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소유 부동산 경매는 그림의 떡?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 중에는 낙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낙찰 후 7일내로 정해져 있는 매각허가결정기일까지 일정한 자격을 증명하여야 한다던가, 관할청의 허가를 요한다던가 하는 추가적인 요식행위가 있어야 매각을 허가하는 것들이 있다. 농지취득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서, 학교법인 소유 부동산 매각시의 관할청의 허가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농지취득의 경우 낙찰 후 7일내에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제출하면 매각이 허가되지만, 학교법인 소유 부동산의 경우에는 그렇게 간단한 사항이 아니다. 사립학교법은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법인의 재산(교지, 교사, 체육장, 실습 또는 연구시설 등)의 매도 또는 담보제공을 금지하는 규정(법 제28조 제2항)을 두고 있고, 이들 재산외의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수익형)을 매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하는 경우에도 관할청, 즉 교육인적자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법 제28조 제1항)하고 있다.
따라서 경매처분된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을 낙찰받는 경우 매각허가결정기일까지 관할청으로부터 매각허가를 받고 그 매각허가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문제는 매각허가에 대한 신청권자가 낙찰자가 아니라 채무자나 소유자, 즉 학교법인이라는 점이다(대법원 1994.9.27. 선고 93누22784판결 참조). 그러나 경매진행중인 부동산에 대해 어느 채무자(학교법인)가 낙찰자를 위해 흔쾌히 관할청에 매각허가를 신청하여 매각허가서를 받아 주겠는가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은 낙찰은 받았으되 결국 불허가될 수 밖에 없는, 원천적으로 소유권이전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으로 소위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일례로 2년전인 2004년 7월 5일에 낙찰된 학교법인 개혁신학원 소유의 광주시 오포읍 소재 임야에 대한 매각이 불허가되었고, 1년 후인 2005년 11월 7일 재차 낙찰된 후에도 역시 불허가되었으며, 최근 9월 4일에 또다시 낙찰되었으나 아직까지 매각불허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바로 관할청의 매각허가를 받지 못한 이유이다.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은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에 관하여 담보로 제공할 당시 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을 경우에는 저당권의 실행으로 낙찰이 될 때에 다시 관할청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아주 오래된 대법원 판례(대법원1966.2.8. 선고 65마1166결정)를 근거로 최근 학교법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관할청의 허가를 요함’이라는 특별매각조건을 붙이지 않고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까? 법원이 특별매각조건 없이 경매에 부친 후 낙찰자에 대한 매각을 허가하였더라도 관할청인 교육인적자원부가 관할청의 허가 없이는 학교재단의 기본재산을 매각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면 법원의 매각허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더 나아가 대금납부기한까지 정해졌다면 대금납부를 포기하여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차라리 관할청의 매각허가서 미제출을 이유로 매각을 불허가하였다면 그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을 것을 매각이 허가됨으로써 오히려 더 복잡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23일에 낙찰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학교법인 단국대학 소유 건물에 대한 최종 소유권이전 여부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이 물건은 학교법인 단국대학 소유 부동산(수익형)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관할청의 매각허가를 요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을 붙이지 않고 감정가 142억7천만원에 경매에 부쳤다. 결국 이날 첫번째 입찰에서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163억2천만원에 낙찰되었고, 이후 일주일 후인 11월 30일에 매각이 허가된 바 있다.
법원의 해석대로라면 경매절차상에 아무런 하자가 없기 때문에 이후의 대금납부나 소유권이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지만, 관할청의 해석에 따른다면 관할청의 매각허가라는 요건 결여로 낙찰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 법원의 매각허가가 있은 다음 날 관할청에 문의한 결과 논현동 단국대학 소유 건물의 경우 관할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함. - 법원과 관할청과의 서로 다른 해석으로 애꿎은 낙찰자만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인데,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학교법인 뿐만 아니라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소유의 부동산 매각시에도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물건이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 매각허가에 대한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입찰에 응하여야 하지만 입찰자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경매물건에 대한 권리상의 하자를 모두 법원이 치유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법인 등이 소유한 부동산과 같이 원천적으로 소유권이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물건이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 그것이 강제경매사건이라면 법원직권으로 경매신청시 관할청의 매각허가서를 첨부하게 하거나 최소한 매각기일을 지정하기 전에 매각허가서 첨부를 요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매절차상의 하자를 치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반면 그것이 담보권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사건이라면 담보설정 당시 관할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낙찰 후 다시 관할청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위 판례 및 대법원 1993.7.16. 선고 93다2094판결 참조)를 근거로 관할청의 별도의 매각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법원과 관할청의 통일된 의견이 있음을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하는 방법으로 하자를 치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하자가 치유됨이 없이 소유권이전 여부가 불확실한 물건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경매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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