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안의 개요
2006. 9. 15. 선고된 서울동부지방법원 2006가합4067호 판결내용이 여러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판결문에 기재되지 않아 어떤 이유로 사기꾼들이 아파트에 어떤 연유로 거주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파트 소유자의 신분증을 위조한 다음 스스로 아파트 소유자 행세를 하면서 중개업소를 통해 해당 아파트를 전세임대놓고,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와 임대차보증금 1억4천만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보증금을 모두 받아 도주한 사안에서, 결국 그 피해자인 임차인은 진정한 아파트소유자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까지 제기당하게 되어 집을 비워준 다음, 임대차계약에 관여한 중개업자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1억4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 판결의 의미
이에 대해 재판부는 중개업자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다만 피해자인 임차인 역시 진정한 소유자를 확인하는데 소흘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임차인 과실 20%를 공제한 나머지 80%의 금액에 대해 중개업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과 같은 서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 밖에 등기권리증과 같은 서류를 확인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추가로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사실 이 사안은 사기수법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월세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알게 된 진정한 소유자의 신분을 이용하여 신분증을 위조하여 소유자행세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세임대를 놓고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채 도망가는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결이 그동안 수차례 있어왔다는 점에서 딱히 새로울 것은 없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 임대인의 신분확인,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1년전 필자는 이 사건과 동일한 취지의 남부지방법원 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한 바 있다. 즉, 중개업자가 중개한 계약이 “매매”계약이 아니라 “임대차”계약인 경우에도 매매계약에서 그동안 법원이 판단해 오던 “계약체결 당시부터 권리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등기권리증 확인의무”가 그대로 적용될지 하는 것이 쟁점이었는데, 사실 그동안 수차례의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의 신분확인을 위해서 매매계약 “체결” 당시부터 매도인에게 등기권리증을 지참하고 나오라고 냉정(?)하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중개업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는데, 매매계약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비중이 적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매매계약에서와 동일한 잣대로 임대인의 신분확인을 위해 임대차 “계약” 당시부터 신분증 이외에 등기권리증과 같은 서류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식의 법원판단은 중개업계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라는 취지였다.


그후, 이 사건을 비롯한 몇차례의 판결을 통해 임대차계약과정에서도 임대인 신분확인을 위해 계약당시부터 신분증확인에만 연연하지 말고 등기권리증확인과 같은 추가조치를 해야할 의무가 중개업자에게 있다는 점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그에 반해 임대차계약과정에서 기울이는 일반인들이나 중개업자들의 주의 정도는 이러한 법적인 판단과 아직 너무나 동떨어져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임대차과정에서 임대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그 집에 실제로 거주하고있으면서, 부동산등기부등본에 표시된 것과 인적사항이 일치하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위 동부법원 사례는 남녀가 부부행세를 하며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점에서, 임차인이건 중개업자건 간에 사기라고 의심할 여지가 더욱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연유로든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거주하거나 점유하는 것을 기화로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실제로 적지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 집을 점유하고 있고 신분증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신뢰한 채 임대차계약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하지 않을 수 없다.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등기권리증 소지여부를 살필 수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등기권리증 역시 위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등기권리증까지 감쪽같이 위조되었다면, 해당 피해 임차인은 더욱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중개업자가 등기권리증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신분증만을 믿고 거래를 체결했다면, 이와 같은 책임을 물어 그나마 중개업자에게라도 배상청구할 수 있어 손해를 일부라도 만회할 수 있지만(물론, 중개업자의 현실적인 배상능력과 5천만원 내지 1억원 정도로 한정된 공제<보험>금액으로 인해 실효적인 배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등기권리증까지 정교하게 위조되었다면 중개업자책임마저 묻기가 어려울 수 있어,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이 떠 안을 수 밖에 없다. 등기권리증까지 위조되어서 누가 보더라도 진정한 소유자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들, 민사상 표현대리 등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진정한 아파트 소유자와의 관계에서는 임차인이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법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방어를 위해 앞으로는 임대차계약에서 다각도의 주의를 기울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혹시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맞취서 신분증이 위조된 것이 아닌지, 아니면 반대로 신분증에 맞춰서 부동산등기부등본이 위조된 것이 아닌지 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분증이나 부동산등기부등본, 등기권리증 등의 서류내용을 주의해서 살필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고, 소유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정말로 소유자가 틀림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웃주민들에게 인상착의를 슬쩍 물어보는 식의 주도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 더구나, 도시지역일수록 임대차목적물 바로 인근 중개업소라고 하더라도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개업소에만 의존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임차인 스스로의 주의가 더욱 필요할 수 있다. 신분증과 등기권리증까지 확인하더라도 임대차보증금전액 사기당할 수 있고 더구나 피해를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큰 재산일 수 밖에 없는 임대차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이러한 심각성에 비해 너무나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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