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불발 정보라 "해방이다!"…안톤 허 "번역 재평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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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일하고 투쟁하는 사람들 이야기 더 많이 들을 것"
안톤 허 "책을 잘 고르는 것도 번역가의 능력" 부커상 수상 작품이 호명된 순간 정보라 작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드디어 해방이다"라고 외쳤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개최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서 '저주토끼' 수상이 불발됐지만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의 표정은 밝았다.
수상작 '모래의 무덤'(Tomb of sand) 팀이 앉은 테이블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에 묻혔지만 정보라 작가는 "이제 끝났다"라고 제법 큰 소리로 외쳤고 안톤 허 번역가는 크게 손뼉을 치며 축하했다.
정 작가는 이날 수상한 데이지 록웰 번역가가 준 선물에 딸려온 포장용 끈을 머리에 '토끼'처럼 묶은 차림이었다.
그는 시상식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 및 언론에 배포한 소감에서 "당장 마감이 줄줄이 예정돼있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데 안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후보자들이 다들 국가대표가 된 듯한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며 "기탄잘리 슈리 작가가 수상 소감에서 "부커야 부커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잘났니라고 묻는 게 아니라고 얘기했을 때 현자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내 나라 문학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데서 벗어나 쿨해질 때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힘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낭독회 때 사회자가 코로나19 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혔다가 잊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영어 번역도 들려주겠다고 말했는데, 물론 농담이고 과장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야 통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과는 관계없이 안톤 허 번역가가 책을 내 준 뒤부터 영어권 국가의 반응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작년 말에 영국 출판사에서 입소문으로 책이 많이 팔린다며 차기작을 내자고 했다"며 "영어권 독자들이 좋아해 준 것은 안톤 허 번역가의 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톤 허는 출중한 번역가이면서 만능 인재"라며 "앞으로 바빠질 텐데 내 작품을 계속 번역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러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르 문학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것을 두고는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지 한국 장르 문학이 이렇게 될 기반은 이미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순문학 작가들이 SF, 호러, 추리 등 장르문학 기법을 사용한 건 오래된 일이어서 이젠 구분할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낭독회에서 이야기가 이미 있는 것을 듣고 받아쓴다고 했는데 나도 비슷하다"며 "이런 자리는 덜 오고 일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문학과 예술은 포부를 갖지 않을 때 가장 많은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상을 타거나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는 가치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29일 문학 축제 '헤이 페스티벌'에 가서 부커상 수상자 대담을 지켜보고 영국을 둘러본 뒤 6월 초 귀국한다.
이후 번역과 단편· 장편 등 차기작 집필에 매진할 예정이다.
안톤 허 번역가는 "여기까지 온 것이 믿기지 않고 행복하다"며 "'모래의 무덤'이 상을 받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 와서 책방 가보면 책이 다 팔리고 없었다"며 "내가 책을 잘 골랐구나 싶었고, 이것도 번역가의 능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번역가가 인정받는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며 "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른 책 두 권이 장르도, 작가도 다르지만 번역가가 같은데도 번역가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하더라"고 말했다.
안톤 허 번역가는 "앞으로 번역도 하고 글도 계속 쓸 것"이라며 "이번에 런던에 와서 새로운 계약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안톤 허 "책을 잘 고르는 것도 번역가의 능력" 부커상 수상 작품이 호명된 순간 정보라 작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드디어 해방이다"라고 외쳤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개최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서 '저주토끼' 수상이 불발됐지만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의 표정은 밝았다.
수상작 '모래의 무덤'(Tomb of sand) 팀이 앉은 테이블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에 묻혔지만 정보라 작가는 "이제 끝났다"라고 제법 큰 소리로 외쳤고 안톤 허 번역가는 크게 손뼉을 치며 축하했다.
정 작가는 이날 수상한 데이지 록웰 번역가가 준 선물에 딸려온 포장용 끈을 머리에 '토끼'처럼 묶은 차림이었다.
그는 시상식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 및 언론에 배포한 소감에서 "당장 마감이 줄줄이 예정돼있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데 안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후보자들이 다들 국가대표가 된 듯한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며 "기탄잘리 슈리 작가가 수상 소감에서 "부커야 부커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잘났니라고 묻는 게 아니라고 얘기했을 때 현자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내 나라 문학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데서 벗어나 쿨해질 때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힘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낭독회 때 사회자가 코로나19 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혔다가 잊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영어 번역도 들려주겠다고 말했는데, 물론 농담이고 과장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야 통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과는 관계없이 안톤 허 번역가가 책을 내 준 뒤부터 영어권 국가의 반응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작년 말에 영국 출판사에서 입소문으로 책이 많이 팔린다며 차기작을 내자고 했다"며 "영어권 독자들이 좋아해 준 것은 안톤 허 번역가의 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톤 허는 출중한 번역가이면서 만능 인재"라며 "앞으로 바빠질 텐데 내 작품을 계속 번역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러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르 문학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것을 두고는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지 한국 장르 문학이 이렇게 될 기반은 이미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순문학 작가들이 SF, 호러, 추리 등 장르문학 기법을 사용한 건 오래된 일이어서 이젠 구분할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낭독회에서 이야기가 이미 있는 것을 듣고 받아쓴다고 했는데 나도 비슷하다"며 "이런 자리는 덜 오고 일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문학과 예술은 포부를 갖지 않을 때 가장 많은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상을 타거나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는 가치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29일 문학 축제 '헤이 페스티벌'에 가서 부커상 수상자 대담을 지켜보고 영국을 둘러본 뒤 6월 초 귀국한다.
이후 번역과 단편· 장편 등 차기작 집필에 매진할 예정이다.
안톤 허 번역가는 "여기까지 온 것이 믿기지 않고 행복하다"며 "'모래의 무덤'이 상을 받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 와서 책방 가보면 책이 다 팔리고 없었다"며 "내가 책을 잘 골랐구나 싶었고, 이것도 번역가의 능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번역가가 인정받는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며 "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른 책 두 권이 장르도, 작가도 다르지만 번역가가 같은데도 번역가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하더라"고 말했다.
안톤 허 번역가는 "앞으로 번역도 하고 글도 계속 쓸 것"이라며 "이번에 런던에 와서 새로운 계약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