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감정가 1억2700만원에서 한번 유찰돼 최저매각가 1억160만원에 경매된 동대문구 용두동 소재 전용 27.24㎡ 다세대가 10억3669만9999원에 낙찰됐다. 또한 의성지원에서는 경북 군위군 부개면 소재 단층 단독주택(대지 397㎡, 물건번호 1번)이 첫 경매(감정가 1억5456만원)에서 무려 99억원에 낙찰됐고, 같은 사건의 부개면 소재 전(1104㎡, 물건번호 2번)이 역시 첫 경매(감정가 1억5456만원)에서 150억원에 낙찰됐다.
용두동 다세대는 낙찰가율이 816.3%였고, 부개면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물건번호 1번이 무려 10,033.44%, 물건번호 2번은 9,704.97% 이다. 용두동 다세대는 다세대ㆍ연립 밀집지역에 있는 준공된 지 5년이 갓 지난 신축빌라이고, 부개면 소재 2건의 단독주택과 토지는 팔공산 산자락 사찰 주변에 위치한 전형적인 시골 농가주택이자 밭이다. 농가주택 남측에 소재한 기존 도로 건너에 새로운 도로가 개통예정으로 있지만 본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용두동이나 부개면 모두 딱히 입지가 우수하다거나 어떤 개발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낙찰가율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입찰가를 잘못 써냈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용두동 물건은 입찰가에 ‘9’를, 부개면 물건은 ‘0’을 두 개 더 써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들어맞는 얘기도 아니다.
먼저 용두동 물건을 보자. 이 물건은 감정평가액 1억2700만원에서 한차례 유찰돼 최저매각가가 1억160만원으로 저감돼 경매가 진행됐다. 입찰자는 2명으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최고가매수인의 입찰가는 10억3669만9999원이다. 공교롭게도 2등 입찰자의 입찰가격은 1억3569만9999원으로 만원 단위 이하를 모두 9로 끝을 맺었다.
이 사례는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해볼 수 있다. 하나는 1등과 2등 입찰자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입찰자로 우연히 만원 이하 숫자가 일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1등 입찰자가 2등의 낙찰을 위해 소위 바지입찰을 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다만 전자나 후자 어떤 상황이든 1등 입찰자는 1억366만9999원을 써내려했던 것을 9를 하나 잘못 더해 10억3669만9999원의 입찰가를 써냈다. 실수인 것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경북 군위군 부개면 물건을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부개면 물건은 용두동 물건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실수인 것처럼 보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분히 의도된 실수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9명의 경쟁입찰을 통해 지난 7월 25일에 99억원에 낙찰된 부개면 단독주택(물건번호 1번)은 최저가 9867만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9900만원에 입찰하려던 것을 0을 하나도 아닌 두 개를 더 붙여 99억원으로 입찰가를 써냈다. 대개 0을 하나 더 써내 입찰가를 잘못 써내는 실수는 간혹 있어도 0을 두 개씩이나 잘못 붙여 써내는 경우는 경매 사상 처음이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에는 매우 석연찮은 대목이다.
또한 해당 물건은 이미 지난 5월 30일 1차 경매에서도 낙찰된 적이 있는데 이 때 낙찰가도 99억원으로 2차 경매 낙찰가와 같다. 1차 경매에서의 낙찰자도 대금을 미납했음은 물론이다. 똑같은 실수를 그것도 같은 입찰가를 써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된 실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1차 경매 낙찰자와 2차 경매 낙찰자가 달라 의도된 실수라고 볼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 역시 채무자가 직접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관계로 제3자를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안이다.
의도된 실수임은 같은 날 같은 사건번호로 경매가 진행됐던 전(물건번호 2번)과 비교해보면 더 분명해진다. 부계면 남산리 소재 전은 7월 25일 2차 경매에서 150억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 역시 1차 경매에서 160억원에 낙찰된 바 있으나 대금미납 후 재매각에 부쳐졌다. 특히나 2차 경매 낙찰가 150억원은 최저경매가가 1억5456만원이었던 점으로 보아 덧붙인 ‘0’ 두 개를 빼면 1억5천만원으로 최저경매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아예 작정하고 입찰가에 0을 두 개 붙여 써낸 셈이다.
부계면의 단독주택(물건번호 1번)과 전(물건번호 2번) 두 개의 물건 입찰이 의도된 실수라는 증거는 또 있다. 두 개 물건 모두 2차에 걸쳐 경매가 진행돼 낙찰된 최고가 매수인이 같다는 점이다. 즉 1차 경매 시의 물건번호 1번과 물건번호 2번의 낙찰자가 ‘이○○’으로 같고, 2차 경매 시의 물건번호 1번과 물건번호 2번의 낙찰자가 ‘이△△’으로 같다. 종전 낙찰자는 재매각 절차에서 입찰자격이 없기 때문에 채무자가 또 다른 제3자를 내세워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했음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채무자가 이처럼 고의로 0을 하나 이상 더 써내면서 대금미납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금을 미납하면 입찰 시 제공한 보증금은 몰수당하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경매절차를 지연시키고자 함이다. 다른 입찰자들이 감히 따라오지 못할 금액으로 낙찰을 받고 대금기한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해당물건이 낙찰된 시점으로부터 다시 경매에 나오기까지 2개월 보름 이상이 소요된다. 같은 행위를 1회만 반복해도 대략 5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채무자는 이렇게 벌어놓은 기간 금전을 융통하거나 부동산 매각을 통해 채무를 변제하고 경매를 취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경매가 취하되면 그간 대금미납으로 2차례에 걸쳐 몰수된 입찰보증금은 모두 반환받게 되고 경매부동산마저 되찾게 되므로 채무자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 없다. 다만 이 방법은 채무자가 채무변제 등을 통해 확실하게 경매를 취하시킬 수 있을 경우에 한하여 취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입찰보증금도 몰수당하고 경매부동산도 제3자에게 뺏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사집행법이 제정ㆍ시행되기 전만 해도 입찰보증금이 입찰자가 입찰한 가격의 10%(위 사례의 경우 입찰가가 150억원이면 입찰보증금이 15억원)이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2002년 7월 1일 이후 민사집행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입찰자가 입찰가를 얼마를 써내든 상관없이 입찰보증금은 최저경매가의 10%로 일률적으로 적용돼 입찰자들의 보증금 부담이 줄어든 탓에 위와 같은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위 부계면의 두 개 물건의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 지 알 수 없으나 과거 사례(2005타경32503, 화도읍 차산리 소재 임야)에서 채무자가 제3자를 통한 우회 입찰을 통해 일곱 번 낙찰 후 일곱 번 대금미납이라는 기나긴 힘든 싸움 끝에 결국 채무자가 경매를 취하시켰던 사례가 있음은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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