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계약체결된 이상 계약해제하기란 녹녹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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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계약은 지켜져야한다’
계약의 엄중함을 강조하는 법언인데, 우리 부동산계약실무에서는 이러한 기본원칙이
종종 망각되곤한다. ‘교부된 계약금 정도만 포기하면 언제든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거나, 심지어 ‘ 계약체결된 후 24시간 이내에는
계약금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계약금이 일부만 지급된 상태에서도
위약금이나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교부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계약금 전액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고등법원
2006. 11. 21. 선고 2006나 34260호 판결에서 판단된 바 있는데, 이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즉, 2005년경 성남 분당의
아파트 1채를 대금 5억5천만원에 팔기로 하는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는데, 계약서에는 계약금 5천5백만원, 중도금 2억원, 잔금 3억원으로
기재되었지만, 계약당일 매수인이 준비한 돈은 350만원에 불과해서 일단 350만원 실제로 수수하고, 나머지 계약금 5,150만원은 며칠 후에
매도인 구좌로 송금하기로 약속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계약금을 입금하기로 예정일에 매도인은 돌연 ‘계약을 이행할 뜻이 없다’는 점을 매수인에게
밝히면서 입금구좌를 해약하는 방법으로 계약금수령을 거절했고 해약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공탁절차까지 바로 밟았지만, 정작 공탁한 금액은
계약서상에 계약금으로 기재된 5,500만원이 아니라 실제로 받은 350만원의 2배인 700만원 뿐이었다.
이 사건에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해약하거나 손해배상예정액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였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실제 수수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액수
전부를 계약금이라고 판단했다. 즉, 법원은 “ ---피고(매도인)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약정계약금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약정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피고에게 있음이 명백한 이상, 원피고 사이에 매매계약 해제권유보약정의 기준으로 정한 계약금은 피고가 실제
지급받은 350만원이 아니라 약정계약금인 5,500만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는데, 이는 결국 계약체결 경위, 계약불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약이나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를 판단해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필자가 소송대리해서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14. 10. 23.선고 2014나2010739 손해배상(기)
판결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총매매대금 11억원에서 계약금이 1억1천만원으로 약정된 매매계약에서 계약당일 실제 1천만원만이
교부되었고 나머지 1억원을 다음날 수수하기로 약정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이행을 거부함으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약정된 위약금이 1억1천만원이라고 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① 양자간에 위약금으로 약정된 금액은 실제 교부된
1천만원이 아니라 계약금으로 정한 1억1천만원이라고 판단하였고(다만, 위약금을 일부 감액하였다), ② 사회상규상 계약 체결 후 24시간 내에
상대방이 부득이한 사정에 의하여 해약을 요구하면 계약금 몰취나 배상 없이 상호 양보하여 처리하는 것을 거래관행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매도인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임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1. 기초사실
가. 매매계약의 체결
1) 원고는 2013. 3. 25. 피고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서울 서초구 00동 1446-11 현대000아파트
00동 000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매매대금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1억 원은 다음날인 2013. 3. 26. 피고의
은행계좌로 송금하며, 잔금 9억 9,000만 원 중 7억 3,000만 원은 이 사건 아파트의 전세권자에 대한 전세금반환채무를 인수함으로써 그
지급에 갈음하고, 2억 6,000만 원은 2013. 4. 29.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2)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계약내용
제5조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6조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
◎ 특약사항
제4조
만일 2013. 3. 26.까지 계약금 중 1억원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 별도 약속이 없는 한 최고
없이 이 계약은 해제된다.
나. 계약금 지급 과정
1)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피고 명의의
우리은행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로 계약금 중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2) 피고는 다음날인 2013. 3. 26.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을 중개하였던 00부동산의 공인중개사 최00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하고 이 사건 계좌를 해지하여
폐쇄하였다.
3)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같은 날 11:30경 이 사건 계좌에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송금하려 하였으나 위와
같은 계좌 폐쇄로 송금에 실패하자 1억 원을 자기앞수표 1매로 발행하여 00부동산을 방문하였고, 최00으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이 사건 계좌를 폐쇄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다. 매매계약 해제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1) 원고는
2013. 3. 27. 피고가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년
금제1115호로 1억 원을 공탁하였다.
2) 피고는 2013. 3. 27.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년
금제6375호로 2,000만 원을 공탁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매도인은 여러 가지 사정상 매수인에게 일부 수령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매수인에게 공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본 건 매매계약은 계약금 상태임)’은 내용의 해약통고서를 보냈고,
2013. 3. 29. 위 통고서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3) 원고는 2013. 4. 24. 피고에게 ‘잔금일인 2013. 4.
29. 10:00까지 잔금 2억 6,000만 원(승계하기로 한 전세보증금 제외)을 지참하여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었던 공인중개사
사무소(00부동산)에 방문할 예정이니,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해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보냈고, 그 무렵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4) 원고는 2013. 4. 29. 액면 금 2억 6,000만 원의 자기앞수표를 지참하고 까치부동산을 방문하였으나, 피고는
그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5) 원고는 다시 2013. 6. 3. 피고에게 ‘피고는 2013. 4. 29. 10:00경 잔금 기일에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행지체상태에 빠졌는바, 2013. 6. 7. 오전 10시까지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여 원고 측의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에 참석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고 없이 당해 최고서를 통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갈음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고,
2013. 6. 4.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쌍무계약인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매도인이 이미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경우 매수인은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나 최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바(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9463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2013. 3. 26. 이 사건 계좌를 폐쇄하고, 2013. 3. 29.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이
사건 아파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원고의 2013. 6. 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2013. 6. 7.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나. 원상회복의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 1,0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의무
1)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내용 제5조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제6조에서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고 각 약정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이 사건 매매계약이 매도인인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해제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계약금인 1억 1,000만원으로 정한 위약금 약정이라 할 것인바, 위약금 약정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 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위 규정의 적용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의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다7385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거래에서 위약금으로 정해지는
계약금 상당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매대금의 10% 내외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인 점,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계약 체결의사를 번복하고 원고가 계약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이 사건 계좌를 폐쇄하였고, 이후 원고의 수차에 걸친 이행 촉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은 점, 다만, 피고의 채무불이행이나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구체적 손해를 인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그밖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및 해제에 이르게 된 경위,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등 변론 과정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손해배상예정액에 해당하는 위 1억 1,000만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계약금의 70% 정도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은 7,700만원(= 1억 1,000만원 × 70%)이 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내지 손해배상으로 합계 8,700만 원(= 기지급 계약금
1,000만 원 + 손해배상금 7,700만 원) 및 그 중 1,000만 원에 대하여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의 위 계약금 지급일 다음날인
2013. 3. 26.부터, 7,700만 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3. 7. 11.부터의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위 손해배상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7. 10.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그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인바, 원고가 위 2013. 7. 10. 이전에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금의 이행청구를 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피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다음날인 2013. 7. 11.부터 위 손해배상금 지급채무에 대한 지체책임을 부담하므로 위 인정범위를
넘어선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당원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다음과 같은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해당 부분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가. 원고의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이 불가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는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손해에 대한 입증도 없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과 같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미리 정한 경우 채권자는 예정손해배상액을 청구함에 있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사실만 입증하면 족하고 손해의
발생 및 손해액의 입증을 요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1975. 3. 25. 선고 74다296 판결 참조),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거래관행의 존재 등을 이유로 한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사회상규상 계약
체결 후 24시간 내에 상대방이 부득이한 사정에 의하여 해약을 요구하면 계약금 몰취나 배상 없이 상호 양보하여 처리하는 것을 거래관행으로
인정하는 것이 상식, 경험칙, 자연법 법리, 실정법 취지에 부합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의 주장과 같이 매매계약 체결 이후 24시간 내 계약을 해제하는 것에 대하여 양해하는 거래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위와 같은 해제가 가능한 것처럼 피고에게 신뢰를 주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계약의 엄중함을 강조하는 법언인데, 우리 부동산계약실무에서는 이러한 기본원칙이
종종 망각되곤한다. ‘교부된 계약금 정도만 포기하면 언제든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거나, 심지어 ‘ 계약체결된 후 24시간 이내에는
계약금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계약금이 일부만 지급된 상태에서도
위약금이나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교부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계약금 전액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고등법원
2006. 11. 21. 선고 2006나 34260호 판결에서 판단된 바 있는데, 이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즉, 2005년경 성남 분당의
아파트 1채를 대금 5억5천만원에 팔기로 하는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는데, 계약서에는 계약금 5천5백만원, 중도금 2억원, 잔금 3억원으로
기재되었지만, 계약당일 매수인이 준비한 돈은 350만원에 불과해서 일단 350만원 실제로 수수하고, 나머지 계약금 5,150만원은 며칠 후에
매도인 구좌로 송금하기로 약속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계약금을 입금하기로 예정일에 매도인은 돌연 ‘계약을 이행할 뜻이 없다’는 점을 매수인에게
밝히면서 입금구좌를 해약하는 방법으로 계약금수령을 거절했고 해약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공탁절차까지 바로 밟았지만, 정작 공탁한 금액은
계약서상에 계약금으로 기재된 5,500만원이 아니라 실제로 받은 350만원의 2배인 700만원 뿐이었다.
이 사건에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해약하거나 손해배상예정액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였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실제 수수된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액수
전부를 계약금이라고 판단했다. 즉, 법원은 “ ---피고(매도인)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약정계약금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약정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피고에게 있음이 명백한 이상, 원피고 사이에 매매계약 해제권유보약정의 기준으로 정한 계약금은 피고가 실제
지급받은 350만원이 아니라 약정계약금인 5,500만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는데, 이는 결국 계약체결 경위, 계약불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약이나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를 판단해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필자가 소송대리해서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14. 10. 23.선고 2014나2010739 손해배상(기)
판결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총매매대금 11억원에서 계약금이 1억1천만원으로 약정된 매매계약에서 계약당일 실제 1천만원만이
교부되었고 나머지 1억원을 다음날 수수하기로 약정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이행을 거부함으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약정된 위약금이 1억1천만원이라고 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① 양자간에 위약금으로 약정된 금액은 실제 교부된
1천만원이 아니라 계약금으로 정한 1억1천만원이라고 판단하였고(다만, 위약금을 일부 감액하였다), ② 사회상규상 계약 체결 후 24시간 내에
상대방이 부득이한 사정에 의하여 해약을 요구하면 계약금 몰취나 배상 없이 상호 양보하여 처리하는 것을 거래관행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매도인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임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1. 기초사실
가. 매매계약의 체결
1) 원고는 2013. 3. 25. 피고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서울 서초구 00동 1446-11 현대000아파트
00동 000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매매대금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1억 원은 다음날인 2013. 3. 26. 피고의
은행계좌로 송금하며, 잔금 9억 9,000만 원 중 7억 3,000만 원은 이 사건 아파트의 전세권자에 대한 전세금반환채무를 인수함으로써 그
지급에 갈음하고, 2억 6,000만 원은 2013. 4. 29.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2) 이 사건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계약내용
제5조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6조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
◎ 특약사항
제4조
만일 2013. 3. 26.까지 계약금 중 1억원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 별도 약속이 없는 한 최고
없이 이 계약은 해제된다.
나. 계약금 지급 과정
1)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일 피고 명의의
우리은행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로 계약금 중 1,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2) 피고는 다음날인 2013. 3. 26.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을 중개하였던 00부동산의 공인중개사 최00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하고 이 사건 계좌를 해지하여
폐쇄하였다.
3)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같은 날 11:30경 이 사건 계좌에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을 송금하려 하였으나 위와
같은 계좌 폐쇄로 송금에 실패하자 1억 원을 자기앞수표 1매로 발행하여 00부동산을 방문하였고, 최00으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이 사건 계좌를 폐쇄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다. 매매계약 해제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1) 원고는
2013. 3. 27. 피고가 나머지 계약금 1억 원의 수령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년
금제1115호로 1억 원을 공탁하였다.
2) 피고는 2013. 3. 27.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년
금제6375호로 2,000만 원을 공탁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매도인은 여러 가지 사정상 매수인에게 일부 수령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매수인에게 공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본 건 매매계약은 계약금 상태임)’은 내용의 해약통고서를 보냈고,
2013. 3. 29. 위 통고서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3) 원고는 2013. 4. 24. 피고에게 ‘잔금일인 2013. 4.
29. 10:00까지 잔금 2억 6,000만 원(승계하기로 한 전세보증금 제외)을 지참하여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었던 공인중개사
사무소(00부동산)에 방문할 예정이니,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해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보냈고, 그 무렵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4) 원고는 2013. 4. 29. 액면 금 2억 6,000만 원의 자기앞수표를 지참하고 까치부동산을 방문하였으나, 피고는
그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5) 원고는 다시 2013. 6. 3. 피고에게 ‘피고는 2013. 4. 29. 10:00경 잔금 기일에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행지체상태에 빠졌는바, 2013. 6. 7. 오전 10시까지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여 원고 측의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에 참석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고 없이 당해 최고서를 통하여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갈음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냈고,
2013. 6. 4. 위 통고서가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쌍무계약인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매도인이 이미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경우 매수인은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나 최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바(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9463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2013. 3. 26. 이 사건 계좌를 폐쇄하고, 2013. 3. 29.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이
사건 아파트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원고의 2013. 6. 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2013. 6. 7.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나. 원상회복의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 1,0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의무
1)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내용 제5조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제6조에서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계약당사자 일방은 채무를
불이행한 상대방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각각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제5조의 기준에 따른다.’고 각 약정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이 사건 매매계약이 매도인인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해제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계약금인 1억 1,000만원으로 정한 위약금 약정이라 할 것인바, 위약금 약정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 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위 규정의 적용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의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다7385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거래에서 위약금으로 정해지는
계약금 상당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매대금의 10% 내외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인 점,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계약 체결의사를 번복하고 원고가 계약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이 사건 계좌를 폐쇄하였고, 이후 원고의 수차에 걸친 이행 촉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은 점, 다만, 피고의 채무불이행이나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구체적 손해를 인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그밖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및 해제에 이르게 된 경위,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등 변론 과정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손해배상예정액에 해당하는 위 1억 1,000만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계약금의 70% 정도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은 7,700만원(= 1억 1,000만원 × 70%)이 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내지 손해배상으로 합계 8,700만 원(= 기지급 계약금
1,000만 원 + 손해배상금 7,700만 원) 및 그 중 1,000만 원에 대하여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의 위 계약금 지급일 다음날인
2013. 3. 26.부터, 7,700만 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3. 7. 11.부터의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위 손해배상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3. 7. 10.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그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인바, 원고가 위 2013. 7. 10. 이전에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금의 이행청구를 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피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다음날인 2013. 7. 11.부터 위 손해배상금 지급채무에 대한 지체책임을 부담하므로 위 인정범위를
넘어선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당원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다음과 같은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해당 부분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가. 원고의 손해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이 불가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는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손해에 대한 입증도 없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과 같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미리 정한 경우 채권자는 예정손해배상액을 청구함에 있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사실만 입증하면 족하고 손해의
발생 및 손해액의 입증을 요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1975. 3. 25. 선고 74다296 판결 참조),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거래관행의 존재 등을 이유로 한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사회상규상 계약
체결 후 24시간 내에 상대방이 부득이한 사정에 의하여 해약을 요구하면 계약금 몰취나 배상 없이 상호 양보하여 처리하는 것을 거래관행으로
인정하는 것이 상식, 경험칙, 자연법 법리, 실정법 취지에 부합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의 주장과 같이 매매계약 체결 이후 24시간 내 계약을 해제하는 것에 대하여 양해하는 거래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위와 같은 해제가 가능한 것처럼 피고에게 신뢰를 주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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