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에 관한 규정의 모순과 개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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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세상이 참 어지럽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LH토지투기사태가 터졌고, 혼탁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공공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선도사업 후보지를 연거푸 선정・발표한데 이어 4월 14일에는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신고제(전월세신고제)를 입법예고함으로써 오는 6월 1일이면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요구권은 지난해 이미 시행)이 완성되게 된다.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는 있는 것은 좋은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책이나 입법의 모든 방향이 주택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LH토지투기사태도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 확보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 역시 도심내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임대차3법 또한 주택에 한해 적용되는 규제사항이다.
이전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정책이 오롯이 주택거래와 주택임대차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상가건물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에 대한 관심은 잊혀진지 이미 오래다.
단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경우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범위 및 보증금 중 일정액의 우선변제 한도액이 최근만 해도 2014년, 2016년에 이어 2018년까지 세 차례 증액되어 왔다. 이후에도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 시 산정률 제한, 전월세상한제(지자체 조례 위임), 계약갱신요구권(2년+2년) 등 주택임차인 보호를 위한 갖가지 방안이 강구되고 시행되어 왔다.
반면에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간 권리금에 관한 규정 신설(실효성 미흡),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시 산정률 제한, 차임 등의 증액청구 등 경미한 내용의 개정만 있었을 뿐 정작 영세상인의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액임차인 보증금 및 보증금 중 일정액의 우선변제 한도액에 대해서는 2014년 증액 이후 벌써 만 7년째 변함이 없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보증금은 2014년 이후에도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나 증액되었는데도 소액임차인 보호범위 확대 관련해서는 시행령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차원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더 큰 필요성은 엉뚱하게도 대항력에서 비롯된다. 당초 상가건물임차인의 경우 보증금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한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아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했다. 이후 법이 개정(2015.05.13)되면서 시행령이 정한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도 대항력을 인정하면서 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대항력은 인정하는데 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임차인뿐만 아니라 경매입찰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자료: 부동산태인(www.taein.co.kr), 상가임차인이 대항력이 있는 것으로 표기돼 있다.
지난 3월 31일에 강서구 마곡동에 소재한 전용 365.28㎡(110.5평) 오피스텔이 최초감정가 22억5200만원에서 2회 유찰돼 감정가의 64.0%인 14억4128만원에 경매(2020타경268)에 부쳐진 적이 있다. 마곡지구라는 아주 핫한 지역에다 가격마저 저렴했으니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니나 다를까, 이 물건은 17명이 경쟁 입찰하여 직전 경매가인 18억160만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19억5200만원)에 매각이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가매수인이 됐지만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2015년 5월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인정되지 않았던 대항력이 법 개정으로 인정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 7억1000만원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이유이다. 왜 그럴까?
임차인의 임대차조건을 보자. 임차인 A는 보증금 7억원/월 600만원, B는 보증금 1000만원/월 200만원이다. 상가건물의 경우 보증금+(월임대료x100) 식으로 환산한 후 그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상가건물임대차 적용 여부를 따지므로 임차인 A의 환산보증금은 13억원, B는 2억1000만원이 된다. A, B 모두 말소기준권리인 최초근저당 설정일(2018.12.18.)보다 앞서 대항요건을 갖췄다.
개정 전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A는 환산보증금이 법 시행령에서 현재 정하고 있는 9억원(서울 기준, 담보물권 설정 시점에 따른 보증금 기준은 따지지 않기로 한다)을 초과하므로 아예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여지가 없어 대항력이든 뭐든 매수인에게 행사할 수가 없다. A의 보증금 7억원을 매수인이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임차인 B의 보증금 1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B는 보증금(2억1000만원)이 법의 보호범위(9억원 이하) 내의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는 했으나 확정일자가 없어 배당을 받을 수 없으므로! 이렇게만 보면 매수인은 19억5200만원의 낙찰가 외에 추가로 1000만원만 인수하면 되므로 그 낙찰가가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2015년 5월 법 개정으로 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건물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함으로써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이젠 임차인 A도 매수인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항력을 인정함과 더불어 확정일자도 받을 수 있게 하고 확정일자에 기해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게 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법 개정이 미치지 못했다. 임차인 A가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 받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이로 인해 A는 보증금 7억원에 대한 부담을 매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게 됐고, 매수인은 낙찰가 19억5200만원에 임차인 A와 B의 보증금 7억1000만원을 더해 총 26억6200만원에 오피스텔을 인수하게 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셈이 된다. 매수인이 법의 개정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임차인 A의 보증금 인수할 것을 예상하고 입찰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입찰했다고 한다면 향후 5월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매각대금을 납부할 수 있을 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사례이다.
어쨌든 위와 같이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사례는 대항력을 모든 상가건물임차인에게 확대 적용하면서 우선변제권은 변함없이 일정 보증금액 범위 내의 임차인에게만 인정함으로써 발생되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항력만을 무책임하게 인정해놓고 보증금 회수를 위해 우선변제권 행사라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임차인과 매수인이 서로 다투게 만드는 참 이상한 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법의 개정 내용을 세세하게 뜯어보지 않고서야 이 같은 문제를 잘 인지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고가 향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임차인과 마찬가지로 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확정일자에 기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아니면 법 개정 전과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대항력을 인정하지 말던가!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는 있는 것은 좋은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책이나 입법의 모든 방향이 주택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LH토지투기사태도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 확보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 역시 도심내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임대차3법 또한 주택에 한해 적용되는 규제사항이다.
이전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정책이 오롯이 주택거래와 주택임대차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상가건물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에 대한 관심은 잊혀진지 이미 오래다.
단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경우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범위 및 보증금 중 일정액의 우선변제 한도액이 최근만 해도 2014년, 2016년에 이어 2018년까지 세 차례 증액되어 왔다. 이후에도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 시 산정률 제한, 전월세상한제(지자체 조례 위임), 계약갱신요구권(2년+2년) 등 주택임차인 보호를 위한 갖가지 방안이 강구되고 시행되어 왔다.
반면에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간 권리금에 관한 규정 신설(실효성 미흡),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시 산정률 제한, 차임 등의 증액청구 등 경미한 내용의 개정만 있었을 뿐 정작 영세상인의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액임차인 보증금 및 보증금 중 일정액의 우선변제 한도액에 대해서는 2014년 증액 이후 벌써 만 7년째 변함이 없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보증금은 2014년 이후에도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나 증액되었는데도 소액임차인 보호범위 확대 관련해서는 시행령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차원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더 큰 필요성은 엉뚱하게도 대항력에서 비롯된다. 당초 상가건물임차인의 경우 보증금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한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아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했다. 이후 법이 개정(2015.05.13)되면서 시행령이 정한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도 대항력을 인정하면서 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대항력은 인정하는데 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임차인뿐만 아니라 경매입찰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자료: 부동산태인(www.taein.co.kr), 상가임차인이 대항력이 있는 것으로 표기돼 있다.
지난 3월 31일에 강서구 마곡동에 소재한 전용 365.28㎡(110.5평) 오피스텔이 최초감정가 22억5200만원에서 2회 유찰돼 감정가의 64.0%인 14억4128만원에 경매(2020타경268)에 부쳐진 적이 있다. 마곡지구라는 아주 핫한 지역에다 가격마저 저렴했으니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니나 다를까, 이 물건은 17명이 경쟁 입찰하여 직전 경매가인 18억160만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19억5200만원)에 매각이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가매수인이 됐지만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2015년 5월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인정되지 않았던 대항력이 법 개정으로 인정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 7억1000만원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이유이다. 왜 그럴까?
임차인의 임대차조건을 보자. 임차인 A는 보증금 7억원/월 600만원, B는 보증금 1000만원/월 200만원이다. 상가건물의 경우 보증금+(월임대료x100) 식으로 환산한 후 그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상가건물임대차 적용 여부를 따지므로 임차인 A의 환산보증금은 13억원, B는 2억1000만원이 된다. A, B 모두 말소기준권리인 최초근저당 설정일(2018.12.18.)보다 앞서 대항요건을 갖췄다.
개정 전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A는 환산보증금이 법 시행령에서 현재 정하고 있는 9억원(서울 기준, 담보물권 설정 시점에 따른 보증금 기준은 따지지 않기로 한다)을 초과하므로 아예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여지가 없어 대항력이든 뭐든 매수인에게 행사할 수가 없다. A의 보증금 7억원을 매수인이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임차인 B의 보증금 1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B는 보증금(2억1000만원)이 법의 보호범위(9억원 이하) 내의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는 했으나 확정일자가 없어 배당을 받을 수 없으므로! 이렇게만 보면 매수인은 19억5200만원의 낙찰가 외에 추가로 1000만원만 인수하면 되므로 그 낙찰가가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2015년 5월 법 개정으로 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건물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함으로써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이젠 임차인 A도 매수인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항력을 인정함과 더불어 확정일자도 받을 수 있게 하고 확정일자에 기해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게 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법 개정이 미치지 못했다. 임차인 A가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 받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이로 인해 A는 보증금 7억원에 대한 부담을 매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게 됐고, 매수인은 낙찰가 19억5200만원에 임차인 A와 B의 보증금 7억1000만원을 더해 총 26억6200만원에 오피스텔을 인수하게 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셈이 된다. 매수인이 법의 개정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임차인 A의 보증금 인수할 것을 예상하고 입찰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입찰했다고 한다면 향후 5월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매각대금을 납부할 수 있을 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사례이다.
어쨌든 위와 같이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사례는 대항력을 모든 상가건물임차인에게 확대 적용하면서 우선변제권은 변함없이 일정 보증금액 범위 내의 임차인에게만 인정함으로써 발생되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항력만을 무책임하게 인정해놓고 보증금 회수를 위해 우선변제권 행사라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임차인과 매수인이 서로 다투게 만드는 참 이상한 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법의 개정 내용을 세세하게 뜯어보지 않고서야 이 같은 문제를 잘 인지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고가 향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임차인과 마찬가지로 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확정일자에 기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아니면 법 개정 전과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대항력을 인정하지 말던가!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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