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명의신탁약정과 불법원인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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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오는 2019. 2. 20. 대법원 2013다218156 소유권이전등기 재판 공개변론을 앞두고, 법률신문사로부터 지상 토론회 토론자로 초청받아 기고하게 되었다.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이전을 불법원인급여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 공개변론과 별개로, 이 문제를 주제로 한 법률신문 주최 지상 토론회에서 필자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다음은, 필자의 기고문 내용이다.
Ⅰ.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이전에 관하여, 대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을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Ⅱ.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의 의미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될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설사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 등).
이에 대하여 강행법규 위반의 경우까지 불법원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제746조의 취지는 불법에 대한 조력을 거절함으로써 소극적인 정의를 세우려는 데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수익자가 불법이익을 보유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민법 제746조와 제103조가 표리관계에 있다고 해석하는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는 대법원 2013다218156 소유권이전등기 사건의 피고(명의수탁자의 상속인) 역시, 불법원인의 개념 그 자체에 대하여 다투기보다는 ‘명의신탁약정이 반사회질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Ⅲ. 명의신탁의 불법원인급여 해당 여부
1. 사적자치의 원칙, 즉 개개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르면 누구든지 자신의 뜻대로 계약체결 여부 및 계약의 상대방·내용·형식 등을 결정할 수 있는바, 기본적으로는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는 행위 또한 사적자치의 범주 안에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결정 참조).
비록 각종 정책적인 이유로 계약의 자유가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적자치의 이념을 고려하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이 곧바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행위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온당하다.
2. 부동산실명법 제1조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을 입법목적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고, 제6조에서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지체 없이 해당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여야 한다”고 정한 뒤 이를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률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보면, 입법자의 의도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그 수탁자에게 그대로 귀속되도록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제4조 제2항 본문(“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은 이미 마쳐진 등기부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그에 기한 물권변동은 효력이 없으므로 여전히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보유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제4조 제3항(“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는 물권변동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규정된 것이다.
3.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반환청구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불법원인의 발생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는 위법한 명의신탁에 관여한 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과징금, 이행강제금, 형벌(제5조 내지 제7조)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바, 이를 넘어서서 명의신탁자의 본래의 재산권까지 부정하는 것은 가혹하다.
헌법재판소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의 위헌여부를 판단하면서, 해당 법조항이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시하는 한편, 만일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기한 물권변동을 유효로 본다면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될 소지가 크다고 하였다(헌재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결정).
4. 나아가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견해에 따르면,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유 부동산을 명의신탁해 두는 경우 그 명의신탁자의 채권자로서는 집행할 재산을 잃게 되는 부당함을 감수해야 한다.
명의신탁은 일단 상호간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관계에서 이루어지므로, 부동산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는 억제효과보다는 강제집행을 회피할 수 있다는 유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즉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택한 방법이 오히려 이를 더욱 촉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5. 한편, 금번에 문제가 된 사건의 명의신탁 유형은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이지만 불법원인급여 해당 여부에 관한 논의 자체는 위 유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할 터인데, 불법원인급여 해당설을 모든 종류의 명의신탁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해 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이를 피보전권리로 삼아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고,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매도인이 여전히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므로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반면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따를 때, 명의신탁의 유형에 관계없이 균형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우든 일단 물권변동이 일어난 뒤에는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간 체결된 매매계약 자체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하기 어렵고, 명의신탁 약정의 당사자가 아닌 각 매도인의 단순한 등기이전 행위를 민법 제103조 위반에 이를 정도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6. 만일 명의신탁 약정이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한다면, 부동산실명법의 적용이 없더라도 이는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당연히 무효이다. 이 경우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한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은 단지 위 법리를 확인하고 구체화하는 의미밖에 가지지 못하게 되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조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Ⅳ. 결어
따라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다.
다만 위와 같은 판시에 의하더라도, 그 서술방식에 비추어 보면 언제나 불법원인급여를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즉 ‘단지 명의신탁에 기한 등기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볼 수는 없지만, 특별히 반윤리성이 큰 행위라고 인정될 사정이 있고 명의신탁자의 채권자 등 불이익을 입는 자가 없다면 그 등기이전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명의신탁의 동기와 목적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불법원인급여를 긍정하자는 견해가 소위 절충설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굳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판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덧붙이자면,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판례는 법률행위를 하는 개개인에게도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이 명의신탁에 관련된 쟁점은 형사, 세무분야에까지 두루 포진하여 있는 실정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에 있어서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Ⅰ.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등기이전에 관하여, 대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을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등).
Ⅱ.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의 의미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될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설사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 등).
이에 대하여 강행법규 위반의 경우까지 불법원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제746조의 취지는 불법에 대한 조력을 거절함으로써 소극적인 정의를 세우려는 데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수익자가 불법이익을 보유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민법 제746조와 제103조가 표리관계에 있다고 해석하는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는 대법원 2013다218156 소유권이전등기 사건의 피고(명의수탁자의 상속인) 역시, 불법원인의 개념 그 자체에 대하여 다투기보다는 ‘명의신탁약정이 반사회질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Ⅲ. 명의신탁의 불법원인급여 해당 여부
1. 사적자치의 원칙, 즉 개개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르면 누구든지 자신의 뜻대로 계약체결 여부 및 계약의 상대방·내용·형식 등을 결정할 수 있는바, 기본적으로는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는 행위 또한 사적자치의 범주 안에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결정 참조).
비록 각종 정책적인 이유로 계약의 자유가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적자치의 이념을 고려하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이 곧바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행위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온당하다.
2. 부동산실명법 제1조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을 입법목적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고, 제6조에서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지체 없이 해당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여야 한다”고 정한 뒤 이를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률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보면, 입법자의 의도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그 수탁자에게 그대로 귀속되도록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제4조 제2항 본문(“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은 이미 마쳐진 등기부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그에 기한 물권변동은 효력이 없으므로 여전히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보유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제4조 제3항(“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는 물권변동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규정된 것이다.
3.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반환청구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불법원인의 발생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는 위법한 명의신탁에 관여한 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과징금, 이행강제금, 형벌(제5조 내지 제7조)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바, 이를 넘어서서 명의신탁자의 본래의 재산권까지 부정하는 것은 가혹하다.
헌법재판소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의 위헌여부를 판단하면서, 해당 법조항이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회복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시하는 한편, 만일 명의신탁약정만을 무효로 하고 그에 기한 물권변동을 유효로 본다면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감수하여야 하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될 소지가 크다고 하였다(헌재 2001. 5. 31. 선고 99헌가18 등 결정).
4. 나아가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견해에 따르면,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유 부동산을 명의신탁해 두는 경우 그 명의신탁자의 채권자로서는 집행할 재산을 잃게 되는 부당함을 감수해야 한다.
명의신탁은 일단 상호간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관계에서 이루어지므로, 부동산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는 억제효과보다는 강제집행을 회피할 수 있다는 유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즉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택한 방법이 오히려 이를 더욱 촉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5. 한편, 금번에 문제가 된 사건의 명의신탁 유형은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이지만 불법원인급여 해당 여부에 관한 논의 자체는 위 유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할 터인데, 불법원인급여 해당설을 모든 종류의 명의신탁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해 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이를 피보전권리로 삼아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고,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매도인이 여전히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므로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반면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따를 때, 명의신탁의 유형에 관계없이 균형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우든 일단 물권변동이 일어난 뒤에는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간 체결된 매매계약 자체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하기 어렵고, 명의신탁 약정의 당사자가 아닌 각 매도인의 단순한 등기이전 행위를 민법 제103조 위반에 이를 정도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6. 만일 명의신탁 약정이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한다면, 부동산실명법의 적용이 없더라도 이는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당연히 무효이다. 이 경우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한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은 단지 위 법리를 확인하고 구체화하는 의미밖에 가지지 못하게 되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조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Ⅳ. 결어
따라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다.
다만 위와 같은 판시에 의하더라도, 그 서술방식에 비추어 보면 언제나 불법원인급여를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즉 ‘단지 명의신탁에 기한 등기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볼 수는 없지만, 특별히 반윤리성이 큰 행위라고 인정될 사정이 있고 명의신탁자의 채권자 등 불이익을 입는 자가 없다면 그 등기이전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명의신탁의 동기와 목적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불법원인급여를 긍정하자는 견해가 소위 절충설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굳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판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덧붙이자면,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판례는 법률행위를 하는 개개인에게도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이 명의신탁에 관련된 쟁점은 형사, 세무분야에까지 두루 포진하여 있는 실정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에 있어서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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