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청문회 이후 정호영 후보자와 같이 할 업무 없어"
정 후보자 사퇴 관측 속 침묵 유지…정책 추진 차질 우려
"코로나·연금현안 산적한데"…장관 공백 길어지는 복지부(종합)
보건복지부는 23일 정호영 장관 후보자 거취와 관련,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로는 업무 공유를 하지 않고 있어 아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에서부터 연금 개혁까지 시급한 보건·복지 현안이 산적한 데다, 원숭이두창이라는 희소감염병까지 각국에서 확산하는 상황에서 장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 대변인인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의 근황과 입장 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인사청문회 이후로는 정 후보자와 업무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손 대변인은 이어 "저희는 연락받은 게 없어서 (모른다)"며 "용산(대통령실) 쪽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0일 지명된 정 후보자는 이달 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청문회 이후 복지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은 해산했지만, 정 후보자는 한동안 복지부 관계자들과 만나 업무 파악을 이어갔다.

정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하루 직전인 지난 9일까지만 해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국민연금공단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한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로는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0일 주간지 시사저널과 한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로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는 그간 자녀 경북대병원 편입학 및 병역 특혜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 출범 후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방역당국 수장격인 복지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며 정책 추진에 속도와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복지부는 현재 새 정부에서 임명된 조규홍 1차관과 이기일 2차관 등 양 차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장관은 지난 17일 사표를 내고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코로나19 방역 컨트롤타워는 ▲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이 번갈아 주재하는 중대본 ▲ 보건복지부 중심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 질병관리청 중심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 삼각 체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대본, 중수본, 방대본 간 업무·역할 중복 등으로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조직과 인사 개편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컸으나, 복지부 장관 인선 지연에 따라 전체적인 개편 작업도 순연되는 분위기다.

복지부의 중대본 회의 주재자만 이기일 차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으로 바뀌었고, 그 외 방역당국 조직 및 담당 인사들은 그대로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8일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전문가 중심의 독립위원회(전문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전문가 의사 결정이 반영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과학방역'을 위해 의료·방역 전문가 의견 수렴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전문가위원회 신설과 함께 현재의 3원 체계 구조가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감소 국면이지만 감소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는 데다 신종 변이 출현 가능성과 맞물려 이르면 올해 여름 재유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 밖에도 국민연금 개혁, 간호법 관련 의료계 갈등, 저출산·고령화 대책, 보육 서비스 강화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방역당국의 또 다른 축인 질병관리청 신임 청장으로는 최근 백경란 청장이 취임했다.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협조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총리 인준과 거취 문제가 사실상 연계됐던 정 후보자는 사퇴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서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복지부 안팎에서는 후임 인사 물색에 시일이 더 소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 인사에 대해 공유받지 못해 알지 못한다"면서 "(정 후보자 임명) 가부가 빨리 결정되길 바란다.

저희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