존 등기부를 멸실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하였고, 그 후인 2007년에 대출과정에 토지와 건물등기부상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2009년에는 건물을 임대하면서 임차인이 기존의 건물 틀을 유지한 채 리모델링하였다는 것이었다. 만약, 건물주의 이런 주장이 타당하면, 2007년에 토지와 건물에 함께 설정된 저당권 중 건물 저당권이 무효가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형식상으로 등기부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건물의 구조, 평수가 등기부상의 표시와 크게 차이가 있어 동일성 또는 유사성을 인식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 등기는 무효이고(대법원 1986.7.22. 선고 85다카1222 판결 등), 그 무효인 등기 위에 저당권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건물에는 유효한 저당권이 설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사례로 볼 수 없는 바, 토지, 건물소유권이 종전 소유자에 함께 있다가 토지상에만 저당이 설정되었다가 낙찰로 토지소유권이 분리되었다는 점에서 법정지상권 성립이 가능해 질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재판과정에서는 ① 건물주의 주장처럼 1980년경에 건물이 신축된 것이 사실인지, ② 1980년경에 신축되었다고 하더라도, 2009년 임대차과정에서 명목만 리모델링일 뿐 실제로는 신축된 것이어서 2007년 토지에 대한 저당권 설정 이후의 신축이라는 점에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다투어지게 되었다.
재판결과, 건물주의 주장처럼 등기부상 표시와 다른 지금의 건물은, 금융회사가 저당권을 설정한 이전인 1980년경에 이미 신축된 것이고, 2009년 임대차과정에서는 1980년경에 신축된 건물을 단지 리모델링한 것일 뿐 새로운 신축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서, 결국 현재의 건물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되고 따라서 건물철거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되어졌다(수원지방법원 2010. 11. 23. 선고 2010가합 1732호 판결--현재 항소심 진행 중).
한편, 이 재판에서는 건물의 실제 신축시점 뿐 아니라, 금융회사가 저당설정 과정에서 건물주로부터 받았던 건물권리 포기각서의 효력도 쟁점이 되었는데, 법원은 이 포기각서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1988.10.25. 선고 87다카1564 판결 【건물명도】 민법 제366조는 가치권과 이용권의 조절을 위한 공익상의 이유로 지상권의 설정을 강제하는 것이므로 저당권설정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을 배제하는 약정을 하더라도 그 특약은 효력이 없다.
★ 제366조(법정지상권)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이 재판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등기부상의 표시와 현재의 건물외관이 일치하는지 여부까지 잘 살펴서 입찰에 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등기부상 오래된 건물일수록 신축이 한차례 이상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입찰과정에서 관련자료와 조사를 더욱 치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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