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샐리, BT21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지식재산권(IP) 플랫폼 기업 IPX(옛 라인프렌즈)가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에 나선다. NFT를 산 사람에게 캐릭터를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사업권을 넘기고, IP 마케팅을 도와주는 게 골자다. 대기업 캐릭터 라이선스를 NFT 형태로 일반 대중에게 열어주는 국내 첫 시도다.
'1조 거래' 라인프렌즈, NFT 新사업 띄운다

NFT를 비즈니스 모델로

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IPX는 이달 NFT 시리즈 ‘OOZ(오오즈)’를 세계 최대 NFT 플랫폼 오픈시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플레이댑의 NFT 장터 등에 출시한다. NFT 보유자에게 IP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게 특징이다. NFT 디자인을 티셔츠, 스마트폰 케이스 등에 활용해 ‘굿즈(기획상품)’를 만들어 팔 수 있다. NFT 디자인을 기반으로 영상이나 소설, 게임 등 2차 창작물을 제작해도 된다. 수익을 얼마나 내든 로열티는 따로 낼 필요가 없다.

IPX 관계자는 “NFT를 유해 콘텐츠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일부 가이드라인만 따른다면 NFT 보유자가 원하는 대로 IP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기존엔 유명 인사나 브랜드의 것으로 여겨졌던 IP 사업을 누구든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IPX는 오오즈 캐릭터 9개를 기본으로 NFT 9999개를 발행할 예정이다. NFT마다 캐릭터의 옷 색깔, 표정, 장신구, 행동 등 세부 사항을 조금씩 다르게 했다. 각각을 독립된 IP로 만들기 위해서다. 9999개 중 일부만 선글라스를 끼게 하는 등 ‘희귀템(드문 아이템)’도 등장시킬 계획이다.

NFT 구매자에게 캐릭터 상품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노하우도 전수한다. IPX는 캐릭터 IP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 상품 2만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엔 캐릭터 IP로만 거래량 1조원을 달성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량 연평균 증가율이 28%에 달한다. 작년 말엔 게임형 메타버스 플레이투게더에 가상 매장을 열고 디지털 IP 상품도 팔고 있다.

IPX는 오오즈 캐릭터를 메타버스와 게임 플랫폼 등에 연계할 예정이다. 요즘 콘텐츠 성공의 관건으로 꼽히는 자체 설정 ‘세계관’도 마련했다. 디지털세상 ‘프렌즈월드’에 살던 동물들이 지구에 불시착해 단짝 친구가 될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한정판+사업성으로 승부”

최근 NFT 시장은 거래액과 가격이 모두 하락세다. NFT 시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영향이다. 그런데도 NFT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 최대 NFT 거래플랫폼 오픈시의 NFT 거래 이용자 수는 2018년 6월 4명 대비 이달 초 176만5400여 명으로 늘었다.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NFT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세계 NFT 중 누적 거래액이 가장 많은 ‘지루해하는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시리즈는 IPX와 사업 모델이 비슷하다. 각기 다른 원숭이 그림 1만 개를 NFT로 발행해 보유자에게 IP를 준다. NFT 보유자들은 해당 IP를 생활용품, 옷, 앨범 커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출시 13개월 만인 지난달 총거래 누적액 20억달러(약 2조5040억원)를 넘겼다. 올 들어 미국에선 BAYC 테마 음식과 옷을 판매하는 식당까지 생겼다. BAYC 보유자가 모여 만드는 영화 프로젝트도 한창이다. 최초 출시 당시 190달러(약 24만원)였던 NFT는 모두 완판돼 이젠 2차 시장에서만 거래된다. 이달 들어선 평균 가격이 약 15만3000달러(약 1억9210만원)다.

BAYC를 개발한 유가랩스는 에미넴, 네이마르, 저스틴 비버, 마돈나 등 유명인들의 NFT 보유자만 쓸 수 있는 전용 SNS 채팅 서버도 운영 중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조성해 NFT의 희소가치를 올리는 전략이다. 오는 20~23일엔 미국 뉴욕에서 NFT 소유권을 인증한 사람과 동행인 한 명만 입장할 수 있는 축제도 연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