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도인의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여러 가지 약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약정이 민사적으로 유효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행법규위반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이런 약정은 무효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세법규를 위반할 수는 있더라도 적어도 민사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임한 사건을 검토하면서 입수하게 된 몇가지 판결을 분석해 보았다.
■ 먼저, 매도인이 부담해야하는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 약정은, 기본적으로 유효하다고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약정은 양도소득세 자체를 불법적으로 줄이는 약정으로 보지 않고, 부담의 주체를 매도인 대신 매수인으로 정하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약정이 세무당국에 적발될 경우에는 매도인 대신에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 양도소득세만큼이 매매금액에 포함되면서 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추가될 수는 있다.
▶ 수원지방법원 2008. 10. 16.선고 2008가합2572 손해배상등 사건에서의 판단이다.
원고가 피고에게 원고 소유의 수원시 소재 부동산을 21억원에 매도(이하 ‘이 사건 매매’라 한다)하면서 양도소득세 산정과 관련한 양도가액을 6억2천만원으로 신고하기로 하되 이를 초과하여 신고되는 경우에 양도세와 주민세 등 위 매매 관련세금은 모두 매수인인 피고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후 원고가 위 부동산 양도가액을 21억원으로 신고한 후 부동산 양도와 관련하여 부과된 양도소득세 및 주민세 합계 금 5억6천여만원을 피고에게 청구한 사안에서,
“--이 사건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양도소득세 포탈을 위해 양도가액을 줄여서 신고하되 초과되는 경우에도 피고가 위 관련세금을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 것은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불법행위에 동참할 것을 전제로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이다”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해 법원은, “-- 위 약정과 같이 매매계약의 당사자들이 매도인에게 부과될 양도소득세 등 조세를 포탈할 목적으로 양도가액을 실거래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신고하기로 합의하고 만약 실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 등 조세가 부과되는 경우 이를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양도소득세 등 조세가 부과되는 경우 그 부담을 누가 할 것인가에 관한 약정으로서 그 자체가 불법조건이라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 약정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며, 달리 위 세금부담약정이 무효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 하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포탈하기로 하는 취지의 당사자간 합의가 유효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 위 수원지방법원 2008가합2572호 사건에서는 “--원고가 위와 같이 양도소득세 산정과 관련한 양도가액을 6억2천만원으로 신고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양도가액을 실거래가인 21억원으로 신고하였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한 세금은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는 피고 주장에 대해 법원은, “--양도소득세를 면탈하기 위하여 양도가액을 축소 신고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이는 소득세법 등 관련법령에 의한 실거래가 신고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고, 원고가 이에 위배하여 실거래가로 신고한 것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7. 11. 선고 2006가합86257 손해배상(기) 사건에서의 판단도 마찬가지이다.
사안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재건축사업 시행구역 안에 있는 피고 소유의 서울 소재 토지 및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매매대금을 40억원(계약금 3억원, 잔금 37억원)으로 정하여 같은 날 위 계약금을 지급하였고, 잔금은 2004. 11. 30.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이 사건 매매계약으로 인하여 피고에게 부과될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위 매매대금과 별도로 원고가 납부하기로 약정하였다.
하지만, 그후 잔금이 미납되자 피고는 이를 이유로 원고에게 계약해제를 통보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대금을 31억원으로 신고하여 양도소득세를 4억원 정도만 부과받기로 약정하였음에도 그 이행을 거절하여 매매대금을 40억원으로 신고하겠다고 함으로써 원고에게 당초에 추산된 양도소득세보다 3억원 가량 많은 금액을 부담하도록 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지급한 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양도소득세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사건 매매대금을 31억원으로 신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에 관해서는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일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양도소득세액 등을 줄이기 위하여 피고가 매매대금을 축소 신고하기로 약정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은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라는 이유로( 그 밖의 여러 가지 원고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1. 27. 선고 2009가단259998 손해배상(기) 판결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사안
원고가 피고에게 서울 소재 모 상가점포를 매매대금 720,220,000원에 매매계약체결하는 과정에서, 실제대금보다 116,220,000원 축소하여 604,000,000원으로 기재한 매매계약서{속칭 ‘다운(down)계약서’, 이하 ‘이 사건 다운계약서’라 한다}가 작성되었고, 원고는 위 축소된 604,000,000원을 양도가액으로 하여 관할세무서에 신고하였다. 그런데,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타에 매도하면서 관할세무서에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가액을 위 604,000,000원이 아닌 실제 취득가액 720,220,000원으로 신고하면서, 관할세무서에서 원고에게 과소신고된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68,489,256원을 납부하라는 고지가 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68,489,256원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판단
이 사건에서 제기된 원고의 두가지 청구논리 모두를 법원은 인정치 않았다.
먼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및 이 사건 다운계약서 작성 당시 추후 과소신고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따라 원고가 추가 납부하게 될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 등은 피고가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 ③항에 “매수인은 매도인 양도신고에 적극 협력키로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위 문구 바로 뒤에 “(거래사실확인서 및 인감 첨부)”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위 문구는 피고의 협력의무를 양도신고에 필요한 ‘거래사실확인서 및 인감 첨부’로 특정한 취지일 뿐, 나아가 원고 주장과 같이 추후 과소신고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따라 원고가 추가 납부할 양도소득세 등을 피고가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까지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자신은 양도소득세의 부담을 우려하여 계약 체결을 꺼렸는데, 피고가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전매하지 않을 것이니 양도가액을 과소신고하면 된다’고 적극 권유・회유하여 계약 체결에 이른 것이고, 당시 관할세무서에는 과소신고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였는바, 피고가 이를 어기고 타에 전매하면서 실제 취득가액대로 신고함으로써 원고가 위와 같이 양도소득세 등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서는, “--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의 적극적인 권유・회유만으로 이 사건 다운계약서가 작성되고 양도가액이 과소신고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설령 위 주장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비록 피고의 권유・회유에 의한 것일지언정 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기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 사건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의 양도소득세와 피고의 취득세・등록세를 면탈하기 위하여 양도가액을 과소신고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다운계약서의 작성 및 양도가액의 과소신고 행위가 적법한 행위라고 기망한 결과 원고가 위와 같은 약정에 이르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주장과 같은 피고의 권유・회유 행위로 인하여 그 주장과 같은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고, 한편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와 같은 약정은 소득세법 등 관련법령에 의한 실거래가 신고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에 위배하여 실제 취득가액대로 신고한 행위를 두고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어서,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 반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6. 8. 22.선고 2005가단32288 계약금반환 판결은, 양도소득세 탈루를 위한 당사자간 합의도 기본적으로는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사안
모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피고는 원고들에게 프리미엄 2억 2,000만원을 받고 위 분양권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2억 2,000만원 중 3,000만원만을 매매계약서에 기재한 속칭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프리미엄 1억 9,000만원은 매매계약서의 대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이를 중도금으로 하여 원고들이 현금보관증을 작성해주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계약 당일 피고에게 계약금 7,000만원을 지급하였으나, 위 매매계약 체결 직후에 이 사건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자 피고에게 실거래가로 매매대금을 정한 매매계약서를 새로이 작성하여야만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통보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들의 위 제의를 거절하고 원고들이 중도금 지급기일을 지체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뜻을 통보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지급한 대금 7천만원을 반환해달라는 소가 피고에게 제기되었다.
판단
이에 대해 법원은, “--속칭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실거래가를 축소신고하여 양도소득세를 불법적으로 감면받기 위한 행위로서 위법하기는 하나, 원․피고가 매매계약 당시 위와 같은 사항을 이미 합의한 이상 사후에 피고가 실거래가의 매매계약서를 새로이 작성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일방적으로 중도금 및 잔금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오히려 원고들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탈세목적의 합의 역시 민사적으로는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원고의 대금반환청구가 전부 인용되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계약해제의 귀책사유는 매수인인 원고에게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위약금약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피고에게 대금전부의 반환을 인정하였다. 즉, “-- 다만, 유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이상 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실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데(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52078, 52085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취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매매계약서는 제5조에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약금 약정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고, 매매당사자 사이에 수수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본다는 관련법이나 관례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입은 실손해를 주장․입증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수수받은 계약금 그 자체를 위약금으로 몰취할 수는 없고, 피고가 입은 실손해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도 없으므로, 피고의 계약금 몰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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