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도개선 자문위 논의…지휘감독권·경찰국 신설 등 거론
'검수완박' 대응 해석…경찰 독립성 훼손 우려
행안장관 직접 경찰 통제하나…'법무부-검찰' 모델 도입 촉각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취임 이후 행안부가 마련 중인 경찰 제도개선 방향을 놓고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응, 행안부 조직을 통해 경찰을 사실상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 중인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수사권 확대로 권한이 커지는 경찰을 견제한다는 취지지만 경찰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안부는 장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인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13일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20일 2차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가 출범한 날은 이 장관의 취임식 당일이었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로 "항간에 검찰은 한동훈, 경찰은 이상민이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는 지적이 인사청문회에서 나오기도 했다.

행안부는 회의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하는 안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법은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는 조항 외에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에 대해서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만 돼 있다.

또한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을 둬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명시했지만, 경찰법에는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대한 조항이 없다.

다만 정부조직법에는 '소속청에 대해 중요정책 수립에 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행안부 소속 외청이며,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청장 등 총경 이상 인사 제청권도 행안부 장관이 갖고 있다.

경찰은 정치적 중립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991년 경찰법 시행에 따라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 체제에서 내무부의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됐다.

대신 국가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행안부 장관의 경찰 치안 사무에 대한 통제는 제한돼왔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그 기능을 일부 수행해왔다.

이번 논의에서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는 검찰의 업무를 감독하는 등 검찰 조직과 예산을 살펴보는 검찰국이 있다.

행안부 안에 경찰 업무를 감독할 조직이 세워지면 법무부 검찰국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여러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문위에 대해 "치안 환경 변화에 따라 경찰과 행안부의 관계, 경찰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는 "6월 말 발표를 염두에 두고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제도 개선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경찰 권한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행안부가 '법무부 모델'을 무리하게 도입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강화 시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검수완박 국면부터 이번 행안부 주체의 경찰 통제 방안 추진까지 경찰은 논의에서 제외된 것 같아 내부적으로 분위기는 좋지 않다"며 "특히 과거 내무부 시절처럼 인력이나 예산 등으로 수사에 간접 개입을 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까 봐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