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에서 관료 보신주의 분석…능력주의 인사제도 필요성 언급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저서에서 관료들이 비판받는 이유로 국민이 원하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을 '춤추게' 하려면 무분별한 관료 때리기를 지양하고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순애 "국민은 5G속도로 변화 원하는데 관료는 2G시대 갑옷"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19년 행정학자 15명이 함께 펴낸 책 '대한민국 공무원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무사안일(無事安逸)과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대표되는 관료 보신주의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그 무엇도 하지 않으려는 공무원의 영혼은 따로 있는가? 그렇지 않다"며 "공무원들은 합격이 보장되지 않은 자리에 도전해 4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진입한, 소위 '인재들'"이라고 적었다.

이어 "공무원에 대한 비판은 정부 역할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가 높아진 데 비해 공무원의 대응이 뒤따르지 못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저서에 따르면 산업화 과정에서 관료들은 큰 권력을 갖고 정책을 수립·집행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회 변화를 불러오는 것을 보며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항쟁을 계기로 정부의 권한 남용 견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진 것은 물론, 세월호 사건과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을 거쳐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새로운 역할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도 관료들의 처신은 달라지지 않아 책임과 권한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 후보자는 "국민은 5G의 속도로 정부의 역할이 변화될 것을 요구하는데 정작 관료는 2G 시대의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다"며 "국민의 주인 의식은 높아졌지만 정부 시스템과 공무원의 역할은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다만, 이런 문제가 관료들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제시했다.

외환은행 매각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선례가 생기면서 '몸 사리기'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는 관료 때리기 또한 '골치 아픈 일에 손대지 않는' 소극적 태도를 유도한다"며 "어제의 유능한 관료가 오늘의 적폐로 전락하는 상황에서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자는 변화를 위해 '휴머니즘적 성과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채택하되 조직원 역량 계발의 중요성과 공정한 기준의 필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임감을 느끼고 능동성을 발휘하려는 의욕이 생기게끔 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능력주의 인사제도 확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전적 보상의 정도가 크지 않은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는 내재적 요인, 비금전적 요인이 더 중요한 동인"이라며 "공정한 인사제도는 공무원의 사기와 책임감을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