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트럼프 추종 하원의원·트럼프 백악관 대변인 등은 승리 2024년 대선 재선 도전을 노리며 공화당 내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 중인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쓴맛'을 봤다.
최대 관심 지역 중 하나인 조지아주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이 밀었던 후보가 잇따라 패배하며 '킹메이커 트럼프'라는 자신의 브랜드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를 패배시킨 이들이 지난 2020년 대선 때 선거사기임을 내세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인사들이라 그 충격은 작지 않아 보인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공화당 조지아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현직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꺾었다.
켐프 주지사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공동체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지지를 받아, 이번 조지아주지사 경선은 트럼프와 펜스의 대리전으로도 불렸는데, 이 대결에서 트럼프가 진 것이다.
트럼프의 패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지아주의 선거업무를 총괄하는 주 국무장관 후보 경선에서 현직인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이 조디 하이스 연방 하원의원의 도전을 큰 표 차이로 제치며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나서게 됐다.
켐프 주지사와 래펜스퍼거 장관 모두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인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텃밭인 조지아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자 이들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연일 압박했었다.
하지만 켐프 주지사와 래펜스퍼거 국무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해 트럼프의 눈엣가시가 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을 축출하기 위해 퍼듀 전 의원과 하이스 의원을 내세워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신 것이다.
WP는 "이번 결과로 트럼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했고, AP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을 뒤집으려 하지 않은 이들을 낙마시키려던 트럼프의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커다란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조지아주 경선을 자신에게 도전하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기려 했지만, 상황은 그 반대가 된 셈이다.
AP는 켐프 주지사의 선거승리 원동력으로 허가 없는 총기 휴대 허용, 심장박동 감지 시 낙태 금지 등 보수적인 법안에 서명한 것과 6조3천억원 규모의 현대차 전기차 생산 거점 신설 투자 유치를 꼽았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흑인 여성 정치인인 민주당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와 재대결을 하게 된다.
크리스 카 조지아주 법무장관도 트럼프가 지지를 선언한 존 고든 후보를 이겼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조지아주 경선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가 시험대에 오른 날이라고 칭하면서 "조지아에서 트럼프의 연속적인 패배는 공화당 킹 메이커로서의 그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가 승리한 경우도 다수 있다.
공화당의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전 미식축구 스타 허셜 워커는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라파엘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과 맞붙게 됐다.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도 승리했다.
특히 지난 대선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온갖 논란을 낳았던 극우 성향의 연방하원의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도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린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마스크 및 백신 접종 의무화를 '의료 폭정'이라고 비난하고,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저지른 시위대를 옹호하는 등 대표적인 트럼프 추종자다.
트럼프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세라 허커비 샌더스도 아칸소 주지사 경선에서 이겼다.
아칸소주가 공화당 성향임을 고려할 때 샌더스가 11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첫 여성 아칸소 주지사가 된다고 더힐은 전했다.
지난 17일 치러진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상원의원 및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트럼프가 지지한 메흐멧 오즈, 더글러스 매스트리아노가 각각 승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