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정보를 검색하다보면 한번 매각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최고가매수인이 대금납부기한내에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를 재매각 물건이라고 한다.
재매각의 경우 기존 최고가매수인이 매수신청 시 제공한 보증금(대개 최저매각가의 10%)은 몰수된다. 매수인에게 금전적으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유는 매수한 물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문제, 즉 대금을 납부할 수 없게 하는 사유는 다양하다. 권리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떠안게 되는 수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세에 근접하거나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매수하는 경우도 있고, 매수한 물건 자체에 어떤 하자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사유야 어쨌든 낙찰자, 즉 매수인으로서는 그러한 사유를 안고 매각대금을 납부할 것인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매각대금을 납부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매수신청보증금 몰수라는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대금을 미납하게 된다.
다음 사례를 보면 매수인이 왜 매각대금을 납부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해야하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지난 10월 7일 가락동 소재 가락우성2차아파트 37평형(20층 중 20층)이 8명의 입찰경쟁 끝에 감정가 4억8000만원의 78.33%인 3억7600만원에 매각된 적이 있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4억5000만원~4억8000만원. 최상층에 위치해 있어 시세가 4억5000만원이라고 해도 제반 취득비용(약 3억9000만원 예상) 포함 시세보다 6000만원 싸게 취득한 것이니 나름 괜찮은 가격에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임차인에게 있었다. 선순위 대항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임차인 'Y'의 당초 임대차 보증금은 1억7000만원이었지만 이후 3차례 증액을 통해 보증금이 2억1500만원까지 인상됐다. 증액된 보증금 모두 대항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요구를 통해 매각대금에서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터였다.
그러나 임차인의 배당요건 중 하나인 확정일자를 최초 보증금 1억7000만원에만 받았고, 증액된 3차례의 보증금 4500만원에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기 때문에 매각대금에서 1억9000만원은 배당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4500만원은 매수인에게 인수된다. 즉 낙찰자인 매수인은 매각대금 3억7600만원 외에 45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매각대금에서 배당받을 수 없는 경우로 첫째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경우, 둘째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으나 배당요구종기를 지나 배당요구를 한 경우, 셋째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경우, 넷째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그 확정일자가 다른 담보물권 설정일보다 늦은 경우 등이 있다. 매수인은 이 네가지 중에서 셋째의 경우를 간과한 듯하다.

어쨌거나 위 사례에서 제반 취득비용 포함하여 예상되는 3억9000만원 취득가에 임차인 보증금 인수금액 4500만원을 더하면 이 아파트를 취득하는데 총 4억3500만원이 소요된다. 시세 4억5000만원보다 불과 15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 정도라도 시세보다 싸게 샀다고 또 향후 시세가 오를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면 매각대금을 납부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보증금 인수금액 4500만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 4500만원에 대한 부담으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매수인으로서는 대금미납으로 매수신청보증금으로 제공한 3072만원(최저매각가의 10%)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임차인 보증금 인수금액 4500만원을 인수하고 예정대로 매각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임차인 보증금 인수금액이 비교적 적다라는 점이다. 사례에 따라서는 수억씩 보증금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어 고민의 여지없이 곧장 대금미납과 보증금 몰수로 귀결되는 것들도 종종 눈에 띤다.
위 사례의 매각결정이 10월 14일 내려졌고, 매각확정은 10월 21일이 예정이니 대금납부기한은 이로부터 통상 1개월 이내이므로 11월 말까지 예상되는 대금납부기한내에 매수인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자못 궁금해지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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