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아파트 낙찰가율, 이유 있는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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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아파트 경매시장이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0.05%로 3개월만에 80%대를 회복하면서 전달 73.96% 대비 6.09%p 상승했지만 상반기 90%를 웃도는 낙찰가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록한 평균 낙찰가율은 69.23%. 6월 91.34% 최고점을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도 그러려니와 경매사상 처음으로 70%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강남권(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월 87.77%를 끝으로 줄곧 하락세를 기록하다 8월에는 78.05%로 80%선이 무너졌고 12월에는 67.89%로 떨어져 70%선마저 무너지면서 사상 최저치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다.
경매 아파트가 왜 이렇게 맥을 못추고 있을까? 경기침체니 집값 하락이니 투자심리 위축이니 하는 일반적인 원인도 한몫 하고 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까지 경매에 부쳐지는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이 입찰시점의 현 시세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닥터아파트(www.DrApt.com) DB자료를 분석하여 일반아파트 건당 매매평균가와 경매아파트 평균 감정평가액을 비교해본 결과 경매아파트의 감정평가액과 일반 아파트 매매평균가와의 격차가 지역에 따라 20%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평가액에 대한 자료는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www.taein.co.kr)의 도움을 받았다.
수도권 아파트 건당 평균 감정평가액, 매매평균가 대비 121% 수준
지난해 12월말 기준 수도권 소재 일반아파트의 건당 매매평균가는 4억1538만원. 반면에 경매아파트의 건당 평균 감정평가액은 5억27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평가액이 매매평균가보다 20% 이상이나 높다.
서울의 경우 감정평가액이 6억7964만원으로 매매평균가 5억7144만원 대비 118.9%로 조사됐으며, 2008년 시세가 급락했던 강남권의 경우 감정평가액과 매매평균가와의 격차는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강남권 일반아파트의 건당 평균 감정평가액은 10억1778만원인 반면 매매평균가는 8억2684만원으로 감정평가액이 매매평균가 대비 123.1%나 됐다.
이같이 감정평가액과 매매평균가의 격차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경매를 위한 감정평가 시점과 입찰시점의 기간차가 짧게는 4개월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생긴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때에는 현 입찰시점보다 4개월~6개월전에 선행하는 감정평가액이 현 매매평균가(시세)보다 높기 마련이다.
아파트값의 본격적인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고, 올해 들어 아파트값 하락세가 주춤해졌다. 따라서 올해 초 감정평가된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5월 내지 6월이 지나서야 매매평균가와 감정평가액의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권은 지금이 매수타이밍으로 적정
지난해 12월 기록한 수도권, 서울 및 강남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80.05%, 69.23%, 67.89%를 각각 매매평균가를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수도권에서는 매매평균가(시세)의 96.9%, 서울 82.3%, 강남권 83.6% 수준에서 낙찰을 받고 있다는 것이 된다.
경매 취득가는 시세의 80%~83%가 적정하다. 취득제세금, 법무비용, 명도비용, 수수료 등을 고려한 실제 취득가는 시세의 90%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시세의 83%를 적정가로 본다면 수도권은 이보다 13.9% 정도 높게 낙찰되고 있으며, 서울과 강남권은 적정 취득가 수준까지 낙찰가율이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근거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이나 강남권 입찰에 있어서는 지금이 매수타이밍으로 적절한 반면 수도권은 매수타이밍을 한박자 늦출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낙찰사례를 한번 들어보자. 낙찰가율과 시세대비 낙찰가율을 비교해보면 매수타이밍이나 입찰가가 적정했는지 판단이 보다 더 쉬워질 것이다.
지난 1월 5일에 강동구 명일동 소재 우성아파트 47평형이 감정가 8억5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져 2차례 유찰된 후 5억84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낙찰가율은 68.71%. 같은 평형 매물이 7억3000만원까지 나와 있으니 매물시세로 보면 80%에 낙찰된 것으로 적정가에 낙찰받은 셈이다.
반면 1월 13일에 낙찰된 기흥구 중동 소재 어은목마을코아루 46평형 아파트를 보자. 이 아파트는 감정가 7억원에서 3차례 유찰된 끝에 4억111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 57.3%로만 보면 상당히 저렴하게 낙찰받은 것이지만 같은 동 기준층 매물이 4억3000만원~4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매물시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93.28%에서 낙찰받은 셈이다. 몇 년 후 가격이 상승할 것을 염두에 두고 취득한 것이라면 모를까 현 상황으로 보면 좋은 가격에 잘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물건이다.
올해 들어 경매법원에 입찰자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으나 적어도 올해 2/4분기까지는 감정평가액이 매매평균가(시세)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감정평가액을 맹신하거나 평균 낙찰가율에 의존하는 입찰행태는 금물이다. 감정평가액과 현장 시세 및 시세 등락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입찰에 들어가야 필요 이상의 고가낙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록한 평균 낙찰가율은 69.23%. 6월 91.34% 최고점을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도 그러려니와 경매사상 처음으로 70%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강남권(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월 87.77%를 끝으로 줄곧 하락세를 기록하다 8월에는 78.05%로 80%선이 무너졌고 12월에는 67.89%로 떨어져 70%선마저 무너지면서 사상 최저치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다.
경매 아파트가 왜 이렇게 맥을 못추고 있을까? 경기침체니 집값 하락이니 투자심리 위축이니 하는 일반적인 원인도 한몫 하고 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까지 경매에 부쳐지는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이 입찰시점의 현 시세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닥터아파트(www.DrApt.com) DB자료를 분석하여 일반아파트 건당 매매평균가와 경매아파트 평균 감정평가액을 비교해본 결과 경매아파트의 감정평가액과 일반 아파트 매매평균가와의 격차가 지역에 따라 20%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평가액에 대한 자료는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www.taein.co.kr)의 도움을 받았다.
수도권 아파트 건당 평균 감정평가액, 매매평균가 대비 121% 수준
지난해 12월말 기준 수도권 소재 일반아파트의 건당 매매평균가는 4억1538만원. 반면에 경매아파트의 건당 평균 감정평가액은 5억27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평가액이 매매평균가보다 20% 이상이나 높다.
서울의 경우 감정평가액이 6억7964만원으로 매매평균가 5억7144만원 대비 118.9%로 조사됐으며, 2008년 시세가 급락했던 강남권의 경우 감정평가액과 매매평균가와의 격차는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강남권 일반아파트의 건당 평균 감정평가액은 10억1778만원인 반면 매매평균가는 8억2684만원으로 감정평가액이 매매평균가 대비 123.1%나 됐다.
이같이 감정평가액과 매매평균가의 격차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경매를 위한 감정평가 시점과 입찰시점의 기간차가 짧게는 4개월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생긴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때에는 현 입찰시점보다 4개월~6개월전에 선행하는 감정평가액이 현 매매평균가(시세)보다 높기 마련이다.
아파트값의 본격적인 하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고, 올해 들어 아파트값 하락세가 주춤해졌다. 따라서 올해 초 감정평가된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5월 내지 6월이 지나서야 매매평균가와 감정평가액의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권은 지금이 매수타이밍으로 적정
지난해 12월 기록한 수도권, 서울 및 강남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80.05%, 69.23%, 67.89%를 각각 매매평균가를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수도권에서는 매매평균가(시세)의 96.9%, 서울 82.3%, 강남권 83.6% 수준에서 낙찰을 받고 있다는 것이 된다.
경매 취득가는 시세의 80%~83%가 적정하다. 취득제세금, 법무비용, 명도비용, 수수료 등을 고려한 실제 취득가는 시세의 90%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다. 시세의 83%를 적정가로 본다면 수도권은 이보다 13.9% 정도 높게 낙찰되고 있으며, 서울과 강남권은 적정 취득가 수준까지 낙찰가율이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근거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이나 강남권 입찰에 있어서는 지금이 매수타이밍으로 적절한 반면 수도권은 매수타이밍을 한박자 늦출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낙찰사례를 한번 들어보자. 낙찰가율과 시세대비 낙찰가율을 비교해보면 매수타이밍이나 입찰가가 적정했는지 판단이 보다 더 쉬워질 것이다.
지난 1월 5일에 강동구 명일동 소재 우성아파트 47평형이 감정가 8억5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져 2차례 유찰된 후 5억84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낙찰가율은 68.71%. 같은 평형 매물이 7억3000만원까지 나와 있으니 매물시세로 보면 80%에 낙찰된 것으로 적정가에 낙찰받은 셈이다.
반면 1월 13일에 낙찰된 기흥구 중동 소재 어은목마을코아루 46평형 아파트를 보자. 이 아파트는 감정가 7억원에서 3차례 유찰된 끝에 4억111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 57.3%로만 보면 상당히 저렴하게 낙찰받은 것이지만 같은 동 기준층 매물이 4억3000만원~4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매물시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93.28%에서 낙찰받은 셈이다. 몇 년 후 가격이 상승할 것을 염두에 두고 취득한 것이라면 모를까 현 상황으로 보면 좋은 가격에 잘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물건이다.
올해 들어 경매법원에 입찰자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으나 적어도 올해 2/4분기까지는 감정평가액이 매매평균가(시세)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감정평가액을 맹신하거나 평균 낙찰가율에 의존하는 입찰행태는 금물이다. 감정평가액과 현장 시세 및 시세 등락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입찰에 들어가야 필요 이상의 고가낙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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