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에서 수십억 부자’로, ‘몇 십 만원으로 시작해 수백억 번 부동산부자’ 등 몇 해 전부터 개미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투자 성공담을 담은 재테크 서적과 신문, 잡지 등 매체의 카피들로 지면이 난무하다.

그것이 사실인 지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직장인들 사이에선 투자에 성공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경우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면서 ‘성공한 고수 따라하기’ 가 유행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2005년까지 부동산시장은 사실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절호의 투자처였다. 종자돈 몇 천 만원으로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한 때였던 데다 분양권, 경매, 재개발·재건축, 택지지구 토지 등 어느 곳이든 무리(?)하게 묻어두었다가 1년 정도만 기다리면 수 천 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기회가 널려있었다.

투자자도 많지 않았던 때인 데다 투기의 규제책이 사후약방문식이어서 시장이 아주 허술했다는 얘기다. 당시 호경기 때는 위험하거나 돈 안 되는 몇 종목의 부동산을 사지 않는 한 투자의 실패는 거의 없었던 시기여서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을 뿐이지 그 고수들이 선견지명이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을 잘 살피고 돈이 몰리는 곳에 미리 매입하는 것이 고수라면 할말이 없지만 한마디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 먹혀든 사례라고 결론짓고 싶다. 그리고 부동산정책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소신껏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즉 ‘투자 비법’이 아니라 ‘기본’을 잘 지켜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책과 언론으로 유명해진 실전 고수의 뒤에서 자문과 컨설팅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지명도 높은 부동산컨설턴트들의 투자 자문을 들으면 최소한 엉뚱한 부동산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전적으로 신뢰해 조건 없이 매입하는 개미투자자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고수’ 그들은 경제전문가도 아니고 미래학자도 아니다. 그들이 골라 준 부동산종목과 유망지역이 100% 안전한 투자처라는 확신은 금물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 고수의 부동산 예측을 전적으로 믿지 말라 = 부동산 시장예측은 뜬구름 잡기이다. 전망은 예측일 뿐 그것만을 신뢰해 무리하게 투자한다면 리스크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한동안 필자도 몇몇 언론을 통해 부동산전망을 한 적이 있었다.
기자의 요청으로 유선 또는 이메일로 의견을 내놓았는데 그 다음 날 내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대문짝하게 소개된 적이 있었다. 솔직히 시장전망은 신(神)의 영역일 뿐 인데 불과 몇 시간 고민(?)해 답변해준 내용이 시장전체에 영향이 미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틀린 경우가 더 많았고 맞춘 경우는 아주 조금이었다. 다른 금융시장의 전문가들 예측도 마찬가지이다. 스타급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 또한 고수일수록 ‘입 조심’한다. 여러 가지 장외변수의 향방을 쉽게 점칠 수 없는 데다 전체 포트폴리오(투자자산)보다는 개별종목 장세에 따라 울고 웃는 때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신중하고 애매한 예상을 내놓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전문가의 전망만 믿고 아파트를 사거나 한 지역의 부동산에만 몰아치기 식 투자를 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 시장전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전문가의 전망근거를 분석, 해석해보려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 고수를 사칭한 작전세력에 주의하라 = 부동산 시장도 작전세력이 있다. 한 때 분양권과 오피스텔, 수도권 토지 거래가 호황기 일 때 유명세를 이용한 몇몇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작전을 폈다는 것은 부동산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도권은 물론 충청·영남권까지 그 영역은 실로 넓다. 가짜 분양열기와 가격거품을 만들려고 주부사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써서 바람을 잡고, 비인기지역은 3순위를 겨냥해 분양열기를 억지로 띄우고, 물 딱지와 폭탄 돌리기 같은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분양이 좀 될 만한 곳의 현장에서는 노른자위 물건을 미리 빼돌렸다가 고가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면서, 이만큼 웃돈이 형성되는 곳이라는 허세를 부리기 위한 수법이다.
요즘 전방위 규제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조짐이 보이자 부동산 작전세력들의 묘안 짜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분양 초기부터 고가의 프리미엄을 붙여 음성적인 거래제의를 하거나 사전 유출된 고급정보라며 비싸게 매매를 부추기는 전문가가 있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개미투자자를 상대해 업체 홈페이지나 부동산투자 설명회를 열어 유망한 투자지역이라며 부추겨 지금 투자해야 한다거나, 집값이 급등할 지역이라며 사람들을 모아 현장답사를 시켜준다면 자기 실속을 차리기 위해 흑심을 품은 작전세력의 개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무늬만 고수의 투자 권유는 위험하다 = 나름대로 다년간 실력을 쌓은 경험 많은 컨설턴트는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깨끗하고 정직한 서비스를 지향한다. 신뢰를 갖춘 고수일수록 본인이 잘 아는 몇 종목의 부동산으로 한정해 추천한다.
주로 아파트 등 주거시설 또는 공장 등 생산시설 또는 토지 등 한정된 투자종목으로 승부한다. 그러나 비전문가는 백화점식 또는 떴다방 식 운영을 한다. 돈이 되는 현장이나 종목이라면 어디든 쫓아가 고객을 유인해 투자를 유치한다. 책임지지 못할 감언이설로 유인했다가 갑자기 ‘잠수’타기를 하기도 한다.
다년간 한 우물을 파고 투자를 유치했던 전문가는 시장흐름에 대한 감(感)이 빠르고 대처능력이 유연해 거래에 따른 자잘한 실수가 적다. 비전문가 일수록 자잘한 실수가 많다.
재테크 서적을 통해 부동산시장에서 유명세를 탄 모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지역조합 아파트를 중개하면서 조합원자격이 없는 아파트 매물을 투자유망하다고 권해 거래를 성사했다가 고객에게 수수료 반환 소송을 당했는가하면, 번지수를 착각해 엉뚱한 토지를 소개해 계약을 치뤘다가 계약금을 포기하게 해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다.
자칭 고수라 주장하는 무늬만 전문가는 부동산의 각종 하자를 만나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 ‘기본’ 보다 ‘비법’을 강조하면 의심하라 = 20년 노하우의 최고 투자비법을 전수하겠다며 초보 투자자를 끌어들여 택지지구에서 분양을 했던 모 컨설턴트는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고객들의 민원(?)으로 한순간에 집에 경매에 부쳐졌고, 경매 등 저가매입의 고수로 알려졌던 모 사장도 고객 10여명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몇 개월 감옥에 갔다가 출소 후 잠적했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투자비법을 주로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비법은커녕 기본을 지키지 않은 사기꾼과 진배없었다. 책임지지 못할 말로 고객을 현혹한 데다 무리하게 투자자의 돈을 끌어들여 실패를 안겨준 게 화근이었다.
모든 투자에는 일정 수준의 기법과 정보가 필요하지만 확실한 비법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측을 통해 대박투자의 황금률을 찾아낸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다만 투자의 실수를 줄이고, 법률적·경제적·기술적 지식을 종합해 투자 유망한 종목과 투자방법, 투자타이밍을 알려준다면 그게 바로 비법인 셈이다.
말 빨과 유명세를 통한 비법 보다는 오히려 현장경험이 풍부한 현지 중개업자 또는 실전 투자경험자가 더 많이 알고 있다. 비법을 강조하는 고수일수록 오히려 투자가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갈팡질팡한 정부의 부동산정책 때문에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초보자들은 ‘믿을 건 투자의 고수’ 뿐이라며 유명세를 타는 고수 찾기를 고집하고 있다. 시장에 바람이 거셀 땐 차라리 관심 있는 지역을 직접 찾아 가격의 변동추이를 모니터하고 중개업소 몇 군데를 탐문해 보는 게 훨씬 낫다.
투자정보는 스스로 옥석을 가려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하고 객관적으로 납득이 갈 때만 투자하는 것이 요즘 같이 시기에 기본을 지키는 방법이다. 무늬만 고수의 답안지를 베꼈다가 오답을 적은 답안지를 써낼 수 있음을 명심할 때다.

메트로컨설팅(www.metro21c.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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