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매각불허가사유, 이현령비현령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경매낙찰 후 낙찰자가 경매함정에 빠졌다고 여겼을 때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매각불허가를 신청하는 일이다.
매각불허가신청은 매수인 입장에서 매각 후 7일 내에 최고가매수인으로 선정됐지만 최고가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신청을 법원에 구하는 절차이다. 매각불허가신청은 주로 매수인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매각불허가신청이 매수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매각불허가신청은 매수인뿐만 아니라 채권자, 채무자, 소유자 등 해당 경매물건의 이해관계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매수인은 법원의 사건목록(또는 대법원경매정보)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하자(임대차, 권리관계 및 물건상의 하자)를 이유로, 채권자나 채무자 및 소유자는 경매절차상 또는 감정평가액(최저매각가격)의 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매각불허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꼭 그런 이유만으로 매각불허가를 신청하지는 않는다.
특히 매수인은 비단 경매물건에 대한 하자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입찰해 경매함정에 빠졌다고 여겼을 경우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입찰하여 고가로 낙찰이 되었거나,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은 됐지만 차순위와 가격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 경우도 분명 매각불허가신청을 통해 최고가매수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매각불허가신청을 한다고 해서 그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집행법은 제121조에서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 즉 매각불허가사유로 7가지로 한정해 규정해놓고 있다.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매각불허가사유)] (민사집행법 제121조)
1.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할 수 없을 때
2. 최고가매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능력이나 자격일 없을 때
3. 부동산을 매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가매수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때
4. 최고가매수신고인, 그 대리인 또는 최고가매수신고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사람이 제108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된 때
5. 최저매각가격의 결정, 일괄매각의 결정 또는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
6. 천재지변, 그밖에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된 사실 또는 부동산에 관한 중대한 권리관계가 변동된 사실이 경매절차의 진행 중에 밝혀진 때
7. 경매절차에 그밖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때
문제는 위 7가지로 규정된 매각불허가사유 중 제2호 내지 제4호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에 대한 자의적 해석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매각불허가신청서가 접수됐을 경우 이를 심리하는 판사의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입찰가액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써내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한달에 평균 1-2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데 입찰가를 잘못 기재하는 것은 위 7가지 사유 중 그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사례는 매수인의 매각불허가신청에 의해 매각이 불허가되고, 또 다른 사례에서는 매각불허가신청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각이 허가돼 결국 매수인이 대금을 미납해 재매각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같은 사례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지난 4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OO아파트를 낙찰받은 매수인은 본건 매각에 대한 이의신청 사유를 찾기 위해 집행기록을 열람하던 중 다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동산의 현황 및 점유관계 조사서에 ‘거주자와 면담하였으나 점유관계 미상임. 전입세대 열람내역 및 주민등록표등본에 의하여 일응 임차인 점유로 등록함’이라고 기재한 것도 부족해 정보출처 구분에 ‘현황조사’라 해놓고 점유의 권원을 ‘주거임차인’이라 떡하니 기재해놓은 것이다. 법원에서 당해 경매물건의 점유자와 인터뷰를 하고도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임차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일까? 더군다나 본건은 제1의 경매신청 후 다른 제2의 채권자에 의해 중복으로 경매가 신청될 당시 추가적인 점유관계조사를 통해 점유자가 소유자(채무자)의 조모이고 조모와 둘째아들(소유자의 숙부)이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임대차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고만 기록돼 있다. 두 차례에 걸친 현황조사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관계에 대한 아무런 소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럴 바에야 굳이 두차례나 걸쳐 현황조사를 나갈 필요가 있었을까? 여하튼 매수인은 이를 토대로 ‘법원의 제대로 된 점유관계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불어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음’을, 아울러 ‘점유자가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된 사항을 오인하고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주장하게 되면 매수인으로서는 명도지연에 따른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매각불허가사유로 주장하면서 매각불허가신청에 이르렀다.
당초 매각결정기일이 4월 28일이었으나 매각불허가신청 심리를 이유로 매각결정기일이 2주가 더 지난 5월 13일에야 매각허부에 대한 결정이 났다. 결론적으로 매각이 허가되고 말았다. 민사집행법 제121조 제5호에 규정된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에 명확하게 해당되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제1의 경매신청 후 채권자가 매각물건명세서상의 점유관계 조사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서류가 접수됐음에도 개선이 안 됐고 그 상태에서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매각불허가사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니다. 매각불허가신청 시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 매각불허가사유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규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매각불허가신청은 매수인 입장에서 매각 후 7일 내에 최고가매수인으로 선정됐지만 최고가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신청을 법원에 구하는 절차이다. 매각불허가신청은 주로 매수인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매각불허가신청이 매수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매각불허가신청은 매수인뿐만 아니라 채권자, 채무자, 소유자 등 해당 경매물건의 이해관계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매수인은 법원의 사건목록(또는 대법원경매정보)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하자(임대차, 권리관계 및 물건상의 하자)를 이유로, 채권자나 채무자 및 소유자는 경매절차상 또는 감정평가액(최저매각가격)의 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매각불허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꼭 그런 이유만으로 매각불허가를 신청하지는 않는다.
특히 매수인은 비단 경매물건에 대한 하자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입찰해 경매함정에 빠졌다고 여겼을 경우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입찰하여 고가로 낙찰이 되었거나,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은 됐지만 차순위와 가격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 경우도 분명 매각불허가신청을 통해 최고가매수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매각불허가신청을 한다고 해서 그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집행법은 제121조에서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 즉 매각불허가사유로 7가지로 한정해 규정해놓고 있다.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매각불허가사유)] (민사집행법 제121조)
1.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집행을 계속할 수 없을 때
2. 최고가매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할 능력이나 자격일 없을 때
3. 부동산을 매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가매수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때
4. 최고가매수신고인, 그 대리인 또는 최고가매수신고인을 내세워 매수신고를 한 사람이 제108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된 때
5. 최저매각가격의 결정, 일괄매각의 결정 또는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
6. 천재지변, 그밖에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된 사실 또는 부동산에 관한 중대한 권리관계가 변동된 사실이 경매절차의 진행 중에 밝혀진 때
7. 경매절차에 그밖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때
문제는 위 7가지로 규정된 매각불허가사유 중 제2호 내지 제4호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에 대한 자의적 해석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매각불허가신청서가 접수됐을 경우 이를 심리하는 판사의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입찰가액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써내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한달에 평균 1-2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데 입찰가를 잘못 기재하는 것은 위 7가지 사유 중 그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사례는 매수인의 매각불허가신청에 의해 매각이 불허가되고, 또 다른 사례에서는 매각불허가신청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각이 허가돼 결국 매수인이 대금을 미납해 재매각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같은 사례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지난 4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OO아파트를 낙찰받은 매수인은 본건 매각에 대한 이의신청 사유를 찾기 위해 집행기록을 열람하던 중 다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동산의 현황 및 점유관계 조사서에 ‘거주자와 면담하였으나 점유관계 미상임. 전입세대 열람내역 및 주민등록표등본에 의하여 일응 임차인 점유로 등록함’이라고 기재한 것도 부족해 정보출처 구분에 ‘현황조사’라 해놓고 점유의 권원을 ‘주거임차인’이라 떡하니 기재해놓은 것이다. 법원에서 당해 경매물건의 점유자와 인터뷰를 하고도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임차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일까? 더군다나 본건은 제1의 경매신청 후 다른 제2의 채권자에 의해 중복으로 경매가 신청될 당시 추가적인 점유관계조사를 통해 점유자가 소유자(채무자)의 조모이고 조모와 둘째아들(소유자의 숙부)이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임대차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고만 기록돼 있다. 두 차례에 걸친 현황조사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관계에 대한 아무런 소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럴 바에야 굳이 두차례나 걸쳐 현황조사를 나갈 필요가 있었을까? 여하튼 매수인은 이를 토대로 ‘법원의 제대로 된 점유관계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불어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음’을, 아울러 ‘점유자가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된 사항을 오인하고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주장하게 되면 매수인으로서는 명도지연에 따른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매각불허가사유로 주장하면서 매각불허가신청에 이르렀다.
당초 매각결정기일이 4월 28일이었으나 매각불허가신청 심리를 이유로 매각결정기일이 2주가 더 지난 5월 13일에야 매각허부에 대한 결정이 났다. 결론적으로 매각이 허가되고 말았다. 민사집행법 제121조 제5호에 규정된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때’에 명확하게 해당되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제1의 경매신청 후 채권자가 매각물건명세서상의 점유관계 조사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서류가 접수됐음에도 개선이 안 됐고 그 상태에서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매각불허가사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니다. 매각불허가신청 시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 매각불허가사유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규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