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듯 경매 관련법이나 제도 역시 영구불변한다는 것은 없다. 법이나 제도는 그 특성상 원칙과 규정이 쉽게 바뀌지 않지만 시대적 흐름이나 필요에 의해 바뀌거나 수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매제도 및 관련 권리분석이 대거 바뀔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시점은 민사집행법이 제정된 2002년 1월 26일이다. 같은 해 7월 1일에 시행된 민사집행법은 그간 민사소송법제하에서 적용돼왔던 경매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특히 입찰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혁을 이룸으로써 경매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굳이 민사집행법이 아니더라도 경매관련 법이나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권리분석 원칙을 부분적으로 변화해왔거나 변화를 시도한 것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

첫째, 선순위 전세권에 대한 권리분석은 민사집행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대금완납으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전세권 또는 경매개시결정등기 후 6월 이내에 만료되는 전세권은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민사집행법이 시행되면서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선순위 전세권은 존속기간이 언제 만료되는 지에 관계없이 배당요구하여야 전세권이 소멸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즉 선순위 전세권자의 배당요구 유무에 따라 전세권의 소멸 또는 인수 여부가 결정된다. 선순위 전세권자가 경매신청한 경우에는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간주돼 전세권이 소멸된다.

둘째, 전소유자의 가압류에 대한 권리분석도 달라졌다. 가압류는 말소기준권리로서 말소되는 것이 원칙이나 전소유자에게 가압류등기가 경료된 후 소유권이 이전되고 새로운 소유자에게 발생된 가압류 또는 담보권에 기해 경매가 신청된 경우, 예컨대 가압류 - 소유권이전 - 저당권 또는 가압류(경매신청채권자)의 순으로 권리가 설정된 경우 선순위 가압류(전소유자의 가압류)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됐다.

전소유자의 가압류가 말소되는 경우는 그 가압류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하거나 저당권 - 가압류 - 소유권이전 - 저당권 또는 가압류(경매신청)와 같이 전소유자가 설정한 저당권 등의 선순위 담보권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경우에는 현소유자를 채무자로 하는 경매라 하더라도 최선순위 저당권이 소멸하기 때문에 전소유자의 가압류도 함께 소멸하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그러나 전소유자의 가압류에 대한 권리분석은 대법원 판례에 의해 매우 간단해졌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전소유자의 가압류는 일반적인 가압류와 달리 안분배당하지 않고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 한도내에서 전액배당을 받고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집행법원이 전소유자의 선순위 가압류등기의 부담을 매수인이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가압류채권자를 배당에서 제외하고 매각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전소유자의 가압류 효력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말소촉탁이 될 수 없고 매수인에게 인수된다.

이렇듯 집행법원이 전소유자의 가압류를 매수인이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집행법원은 실무상 매각물건명세서에 ‘전소유자의 가압류 매수인 인수’라는 특별매각조건을 기재함으로써 입찰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셋째, 고의로 경매절차를 지연시키는 주범이 됐던 예고등기제가 폐지됐다. 예고등기는 부동산의 소유권이나 근저당권에 대한 분쟁이 있을 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하는 등기를 말한다.

예고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에는 본안소송의 결과에 따라 매수인의 소유권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예고등기는 말소기준권리보다 선, 후순위를 묻지 않고 무조건 매수인에게 인수되므로 그 법적 분쟁의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이용해 채무자 또는 소유자가 사실상 없던 분쟁을 있는 것처럼 꾸며 가짜 소송을 하고 이로 인해 법원이 예고등기를 하게 함으로써 경매절차를 지연시키거나 매각을 고의로 방해하는 등 예고등기제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예고등기제의 남용과 폐단을 막고자 2011년 10월 13일 예고등기제를 폐지해 이제는 더 이상 예고등기를 등기부등본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넷째, 공유자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데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공유자우선매수권은 공동소유 부동산의 지분 일부가 경매 처분되는 경우 다른 공유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다른 입찰자 중에 최고가매수인이 나오더라도 그 최고가에 공유자에게 매각을 허가하게 된다.

따라서 공유자우선매수신고가 있는 경매물건에 입찰하는 입찰자는 그 공유자의 들러리에 불과해 입찰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런 점을 이용해 공유자가 유찰을 거듭시킨 후 저렴한 가격에 공유지분을 취득할 목적으로 우선매수신고를 한 후 우선매수권 행사를 철회하는 식으로 공유자우선매수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민사집행법은 공유자가 우선매수신고를 했으나 다른 입찰자가 없는 경우 유찰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유자에게 매각을 허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공유자우선매수권 행사를 악용하거나 남용할 소지를 없앤 것처럼 보이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었다.

즉 공유자 우선매수신고 시 매수신청보증을 의무화하지 않은 결과 공유자가 우선매수신고를 한 후 다른 입찰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매수신청보증을 제공하거나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공유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과거 민사소송법제에서와 같은 공유자우선매수신고제도의 악용 내지 남용은 여전했던 셈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2013년 5월 3일 입법예고)은 공유자우선매수신고 시 보증금을 제공하지 않거나 신고를 철회한 경우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행사 횟수도 1회로 제한하는 규정을 뒀으나 국회 상정조차 못하고 폐기돼 공유자우선매수신고제도 개정은 요원해졌다.

그렇다고 공유자우선매수신고제도의 폐단을 잘 알고 있는 법원이 이를 그냥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공유자우선매수권을 남용해 매수를 한 공유자의 매각을 불허가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지방법원은 실무상 공유자우선매수권을 1회에 한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특별매각조건으로 붙임으로써 공유자우선매수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다섯째, 그간 주택임대차의 대항력은 개인의 임대차에만 인정됐으나 2013년 8월 13일 개정(2014년 1월 1일 시행)을 통해 법인의 주택임대차도 대항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따라서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경우 해당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주택을 법인의 직원용 주택임대차도 대항력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다만 법인의 주택임대차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 즉 자산총액이 5천억원 미만이고 주된 업종과 평균매출액 또는 연간매출액이 중소기업기본법시행령 별표1에 의한 규모 이하여야 한다. 예컨대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종의 경우 자산총액 5천억원 미만이고 연간매출액이 400억원 이하인 경우에 한하여 법인이 임차한 주택에 대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주택임대차의 대항력 유무를 따질 때 법인의 임대차에 대해서는 이를 무시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개인의 임대차뿐만 아니라 법인의 임대차에 대해서도 대항력 유무를 넘겨짚고 가야할 필요가 생겼다.

여섯째, 대항력과 5년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는 상가범위가 모든 상가로 확대됐다. 개정 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보증금이 일정한 규모 이내의 임대차(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시행령에 의한 환산보증금 기준 서울 4억원 이하, 수도권과밀억제권역 3억원 이하, 광역시 및 일부 경기권 2억4천만원 이하, 기타지역 1억8천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아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배제했다.

2015년 5월 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보증금 제한이 없어지고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상가건물(물론 상가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의거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에 따른 사업자등록 대상이 되는 건물이어야 함)은 매매나 경매를 통해 건물주가 바뀌어도 대항요건(건물인도 및 사업자등록)을 갖춘 경우 매수인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5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 역시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인정하였다.

다만 대항력에 관한 위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이미 임대차가 진행 중인 상가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거나 생신이 거절되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끝으로 주택임대차의 소액임차인 보증금 및 그 보증금 중 최우선하여 변제되는 일정액(이른바 최우선변제액)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보증금 및 소액임차인의 범위와 최우선변제액 한도가 전세 또는 월세가격 상승에 따라 지속적으로 인상돼왔다.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범위는 주택의 경우 1984년 1월에 소액임차인보호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2016년 3월 31일 현재까지 총 8차례 상향되었고, 상가건물은 2002년 11월 1일 시행 이래 2014년 1월 1일 현재까지 모두 3차례 상향되었다. 소액보증금 범위가 상향되면서 보증금 중 우선변제되는 일정액도 상향되었음은 물론이다. 향후에도 주택시장 여건에 따라 개정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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