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유네스코 국제협약과 문화재보호법 위반"

착공한 지 4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제주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또다시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주민 반발로 또 무산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26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동부하수처리장에 굴착기 등 장비를 투입해 증설공사를 시작하려 했으나 지역 주민이 저지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월정리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철거를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 5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동부하수처리장 입구에서 장비 등을 실은 차량을 막아서 20분가량 대치했다.

이들은 "동부하수처리장은 국가 지정 문화재인 용천동굴 보호구역 내에 있음에도 유네스코에 하수처리장의 존재가 보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강행하려고 세계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허가는 유네스코 국제협약과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컨테이너와 쇠사슬 등으로 하수처리장 진입로를 막고 당번제로 감시하고 있다.

동부하수처리장은 애초 2007년 일일 처리량 6천t 규모로 설치됐다.

이후 2014년 1만2천t 규모로 증설됐다.

상하수도본부는 하수 처리량이 다시 한계에 이르자 453억원을 투입해 일일 2만4천t 처리 규모로 동부하수처리장을 증설하기로 하고 2017년 9월 착공했다.

그러나 해녀 등 지역 주민이 강하게 반발해 4년이 넘도록 공사를 중단했다.

상하수도본부는 지난해 11월 18일 다시 증설공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로 공사를 중단했고, 이번에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공사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동부하수처리장의 1일 평균 하수 처리량은 1만1천595t으로 처리 가능 용량인 1만2천t의 96.6%에 육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