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좋은 영향 미치고파…올해는 적응이 목표"
"등번호는 1991년생, '9+1=10' 의미 담아 91번"
WK리그 데뷔하는 지소연 "현대제철 독식 판도, 이제 바뀔 것"
첼시 위민(잉글랜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지소연(31·수원FC)이 여자실업축구 WK리그의 흥행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소연은 26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수원FC 위민 입단 기자회견에서 "인천 현대제철이 리그를 독식하고 있지만, 이제는 판도가 조금 바뀌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왔고, 최선을 다해 수원FC가 힘든 상대이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일본과 잉글랜드 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해 온 지소연은 이달 수원FC 위민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 리그에서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일본 고베 아이낙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4년 1월 첼시 위민으로 이적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무대를 밟았다.

첼시에서 8년 동안 공식전 210경기에 출전해 68골을 터트렸고, 2017년 스프링 시즌을 포함해 WSL 6회, 여자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회, 리그컵 2회, 커뮤니티 실드 1회 우승 등을 경험했다.

잉글랜드 리그에 데뷔하자마자 WSL 올해의 선수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비영국인 선수 중 최초로 WSL 통산 100경기와 200경기에 출전하는 등 굵직한 기록들을 남겼다.

그런 지소연에게 첼시가 재계약을 요청한 것은 물론 미국 팀 등에서 여러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한국행'이었다.

국내에서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집중하고, WK리그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WK리그 데뷔하는 지소연 "현대제철 독식 판도, 이제 바뀔 것"
지소연은 8개 구단 중에서도 수원FC를 선택한 데 대해서는 "수원FC가 남자팀과 여자팀을 함께 운영하는 국내 1호 팀이고, 첼시와 운영하는 방식이 같아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귀국 후 어머니의 김치찌개를 먹고, 예능 촬영을 하고, 목욕탕도 다녀오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는 지소연은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WK리그 데뷔를 준비한다.

WK리그는 지난달 2022시즌을 개막해 진행 중이다.

지소연은 후반기 등록 시작일인 7월 1일 이후 출전할 수 있다.

지소연은 "6월 대표팀 소집 전까지 수원FC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수원FC가 후반기부터 쭉쭉 치고 올라가서 플레이오프(PO)에서 현대제철과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현대제철이 WK리그에서 9년 연속 통합우승을 했고, 경주 한국수력원자력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수원FC도 좋은 경쟁 상대가 된다면 리그가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개인 타이틀보다는 빠르게 적응하는 게 목표다.

선수들과 빨리 친해져서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해외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도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지소연은 "일본에서 3년 첼시에서 8년 반 등 약 12년을 해외에서 뛰었는데, 수원FC에서 후배들에게 내가 경험한 것을 많이 공유하고 싶다.

후배 양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첼시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뛰었던 지소연은 수원FC 위민에선 91번을 달고 뛴다.

의미를 묻는 말에 그는 "내가 91년생이라 선택했다.

팀에서는 전은하가 10번을 달고 뛰는데 후배의 등번호를 뺏고 싶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며 "9와 1을 더하면 10이 되니, 그런 의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WK리그 데뷔하는 지소연 "현대제철 독식 판도, 이제 바뀔 것"
한편 지소연의 기자회견 소식에 이날 취재진은 물론 수원시청 공무원까지 모여 그를 맞이했다.

조청식 수원시장 권한대행이 지소연에게 새로운 유니폼을 전달하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K리그1 수원FC의 박주호(35)와 이승우(24)는 기자회견장을 찾아 수원FC의 머플러와 꽃다발을 건네며 지소연을 직접 환영하기도 했다.

박주호는 "'이메시'(이승우)에 이어 '지메시'가 수원FC에 온 걸 정말 환영한다"며 "승우가 부상으로 힘들면 수원FC(남자팀)에서도 뛰어주면 좋겠다.

어렸을 때도 소연이랑 이벤트 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남자 선수와 뛰어도 손색없는 선수다.

수원FC에 큰 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수원FC 위민에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많이 찾아가서 보면서 소연이 누나에게 많이 배우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