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집값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4주차(8월 2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방권의 하락이 눈에 띄는 반면, 서울은 강북, 강남 구분 없이 가격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의 경우 기존의 학군수요 외 국지적 개발호재 등으로 상승 기대감이 재현되면서 매물 회수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정부가 가격급등의 시발점이자 주택시장을 과열시킨 장본인으로 강남을 지목해 지난 1년간 집중적으로 견제해왔음에도 ‘강남불패’에 관한 시장의 믿음은 여전해 보인다. 다만 강남발 주택시장의 과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 규제로 이어지면서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만큼 당장 강남 집값이 예전과 같은 급등세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경험론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강남불패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강남 집값은 언제든 시장을 뒤흔들 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흔히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첫째, 도로, 철도, 문화, 학교, 체육, 공원 등 다양한 도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만큼 주거환경이 뛰어나다. 비계획적 구도심인 강북과 달리 강남은 1970년대 정부 주도 하의 도시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신도시라는 점에서 차별적 우위성을 갖고 있다.
둘째, 학군과 학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우수한 학군과 학원은 집값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최근 자사고, 특목고 등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명문학교가 즐비한 강남학군 선호심리를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셋째, 최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똘똘한 집 한 채 보유 심리’가 강남 아파트를 주 대상으로 삼으면서 사실상 수요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넷째, 브랜드화된 대한민국 대표 주거지다. 강남은 지역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전국구 부동산이다. 외국인 역시 한국 내 주택 매입 시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 중 하나일 만큼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다섯째, 경제 및 시장의 논리다. 수요가 넘치는 반면, 공급이 부족하다. 기존 거주자들은 쉽게 떠나려 하지 않고, 타지역으로 이주했던 사람들조차 유턴해 돌아오고 싶을 만큼 대기수요도 풍부하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주택시장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고 강남 재건축 등 고가주택 보유자와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 등을 타깃으로 보유세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보유세 개편안이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가벼운 것으로 판명돼 오히려 그간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위기가 팽팽하다. 강남 집값 역시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서히 되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급 증가 없이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수요가 넘치고 공급이 부족하다면 집값을 잡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강남에 보급형 미니신도시를 곳곳에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다만 강남권 혹은 이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대기수요를 유인할만한 양질의 주거지여야 한다. 양질의 공급확대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부의 주도 하에 공급자, 수요자, 전문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땅한 혜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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