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요즘 임차인이 자신의 보증금을 임대차 만료 시에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임차인 또는 임대차관계를 이해하고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확보하는데 있어 빠져서는 안 될 핵심 3요소가 있다면 바로 대항요건, 확정일자, 소액임차인이다. 대항요건은 대항력,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 소액임차인은 최우선변제권과 각각 관련이 깊은 요소이다.
위 3요소 중에서도 핵심을 꼽는다면 아마도 대항요건일 것이다. 대항요건을 구비한다는 것은 임대차관계(계약)의 존재, 주택 또는 상가건물의 임대차와 함께 임차인임을 증명하는 필수조건이자 임차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첫 시발점이다. 대항요건을 구비함이 없이 임차인임을 주장할 수도 없고,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도 없으니 대항요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항요건은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거래상대방 외의 제3자에게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주택임대차에 있어서는 임차주택의 양도 기타 후순위 권리자에 의한 경매 등 주택소유권의 변동이 생기더라도 그 양도인 또는 매수인(낙찰자)에게 임대차 존속기간의 보장과 임차보증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대항력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이다.
주택임대차에 있어 대항요건은 주택의 점유(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모두 갖춤으로써 성립한다. 주택의 점유와 주민등록을 모두 갖춰야 하므로 만약 주택의 점유 후 시일을 두어 주민등록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주민등록을 한 시점에 대항요건을 갖춘 것이 되고, 반대로 주민등록을 한 후에 나중에 주택을 점유한 경우에는 주택을 점유한 시점에 대항요건을 갖춘 것이 된다.
대항요건을 갖추면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 대항력이 발생하면 임차인은 매매 또는 경매로 인해 주택의 소유주가 바뀌어도 임대차 기간 동안 새로운 소유자의 간섭 없이 거주할 수 있고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면 임차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대항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대항요건을 모두 갖출 것을 요하므로 대항요건 두 가지를 갖추는데 있어 기간차가 있다면 두 가지 중 나중에 요건을 갖춘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항요건과 대항력은 엄연히 다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가 더 있다. 일반매매에서의 대항력과 경매에서의 대항력 의미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매매에서는 대항요건을 구비하면 다음날 ‘0’시부터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여 제3자에 대해 임대차기간 및 임차보증금 전액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매매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이미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기간이나 임차보증금에 대한 인수 합의가 이루어졌거나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가옥을 명도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과의 합의를 통해 임차인에게 소정의 이주비를 부담하고 임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매에 있어서는 대항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곧장 대항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즉 대항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모든 임차인의 보증금이 보호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대항요건과 그 효력(대항력) 발생을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일반임대차에 있어서의 임차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이지 경매에서 말하는 임차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매에서는 대항력 발생시점(대항요건을 모두 갖춘 다음날 ‘0’시)과 이른바 말소기준권리라고 하는 등기부상 권리 설정일과 비교하여 임차인의 대항력 유무를 따진다.
말소기준권리 중 대표적인 권리인 근저당 설정일이 임차인의 대항요건 구비일보다 빠르거나 같은 경우 임차인은 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로서 대항력이 없다고 한다. 반대로 임차인의 대항요건 구비일이 근저당 설정일보다 빠른 경우에는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대항력 있다고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11월 11일에 갖추었고, 근저당은 11월 11일 또는 그 이전에 설정된 경우 임차인의 대항력은 11월 12일 ‘0’시부터 발생하므로 대항력이 없다고 하는 것이고, 만약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11월 11일에 갖추었고 근저당 설정일이 11월 12일 또는 그 이후에 설정된 경우에 그 임차인은 대항력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경매로 임차주택이 매각되더라도 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서 매각대금에서 임차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 받을 수 있으며, 임차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변제 받지 못한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 보증금을 부담한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법원에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임차보증금 전부를 배당받지 못한 경우에도 매수인은 그 보증금 전액을 매수인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은 매수인에게 임차보증금을 인수할 것을 주장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상가건물임대차에 있어 대항요건은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상가건물임대차에 있어 대항요건은 상가건물의 점유(인도)와 사업자등록이다. 사업자등록은 주택임대차에 있어서의 주민등록과 같은 개념으로 사업장을 관할하는 세무서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현행 세법상 사업자등록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법률은 부가가치세법, 법인세법, 소득세법이 있으며, 임차인이 상가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경우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 대항요건과 대항력이 다르다는 것과 일반매매와 경매에 있어서의 대항력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주택임대차와 같다.
다만 상가건물은 당초 입법취지가 일반적으로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함으로써 임차인들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 주택임대차와 달리 보호되는 상가건물 임대차 보증금의 범위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었다.
대항력에 관해서도 환산보증금 기준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했으나 2015년 5월 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ㆍ시행되면서 대항력을 모든 상가건물임대차에 적용하도록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
이처럼 주택이나 상가건물에 있어 대항요건 구비는 임차인임을 증명하는 것임은 물론 경매처분 시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일정한 권리(말소기준권리)와 연관되어 대항력 유무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그럼으로써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지을 정도로 핵심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대항요건을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그 대항요건을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 갖추었느냐 나중에 갖추었느냐 하는 것은 임차인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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