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선 언제 어떤 종목을 사느냐보다 보유 종목을 언제 파느냐가 성패를 가름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값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값 받고 제 때 파는 것이 투자 수익률을 결정짓는다. 경기침체로 요즘 집을 팔지 못한 매도자들이 늘면서 매도를 위한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책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올 3~4월 봄쯤에는 서서히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턱대고 팔리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미리 매도 전략을 세워두는 것이 유리하다. 자칫 금융위기가 몇 년 더 지속될 경우 보유 부동산을 팔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 이제는 제값이라도 받고 재빨리 처분하겠다는 분위기로 무르익고 있다.
재테크 포트폴리오에 있어 부동산은 그동안 안정성과 수익성면에서 주식이나 금융상품보다 뛰어나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 가장 큰 단점은 환금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금성만 보완된다면 이보다 더 뛰어난 재테크 상품은 없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하락세일 때는 더더욱 환금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급매물로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내가 사고 싶은 가격’에 내놓아야 팔린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무엇보다 부동산을 제값 받고 빨리 팔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가치는 조금 떨어진 상태인데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다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를 할 때는 잘 파는 요령도 함께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팔아야 할 때 빨리 처분하는 것도 재테크다.
부동산 값이 떨어질 때는 주변 매물이 늘어나 가격하락을 부추긴다. 이러한 때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게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 사자는 사람이 적은 시기에 무리하게 싼 매물을 내놓으면 매물가치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생긴다. 매도희망가로 내놓은 상태에서 쉽게 팔리기 어려울 경우 과감하게 금리비용만큼 할인해서 파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내가 사고 싶은 가격’에 내놓아야 필요한 시기에 팔리기 마련이다.
공인중개사와 협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개사는 법정 중개수수료 데로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남들보다 더 좋은 값에 팔려면 두둑한 인심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토지는 사는 사람이 적고, 파는 사람이 많을 경우 중개사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주변 시세보다 더 높은 금액에 팔릴 수 있는 게 중개업계의 거래관행이다.
똑같은 매물이라도 중개사사 더 많은 공을 노력을 들였다면 당연한 정당한 대가로 생각해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자세로 협상한다면 중개사는 눈에 불을 켜고 고객을 붙이는 게 인지상정이다. 몇 십 만원 더 내는 수수료를 아까워한다면 제때 제값 받고 팔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덩어리가 크다면 쪼개고 소형은 합쳐서 파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대개 상가나 토지 분양업자들이 팔기 쉽게 가공하는 분양기법 중에 하나인데 수요자들의 필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재가공하는 방법이다. 수백평의 토지를 분필, 합필해 수요자의 구미에 맞춰 팔 경우 손쉽게 매각될 여지가 많다. 또 포장기술도 필요하다. 수요자 측면에서 생각하고 구미에 맞게 포장할수록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
특별한 투자 메리트 부각시켜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도 있듯이,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라면 깔끔한 외관의 부동산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의 마음을 자극해야 한다. 낡은 주택은 약간의 비용을 들여 싱크대 전체 교체 대신 문짝과 상판만 새로 넣거나 욕실이나 욕조를 컬러로 깨끗하게 코팅해도 금세 효과를 본다. 눈에 보이는 불편한 구조를 고치거나 외벽을 단장한 뒤 매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우중충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도배를 하고 페인트칠도 하고 장판을 새로 깔아 둔다면 수요자들은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고 계약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되도록 여러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주택 상가 등 모든 부동산을 취급하는 영세한 중개업소 한 군데만 내놓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일쑤다. 인근의 제법 규모를 갖추고 영업하는 대형업소에 의뢰해 놓으면 신속하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또 활발한 접속률을 보이는 부동산포털사이트나 인터넷 매물란에 올려놓으면 의외의 임자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매수자들 간의 경쟁심 유발도 유효한 방법이다. 수요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두세 사람이 모였을 때는 방문시기를 비슷하게 잡아 놓고 수요자들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를 유발시켜라.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되도록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안내하되, 시간의 간격을 줄여 인기가 높은 우량물건으로 보이는 것이 좋다. 여러 사람이 부동산을 보러 오면 경쟁심리 때문에 계약 성사율이 높아 가격이 터무니없이 깎이는 일을 막아준다.
수요자 찾기가 쉽지 않은 토지는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거나 꼭 필요한 실수요자를 찾아내면 쉽게 팔 수 있다. 즉 개발 아이디어나 개발 정보, 돈 되는 용도를 매수자에게 제시해주면 훨씬 팔기가 수월하다. 토지 설명서를 만들어 물건 장점과 함께 현황을 쉽게 설명해 놓은 자료를 만들어 보자. 등기부등본과 건축물관리대장,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의 관련 서류도 첨부해 놓고 매수자에게 제공하면 효과적이다. ‘땅은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처럼 꼭 이 토지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팔아야 높은 값을 받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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