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보금자리지구가 발표됐다. 이번에 발표된 3차 보금자리지구는 서울항동, 광명시흥, 하남감일, 인천구월, 성남고등 등 모두 5곳.

정부는 3차 지구 발표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각 언론사나 부동산정보업체가 예정지를 예측하는 자료를 내는 것조차 금기시했을 정도로 정보유출을 극도로 꺼려했다.

예정지가 미리 보도되는 경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어쨌거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 2차 보금자리지구에 비해 입지는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주거환경이 열악해 주택시장 침체의 긴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울 서부권에 집중됐음은 물론 1,2차 지구에는 있었던 강남권이 빠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외 모두가 한강이남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 그간의 보금자리지구 선정 범위(서울도심 반경 20km 내외)를 벗어난 곳(인천구월, 서울도심 반경 약 26km 이격)이 있다는 점도 이번 3차 보금자리지구의 특징이라면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만큼 보금자리 선정차수가 많아질수록 정부에서도 보금자리지구 선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3차 지구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마도 광명시흥지구(17.4㎢, 95천가구)일 것이다. 역대 보금자리지구 중 가장 큰 규모일 뿐만 아니라 분당신도시 규모(19.6㎢, 97.6천가구)에 버금가는 매머드급 보금자리지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신도시급 보금자리지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사전예약을 마친 1차 보금자리지구(시범지구) 4곳(강남세곡, 서초우면, 하남미사, 고양원흥) 중 하남미사지구 역시 개발부지 면적이 총 5.46㎢에다 공급가구수도 3만6천가구가 넘는다. 부지면적으로나 공급가구수로도 부천 중동신도시(약 5.45㎢, 4만1천가구)와 비슷한 규모의 명실상부한 신도시급이다.

2차에서 신도시급 보금자리지구는 없었지만 남양주 진건지구의 경우 개발부지 총면적이 2.5㎢에 이르고 총 공급가구수가 1만6천가구가 공급되고, 3차 보금자리지구 중 하나인 하남감일지구도 1.7㎢ 규모에 총 1만2천가구가 공급된다. 신도시급은 아니지만 웬만한 택지개발지구보다 규모가 큰 이른바 미니 신도시급에 해당한다.

국토해양부에서는 3차 보금자리지구를 발표하면서 광명ㆍ시흥지구는 ‘택지개발촉진법에 규정돼 있는 신도시와는 다르다’며,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만드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금자리지구는 신도시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오히려 보금자리와 신도시 구분을 더 애매하게 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2기 신도시들(파주운정, 김포한강, 판교, 광교, 위례신도시 등) 입지를 한번 보자. 어느 것 하나 평지 아닌 곳이 없고, 기존 시가지를 벗어나 아주 외진 곳에 들어서는 신도시가 없다. 기존 시가지(파주ㆍ일산시, 김포시, 분당구, 수원시, 송파구ㆍ성남시) 생활권으로 봐도 싶을 정도로 연계성이 뛰어나다. 또한 도로ㆍ교통시설 등 기반시설도 나름 잘 갖추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반면 광명시흥지구는 어떤가? 부지 양측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산의 지형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분지형 지세를 이루고 있고, 지구 북측 끝단에 이르러서야 광명시 광명동 및 구로구 천왕동 일부와 조우하게 된다.

지구 중앙부위를 동서로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국도를 달리지 않고서는 광명시흥지구를 보기 어렵다. 허허벌판은 아니지만 허허벌판에 들어서는 기존의 2기신도시보다 도로ㆍ교통 등 기반시설이 더 부족한 곳이다.

국토해양부 논리대로라면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2기 신도시가 보금자리지구이고 그렇지 못한 광명시흥지구가 오히려 신도시 기준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다른 보금자리지구 대부분이 인접시가지와의 공동생활권이 가능한 곳에 들어섰다는 점에서도 광명시흥지구는 분명 기존 보금자리와는 다르다. 규모는 신도시이되 신도시라 불리지 못하는 거대 보금자리지구가 기형적으로 탄생한 셈이다.

문제는 MB정부가 당초 2012년까지 12만가구, 2018년까지 32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을 임기(2012년)내 32만가구로 앞당기면서 이 같은 신도시급의 보금자리지구가 더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전예약방식을 통해 공급됐거나 공급계획이 수립된 보금자리주택(신도시 등 기존택지내 보금자리 제외)은 시범지구 4곳, 2차 지구 6곳, 3차 지구 5곳 등 15곳에서 모두 16만6천여가구, 전체 부지면적은 38.11㎢ 정도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1년과 2012년 2년 동안 16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이 추가 공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약 40㎢에 달하는 부지가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 수도권내 2기 신도시 개발면적이 평균 13.3㎢(1기 신도시는 10.0㎢)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3개 정도의 신도시 규모에 해당하는 보금자리지구가 지정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한다면 수도권 곳곳의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돼야 하고 수차례의 추가지정을 통해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돼야 한다. 공급규모에 맞춰 그 많은 보금자리주택 물량들을 무주택자 서민이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할 일이지만 수도권내 개발제한구역 곳곳을 해제해 누더기 깁듯 난개발을 유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광명시흥지구도 이러한 명분을 비롯해 토지이용계획 및 광역교통 등 체계적인 계획수립, 후속 보금자리예정지의 지가상승 우려, 기반시설 등 종합계획 수립 가능, 지자체 요구 등의 논리를 앞세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앞으로도 신도시급 보금자리지구가 추가적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금자리라고 칭하고는 있지만 입지나 성격, 규모 등으로 보아 사실상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다만 한 가지 그것이 보금자리든 신도시든 간에 이미 개발되고 있거나 개발될 예정인 2기 신도시 수급상황과의 조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 속도를 다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항상 기억해두길 바랄 뿐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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