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연말 법원 경매시장. 수도권에 위치한 소형아파트 경매 입찰장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나의 물건 입찰에 무려 50여명 넘는 입찰자들이 줄서서 입찰 보증금을 돌려받았던 것. 패찰자 보증금 반환에만 무려 10분 넘게 소요됐다. 이런 경매 과열현상은 서울‧수도권에만 연출된 것은 아니었다. 대구와 부산, 제주도 등 광역시‧중소도시 한 경매물건에 수십 명이 입찰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길게 줄이 늘어서는 이상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 그로부터 한 달이 1월 서울 법원의 한 경매 입찰장. 인기지역 아파트가 입찰에 부쳐지자 법원 주변에는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여전히 북적였다. 하지만 오후 입찰 결과를 보면 보통 한 물건에 입찰하는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80% 안팎, 경쟁률도 5명 내외로 한산한 입찰 결과를 보였다. 불과 1개월 전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경매 입찰장에는 드문드문 빈자리가 늘어났다.
한 때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는 투자의 아이콘으로 꼽히면서 저가 매입의 기회를 줬던 경매 시장이 ‘지는 별’로 바뀌고 있다. 경매 투자가 대중화 탓에 너도나도 경매 투자에 나서면서 투자 메리트를 상실하고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인기 아파트의 경우 수십 명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고가 낙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매나 분양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낙찰되는 바람에 경매 투자의 실익이 없어졌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릴 정도다.
고가 낙찰되는 '아파트 버블 경매' 주의보
경매 시장의 키워드는 ‘물건 감소’로 요약된다. 지난 해 전국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는 15만 건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 초저금리 여파로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었던 데다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빚 많은 부동산의 일반 매각이 가능해서다. 경매 물건 감소는 낙찰률 및 입찰자 증가로 이어졌다. 낙찰률 37%로 2001년 이후 최고 수치였고, 입찰경쟁률도 평균 4.3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낙찰가율도 71%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였다.
경매에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평가받는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1%, 평균 응찰자 수 8명으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전세난 탓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 싸다는 경매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시장이 경매시장이다. 입찰자들 거의 최저매각가의 10~20%까지 올려 낙찰가를 잡다보니 감정가 수준에 낙찰 받는 고가낙찰이 비일비재하다.
경매시장에 고가 낙찰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응찰자들이 후끈 달아오른 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특히 수도권 중소형아파트 낙찰가율은 100%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 물건마다 10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탓에 제 값 다주고 경매로 샀다는 얘기다. 전세난을 피한 매매 전환 ‘실수요’와 임대 수익과 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경쟁하면서 경매장은 말 그대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경매 아파트나 다세대 입찰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발표 이후 경매 투자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 관망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낙찰 받은 물건에 대한 자금 운용이 어렵고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되팔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판단해 신중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경매 입찰에 앞서 우량 물건 공급 추이와 함께 적정한 예상 낙찰가 여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시세차익 큰 경매 종목 위주로 투자하라
상반기 경매시장은 공급물량 부족과 고경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축소 정책이 가계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신규 분양 및 입주물건의 수요가 원활하지 않으면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 이는 대출한도 및 금리와 시장의 거래가격과 거래량이 경매 물건의 증감과 낙찰가에 직접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경매에서 1~2회 유찰 물건도 늘어나 시세보다 저가에 부동산을 장만할 물건이 늘어날 전망이다.
경매 투자 시 실수요 또는 투자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실수요자라면 해당 지역 공급물량을 지속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까지 공급에 한계가 있어 매물 비교분석이 가능한 시점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투자 목적인 경우 공급량이 부족하면 선점에 초점을 맞춰 입찰전략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고가낙찰 시기에 낙찰 받은 경우 매입가로 수익을 내기 어려우면 리모델링, 용도변경 등 적극적 수익창출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치열한 경매 투자에서 살아남아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만 고집하기보다는 저가 낙찰의 종목인 수도권‧개발지 토지나 근린상가, 지방 물건에 관심을 돌려야 유리하다. 그동안 아파트나 다세대 경매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시야를 넓혀 다양한 틈새 종목에 눈을 돌리는 것이 값싸게 경매로 장만하는 방법이다. 상가나 오피스텔, 공장, 주유소, 숙박업체 등 다양한 종목들 중에 돈 되는 물량이 풍부하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택보다는 수익률이 보장되는 서울‧수도권 상업시설 경매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근린상가의 경우 공급량이 줄면서 낙찰률(경매건 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이 급락하고 있다. 새해 첫 달 서울 상업시설 낙찰률은 12%대로 2012년 7월 이후 최저치다. 10건 중 1건만 주인을 찾는다는 의미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같은 수익형 부동산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 침체기에 자주 입찰에 부쳐지는 아파트‧다세대,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경매 물건 중에 각 호수마다 개별 등기돼 있는 신축 집합건물이 수십 채씩 경매에 부쳐진다. 전체 건물 중 일부가 개별 물건번호로 쪼개져 경매에 부쳐지면 낙찰가가 감정가 대비 50~60%에 불과하지만 실제 부동산 사용‧수익‧처분에 지장이 없어 틈새 투자종목으로 인기를 끈다. 이런 매물을 잘 고르면 시세차익이 크고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투자종목이다.
전환기 경매 투자 시 주의할 점은 감정가의 오류이다. 감정가는 시세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정가는 현재 시장가격이 아니라 감정평가사가 경매에 나오기까지 6개월~1년의 시차가 나는 가격이며 동일 물건이라도 수 천 만원씩 가격차이가 난다. 요즘 입찰에 부쳐지는 경매 감정가는 현재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동산 가격은 변동하는 탓에 최근 시세에 맞춰 낙찰을 받는 것이지 감정가의 몇 %에서 낙찰 받는 것이 아니다.
경매 투자를 위해 수익률과 시세차익을 분석할 때 법원의 매각서류만 믿어선 안 된다. 법원에서 제공하는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는 입찰자를 위한 기본 자료지만 실제 현황 자료가 아니어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법원의 비치된 자료만 맹신해 고가 낙찰 받았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입찰을 결정할 때는 투자자 본인이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임대료나 관리비, 수익률을 확인하고 투자성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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